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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약사들 고군분투…"슈퍼판매 막아라"

  • 특별취재팀
  • 2010-07-20 06:49:19
  • 심야응급약국 운영개시…관공서·약사회관, 약국 변신

[현장르포]=시행 첫 날, 심야응급약국 현장을 가다

수원지역 심야응급약국인 수약국
"그 약국에서 타이레놀 구입할 수 있죠?"

20일 00시30분경 수원지역에서 처음으로 가동된 24시간 심야응급약국인 수약국에 걸려온 전화다.

심야응급약국 첫 당직근무자로 나선 김영후 약사(수원시약사회장)는 "지금 오시면 구입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응대했다.

말도 말고 탈도 많았던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이 19일부터 전국 각 약국, 약사회관, 관공서 등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에 데일리팜은 서울 강남, 마포, 동작, 영등포, 금천, 경기 수원지역 심야응급약국 운영 현장을 방문, 첫 날 표정을 알아봤다.

◆남약사 2인 1조 순번제 투입…취객 박카스 달라며 시비

[수원=강신국 기자]수원시약사회는 팔달구 인계동 소재 수약국을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시행 첫날에는 김영후 회장과 김칠영 약국경영지원단장이 2인 1조 근무로 시작했다.

저녁 10시30부터 가동된 심야응급약국에는 총 5명의 고객이 모기기피제, 두통약, 감기약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자정을 넘어서자 고객 발길은 뚝 끊겼다.

이후 자정을 넘긴 시간 술 취한 취객이 박카스 3병을 주문하며 소란을 피워 약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야응급약국 방범의 필요성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시약사회는 다른 사람의 약국에서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무규정도 정했다.

왼쪽부터 김칠영, 김영후 약사
2인1조로 저녁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근무 하며 조제는 하지 않고 해당약국 컴퓨터는 사용금지와 단일증상 단일품목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김영후 약사는 "남의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약국장인 김동철 약사와의 합의를 통해 조제실 출입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칠영 약사도 "컴퓨터에는 약국의 매출정보가 들어 있는 만큼 아예 켜지 않기로 했다"면서 "약사회 사무국에서 노트북을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심야시간에 발생하는 매출은 모두 수약국에 귀속되며 약사회에서 마련한 10만원으로 약국운영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또한 심야시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과 라디오도 준비했고 2인 1조 근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간이침대도 비치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후 약사는 "시행 첫날이라 고객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시작을 했으니 제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약국에는 김현태 경기도약사회장, 박성진 수원시약 부회장, 한일권 총무위원장 등이 격려차 방문했다.

김현태 회장은 오늘 가동된 경기지역 심야응급약국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약국들을 격려했다.

◆새벽 2시 파트타임 약사 근무…인건비 구약사회 지원

[서울 동작=이혜경 기자]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노들약국. 20일 오전 2시경 대표약사와 파트타임 약사 간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있었다.

노들약국은 동작국약사회 지원으로 파트타임 약사를 고용해 심야응급약국으로 변신한 케이스.

이 약국 이주열 약사는 "동작구약사회의 지원을 받아 파트타임 약사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이 약국은 오후 10시까지 운영돼왔으며, 19일부터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오전 6시까지 운영하게 됐다.

이 약사는 "심야응급약국은 꼭 정착돼야 할 사업"이라며 "시민들이 편리성을 알게 되면 일반약 슈퍼판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수그러 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약사는 "일반약 슈퍼판매는 약물의 안전성, 부작용 등을 책임지는 약사를 벗어나야 이뤄지는 행위로, 약은 약사에게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야응급약국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약사는 "노량진의 경우 학원가, 유동인구 등으로 인해 꾸준히 홍보가 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안센터에 30여종 상비약 비치…새벽 2시까지 운영

[서울 영등포=박동준 기자]영등포구약사회는 서울 지역 24개 구약사회 가운데는 처음으로 지역내 치안센터에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치안센터에 들어선 의약품취급소
경찰서나 구청 등 관공서에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대부분의 구약사회가 장소 협의 및 지정 문제로 취급소 운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등포구약은 발 빠른 대응으로 19일에 맞춰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등포구약 의약품 취급소 개소식에는 대한약사회 박영근 부회장과 신성숙 부회장, 서울시약사회 민병림 회장과 차도련 부회장 등 약사회와 서울시약 임원들이 참석해 개소를 축하했다.

