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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약국 약사 피로감 호소…"지원없이 오래 못가"

  • 박동준
  • 2010-08-18 12:30:07
  •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시행 한달…"절반의 성공" 평가

[진단] = 심야응급약국 시행 한 달 평가와 향후 개선과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대한약사회의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이 시행 한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약사회의 지원책 없이 사실상 지역 약사회에 운영이 일임된 채 시작된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은 국민들의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벽 6시 약국 확보 요원…"왜 우리만 희생하나" 불만 토로

경실련은 전국 51곳에 불과한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고 질타한 바 있다.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이 시행 한 달을 지나고 있지만 당초 약사회가 발표했던 서울 25개를 비롯한 전국 51곳의 심야응급약국(레드마크 기준) 확보는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 전국의 새벽 6시 운영 심야응급약국은 30여곳으로 약사회가 발표한 51곳과 비교하면 충족률이 60% 정도에 불과하며 이마져도 특정 지역에 2~3곳의 약국이 몰려있는 등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5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 조차 경실련 등 시민단체로부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회가 약속했던 숫자마져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구약사회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사실상 새벽 6시 약국 운영 포기를 선언하기도 해 시범사업이 지속되더라도 약사회가 약속한 전국 51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회 역시 현재 심야응급약국이 운영되지 않는 지역에 대해 조속한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시범사업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벌써부터 심야응급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회에서는 자신들만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도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원들을 설득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시행이 지연되고 있어 입장이 난처하다"며 "약사회가 시행이 되는 지역을 너무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의약품 취급소, 실효성 논란…약사회 "권장하지 않는다"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과정에서 개별 약국 지정이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제시됐던 의약품 취급소는 시행 한 달 만에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약품 취급소의 경우 개별 약국에 비해 주민들의 인지도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이용률이 개별 약국에서 운영되는 심야응급약국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금천구약 의약품 취급소의 경우 운영 한 달여 동안의 방문객이 4명에 불과했으며 관악구약 역시 일평균 방문객이 1명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 달초에는 서울시경이 사실상 의약품 취급소 장소 임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약사회에 전달하면서 개별 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 쉬운 운영 전략으로 선택됐던 의약품 취급소의 설치마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약사회 내에서조차 의약품 취급소 설치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구약사회장은 "시민들이 찾지도 못하는 곳에 의약품 취급소를 설치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며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약품 취급소 운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취급소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운영되고 있는 지역은 제외하더라도 앞으는 어렵더라도 개별 약국이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행 한달 만에 약사들 피로감 호소…"지원 없이 오래 못간다"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수원시약사회의 경우 심야응급약국 장소 임대를 허락했던 수약국이 운영 일주일 만에 운영을 포기해 메디신월드약국으로 장소를 변경했으며 서초구약사회도 김종환 회장이 일주일간 심야응급약국을 책임졌지만 한계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최근에는 노원구약사회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됐던 경동약국이 장소 임대에 난색을 표하면서 구약사회 급히 회관을 의약품 취급소로 지정해 운영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는 일부에 국한된 사례로 치부할 수 있지만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체력 뿐만 아니라 수익성, 범죄 위험, 의료계의 반발 등 다양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날 수록 시범사업 참여율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회원들이 순번제로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약사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대구시약의 심야약국이 2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원들의 특별회비를 통한 운영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의약품 취급소를 운영 중인 서울의 한 구약사회장은 "일단 첫 번째 근무에는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두 번째 순번이 돌아왔을 때 과연 시행 초기와 같이 동참을 해줄 지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심야응급약국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의 한 약사도 "사명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연말까지 과연 시범사업 초기의 의욕이 유지될 수 있을이지 의문"이라며 "약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약사회가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특별회비 징수 '난색'…복지부 "심야응급약국 홍보 부족"

심야응급약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지역 약사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약사회는 여전히 홍보 외의 지원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이 요원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약사회가 나서 회원들에게 특별회비를 징수해 이를 심야응급약국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약사회는 여전히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열린 전국약사대회를 위해 이미 한 차례 특별회비를 징수한 상황에서도 또 다시 특별회비가 거론될 경우 회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약사회 집행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약사회 관계자는 "중앙회 차원의 특별회비 징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시·도약사회 차원에서 예산 지원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타당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더욱이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유일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홍보활동 역시 복지부에서조차 아쉬움을 표시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시행과 함께 TV 및 라디오, 생활정보 프로그램, 지역방송(케이블)을 통한 안내 등 대대적인 홍보책을 마련했지만 일간지 광고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눈에 띄는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야응급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들은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심야응급약국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의 한 약사는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홍보는 비율로 따지자면 10%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아직도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과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도 국민들이 심야응급약국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야시간대 방문 고객, 칭찬 일색…약사 위상 강화 기여

이러한 가운데도 다행스러운 점은 심야응급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일제히 약사들의 노력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약사 직능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가 가능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줘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대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려세우겠다는 약사회의 전략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 여론이 발생하는 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구매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심야응급약국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선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의 길을 열어두고 차후에 개선책을 파악해 사업을 정비해 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약사회는 시범사업이 한 달이 지난 시점인 오는 26일 국민불편해소TF를 다시 개최해 시범사업 시행 1달 평가 보고서를 마련하는 등 그 동안 보고된 자료를 기반으로 개선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심야응급약국을 운영 중인 경기도의 한 약사는 "심야응급약국은 존재 자체로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심야응급약국은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벽 2시 이후 의약품 구매수요 전무"…약사회, 슈퍼판매 역공

심야응급약국을 찾은 고객들은 약사들의 고군분투에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수요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산출을 가능케 하면서 약사회가 심야시간대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주장에 대응할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심야응급약국을 통해 실제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수요는 크지 않다는 점이 입증될 경우 자연스럽게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야응급약국들 사이에서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방문이 일평균 심야시간대 방문객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후 시간대에는 방문객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서울에서 심야응급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새벽 2시 이후 심야응급약국을 찾는 고객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이라며 "이후 방문객은 사실상 응급실로 가야할 환자"라고 말했다.

심야시간대 근무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의 한 구약사회장은 "고객이 없으면 없는데로 심야시간대 근무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시범사업이 끝날 때까지 의약품 취급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약사들의 비협조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일단은 생각보다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수요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심야시간대보다는 공휴일 운영이 가능한 365일 약국의 확대 부분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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