"탈크파동 주범은 제약사"…책임전가 노골화
- 천승현
- 2009-04-20 06: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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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청, 강경대응으로 궤도 수정…신뢰도 바닥까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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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 석면탈크 의약품에 대한 후속조치 이후 졸속행정이라는 이유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덕산약품 대표가 시험성적서 위조로 구속되자 탈크파동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식약청이 제약사도 불량탈크 유통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 준사법권을 가진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투입하며 수사의 타깃을 덕산약품에서 덕산의 탈크를 사용한 제약사로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식약청이 석면탈크 파동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약업체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료관리 수사, 국면 전환용 술수”

약사법시행규칙 별표2 7.1 다항에 명시된 ‘원자재의 품질이 계속적으로 균질하여 시험성적에 충분한 신뢰성이 보증되는 경우에는 절차와 기준을 문서로 정하여 입고될 때마다 필요 항목만 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석면탈크 의약품의 유통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이 제약사에 있음을 규명하겠다는 의도다.
식약청은 지난 15일부터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기습적으로 투입, 업체별로 3~4시간에 걸쳐 고강도 수사를 진행, 제약사가 탈크를 사용하기 전에 불순물 함유 여부를 측정하는 산가용물 시험을 진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제약사가 불량탈크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경위가 밝혀지만 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또한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식약청에 통지하면 제약업체들은 무더기 3개월 제조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탈크와 같은 첨가제에 대한 품질 검사는 최초 사용시를 제외하고는 관례적으로 공급업체의 시험성적서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식약청의 집중조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식약청의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던 대부분의 업체가 소송을 포기하고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원료관리 수사가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제약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식약청 종합상담센터에서 게재한 Q&A에 따르면 ‘일정기간 원자재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면 원자재시험을 일부 생략하고 제조업소의 시험성적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의약품의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탈크 원료의 경우 입고때마다 산가용물 시험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원료 공급업체의 시험성적서로 갈음했다는 얘기다.
특히 그 동안 식약청이 GMP실사 등 현지조사에서 단 한번도 탈크원료의 산가용물시험 실시 여부를 체크하지 않았음에도 이제와서 제약사를 범죄인 취급을 하며 문제삼는 것은 탈크파동의 책임을 제약업계로 돌리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덕산약품이 15년 동안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동안 과연 식약청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식약청의 과실을 약자인 제약사 책임으로 떠 넘기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식약청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내준 원료를 이제와서 불량저질원료라며 마치 제약사가 일부러 불량원료를 사용한 부도덕한 업체로 몰아가는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제약사에 책임 떠 넘기기” 노골화

식약청은 석면 규정이 마련되기 전의 규정을 근거로 해도 제약사가 불량탈크 의약품 유통의 책임이 있음을 알림으로써 식약청에 쏟아진 비난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베이비파우더 파동으로 뒤늦게 탈크원료의 석면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기존 원료에도 이 기준을 적용, 일괄적으로 회수명령을 내리자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7일 후속조치 이후 이의를 제기한 307품목 중 인사돌을 비롯한 32품목의 처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도 식약청의 고압적인 자세는 그대로 드러났다.
32품목이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다가 처분이 취소됐다는 점은 식약청이 애초에 처분 대상을 선별할 때 충분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식약청은 이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단지 추가조사를 통해 더 많은 제품을 구제해주겠다고 생색만 냈을 뿐이다.
회수품 폐기 방침에 따라 선별 처리하겠다며 조치를 보류한 183품목에 대해서도 식약청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제약사의 몫으로 돌려보냈다는 평가다.
식약청은 이들 제품은 시중에 덕산약품 탈크제품이 소진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유통 분량을 모두 회수한 후 덕산탈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면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즉 식약청이 일괄적인 판매금지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리 실시했어야 하는 확인 작업을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지 열흘 만에 제약사가 직접 진행하라고 떠 넘긴 격이다.
특히 식약청은 제약사에 덕산약품 탈크를 하지 않았음을 증빙하는 자료를 요청하면서 제약사 대표의 서약서까지 첨부토록 했다.
‘만약 제출된 자료가 허위 또는 거짓 자료로 확인되는 경우 모든 처벌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일종의 각서를 제출해야만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식약청이 '탈크파동의 원인이 제약사의 관리 부실'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업체들에게 덕산약품 탈크 사용 제품을 구분하라는 조치를 내리고 처분을 내렸으면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식약청이 해야 할 일을 미처 하지 못하고 뒤늦게 제약사에 떠 넘기면서 마치 죄인 취급을 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책임회피·소통부재' 비판 고조

후속조치 이후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식약청이 후속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초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제품의 위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소비자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었다.
최근 모 업체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한 덕산약품 탈크 사용 완제품의 검사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의 탈크 원료를 사용했지만 위해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이에 식약청은 “위해 가능성은 없어도 석면이 함유돼 규격기준에 위반한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처분 대상이다”며 석면탈크를 사용했다면 퇴출되는 게 당연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베이비파우더 파동이 발생하자 뒤늦게 석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받은 제품도 퇴출 대상에 올리는 절차적인 과실을 범했으면서도 여전히 식약청의 조치가 부당했다는 점은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최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윤여표 식약청장은 위원들의 질타에 눈물을 보이면서도 “너무 나무라지만 말아달라. 식약청 직원들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며 식약청이 성급한 조치를 했다는 점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청이 부당한 조치로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피해와 혼란을 입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을뿐더러 업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부실행정에 미숙한 후속조치…신뢰도 추락
식약청은 1122품목의 판매금지·회수명령 이후 후속조치 과정에서도 미숙한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약청은 지난 12일 처분 대상 중 6품목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판매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지만 최초 리스트와 업데이트된 리스트를 비교한 결과 6품목이 아닌 9품목의 명단이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리스트에서 3품목의 처분 현황을 식약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약청이 새롭게 석면탈크 사용이 드러났다고 처분을 확정한 6품목 중 3품목은 이미 급여중지 조치가 이뤄진 제품들이었다.
판매금지 리스트에도 없었는데 급여중지가 먼저 되고 나서 식약청이 새롭게 석면탈크 제품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셈이다.
최초에 발표한 1122품목 이외에도 또 다른 리스트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식약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해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크 원료를 교체한 제품에 대해서도 식약청은 처음에는 제조번호는 공개하지 않고 품목명만 발표해 기존제품과 뒤섞여 오히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식약청에 대한 제약업계의 민심도 한 순간에 등을 돌렸다.
윤여표 청장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식약청은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 발굴로 제약업계의 환영을 받아왔으며 전반적으로 “식약청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탈크파동 조치 이후 식약청이 그동안 쌓아올린 신뢰는 한꺼번에 무너진 상태다. “식약청 방향으로 머리를 향해 눕지도 않겠다”는 노골적인 비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제약사 한 임원은 “최근 들어 식약청이 어떤 방향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결국은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식약청의 의도대로 정책이 추진되겠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식약청의 신뢰도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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