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우월적 지위남용 기부관행 없어지나"
- 최은택
- 2009-09-21 06: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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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계, 기대감 확산…병원계, "저인망식 조사"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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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정 칼날, 이번에 '받은 쪽' 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날인 29일 전원회의를 열고 선택진료비(특진료)와 함께 대형병원들이 제약사들로부터 받아온 기부금의 위법성과 과징금 부과여부를 심의, 의결한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번 조사결과 대형병원 8곳이 기부금과 선택진료비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금에 최대 1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상정된 심사보고서가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다음달 심의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사정당국의 칼날이 불법 자금을 ‘제공한 쪽’(제약사)이 아닌 ‘받은 쪽’(의료기관)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제약업계가 조사결과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반면 해당 병원들은 공정위가 정당한 기부와 학술지원까지 ‘불법’ 잣대를 들이대는 등 실적 부풀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공정위 발표의 파장만큼이나 의료기관 개별 또는 공동의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병원 우월적 지위, 기부금 대가성 리베이트 변질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추앙될 만큼 사회저변에 미덕과 미담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박원순 변호사의 아름다운재단 등 공익재단에 의해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며 언론과 기업들들도 앞다퉈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바통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거래관계가 전제된 ‘기부’는 대가와 특혜 등 부작용이 깃들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조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의료기관과 제약기업간에 형성된 ‘부자연스런’ 기부가 대표적인 예중 하나.
“한 병원이 제약사들에게 매칭비로 수억원대의 기부금을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내규상 병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업체의 유명품목이 원내 코드에서 빠지고 다른 제약사 제품으로 교체됐죠.”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맡고 있는 영업사원의 말이다. 병원 기부금은 이렇게 의약품 시장의 극심한 경쟁행태와 의료기관의 우월적 지위하는 토대 위에서 대가성 리베이트로 악용돼 왔다.
불법거래라는 외피를 피하기 위해 병원에 직접 기부하는 방식보다는 병원을 소유한 학교법인이나 종교재단 등을 통해 ‘발전기금’, ‘후원금’ 용도로 교묘하게 우회지원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이 영업사원의 설명이다.
고가의 그림 등 후원물품도 자주 사용되는 대가성 기부행태다.
특히나 의료기관 신.증축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때에 기부금 수혈은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약협, CP 도입후 우선 척결대상 '기부금' 지목

제약업계가 공정위의 제약산업 불공정거래 조사를 계기로 CP(자율준수프로그램)를 도입하면서 가장 먼저 기부금 관행에 제동을 걸게 된 배경이다.
제약협회 공정거래특별위원회는 2007년 5월 ‘우선적이고 중점적으로 근절해야 할 불공정거래행위’로 ‘거래행위와 관련된 발전기금 명목 등의 기부행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문경태 부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형병원의 신축 등과 관련해 제약사들의 발전기금 기부가 문제가 됐던 것 사실”이라면서 “개별 제약사의 기부의사나 의료기관의 요청에 관계없이 제약협회가 나서 근절시키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집중적인 감시를 통해 적발된 업체들에 대해서는 심진아웃제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해 완전히 근절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제약협회는 곧이어 김정수 당시 회장 명의로 병원 1622곳과 학회, 의약단체 등에 서신을 통해 향후 발전기금 기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실태조사를 통해 병원에 기부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된 제약사를 공정위에 고발하겠다는 뜻을 재확인 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김정수 회장과 어준선 이사장 공동명의로 전국 1400개 병원 병원장에게 같은 내용의 서신을 통보해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연세의료원이 같은 해 11월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비공식 선언, 다른 병원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기부금 적발시 약가인하"…자율정화 넘어 제도화
올해 들어서는 기부금에 대한 규제는 ‘자율정화’ 차원을 넘어서게 됐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투명거래 협약을 마련하면서 ‘의학적’ ‘교육적’ ‘자선적’ 목적으로 공인된 학회 및 연구기관에만 기부가 가능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이 조차 복지부와 병협, 약사회, 의협, 치협, 한의협 등이 승인한 단체 등으로 지원단체를 한정했고, 기부행위 이전에는 협회에 신고해 사전승인을 받도록 강제했다.
당연히 이런 일련의 제한조치를 위반할 경우 약가인하 대상이 되며, 복지부는 더 나아가 공정위나 검찰에 조사의뢰할 것이라고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고장난명’이라.
하지만 제약업계의 노력과 복지부의 제약사에 대한 감시강화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기부행위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받는 쪽’의 동참이나 처벌강화가 수반돼야 실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정위 기부금 조사발표는 의료기관의 기부금 착복실태, 규모, 위법성, 합법적인 기부행위 범위, 검찰조사 의뢰를 포함한 향후 제안조치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여 일대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불가피하게 유탄을 맞을 제약사가 생길 수도 있고 조사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참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면 제약계에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다른 관계자는 “일회성 조사와 발표만으로 하루아침에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더불어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다.
먼저 선택진료비는 ‘비현실적’ 제도운영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개선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현재의 법률을 근거로 사정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기부금도 마찬가지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1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기부금에 해당하는 처분액은 몇몇 대형병원 외에는 10억원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조차 병원의 기준 매출액 산정이 쉽지 않아 ‘정액’ 과징금이 부여될 경우 최대 5억원으로 낮아진다.
문제는 공정위가 취부하는 불법 기부금의 범주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기부금과 선택진료비에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거래상의 지위남용’이 공정거래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적용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진행된 자체 학술행사의 홍보부스까지 기부금 액수에 포함됐다면서 제약사로부터 유입된 금액을 저인망식으로 모두 끌어다 '불법'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학술지원, 기부행위조차 도마위에 올려놨다는 주장.
다른 병원 관계자는 “위법한 사실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경계선이 불명확한 금액까지 한데 끌어모아 병원을 불법의 온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명예를 훼손한 조치”라고 발끈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 대학병원은 제약사들에게 자발적 기부라는 확인서를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상황이 어째됐든 심사보고서가 원안대로 전원회의서 의결될 경우 병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원회의에서 심의 의결될 때까지는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병원과 제약업계가 대가성 불법 '기부금' 거래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 당사자는 물론 정부 당국간에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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