이들 지역 외에도 약사회와 서울시약 임원들은 19일부터 가동되는 심야응급약국 및 의약품 취급소를 일제히 방문해 심야시간대 근무 회원들을 격려했다.

당초 영등포구약은 회원 약국에서 심야시간대 운영을 신청했지만 시범사업 실시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운영 의사를 철회해 긴급하게 지역 경찰서 및 보건소와의 협의를 통해 관내 치안센터에 의약품 취급소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영등포구약은 의약품 취급소가 개설된 영3치안센터의 경우 지역 내에서는 교통의 중심인 영등포시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5호선 출구가 있어 주민들이 보다 쉽게 취급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재현 회장을 필두로 회원들이 당번제로 운영할 영등포구약 의약품 취급소에는 긴급하게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우루사, 게보린, 마데카솔, 겔포스 등 30여종의 일반약이 구비됐으며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잠금장치도 마련됐다.

첫날 당직약사로 나선 주재현 회장
의약품 구입의 경우 약사회나 서울시약의 지원 없이 자체 사업 예산 가운데 일부를 편성했다는 것이 영등포구약의 설명이다.

다만 영등포구약은 60세 이상 고령 회원들이 전체 회원의 7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의약품 취급소를 밤 10부터 새벽 2시까지만 운영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운영 첫 날이라는 점에서 의약품 취급소를 찾는 환자들을 찾을 수도 없어 향후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첫 날 당번근무에 나선 영등포구약 주재현 회장은 "영3치안센터는 영등포시장 인근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지하철 출구와 맞닿아 있어 환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허울 뿐이 아닌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상급회에서 하달한 운영방침이지만 약사의 책무라는 점에서 19일에 맞춰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면서도 "고령 회원들의 비중이 높아 새벽 2시까지 운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심야응급약국으로 슈퍼판매 막았으면"…구약사회 총력지원

[서울 마포=이혜경 기자]평소 오후 9시까지 운영하던 마포구 푸른약국은 19일부터 새벽 6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푸른약국이 위치한 마포구 공덕동 일대는 강남구 논현동에 비해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당일 오후 9시 19분부터 오전 1시까지 4시간 가량 약국을 방문한 고객도 불과 26명 뿐.

하지만 푸른약국 조송미 대표약사는 "심야응급약국이 손해를 볼 수 있을수도 있지만 꼭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 약사는 앞으로 2주 동안 고객수, 객단가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작성, 이후 심야 파트타임 약사에게 통계자료를 전달해주기 위해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국을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통계자료 작성 이후부터는 현재 채용한 약대 대학원생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게 된다.

조 약사는 "마포구약사회 회원들이 파트타임약사 인건비 지원 등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돕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송미 약사와 양덕순 회장
또한 이번 심야응급약국 운영과 관련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저지의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약사는 "솔직해지자"며 "일반의약품이 슈퍼로 나가면 약사들은 망하게 되고 직능의 의무마저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심야응급약국 운영 첫날 약국을 방문한 양덕순 마포구약사회장은 "응급이라는 단어는 보통 명사로서 약국에서 이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약사회 차원에서 응급을 선택하게 된 경위도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양 회장은 "심야응급약국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할 것"이라며 조 약사를 격려했다.

◆약사회관도 훌륭한 약국…심야 의약품 취급소 구청 승인

박규동 회장
[서울 금천=이현주 기자]금천구약사회는 지난 16일 구청으로부터 심야 의약품 취급소 승인을 받고 19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구약사회는 회관이 위치한 시흥동 무지개상가에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했다. 근무시간은 자정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다.

금천구 내에는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 3곳이 있어 이들 약국이 문을 닫은 후부터 심야응급약국을 가동한다는 것.

취급소 운영 첫날 자정 약사회관을 방문해보니 '심야 의약품 취급소' LED간판이 부착돼 있었으며 취급소에는 박규동 회장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또 곽유균·이태경 부회장, 임득련 감사, 박종구 총무위원장, 이성문 윤리위원장의 격려방문이 이어졌다.

구약사회는 약국위원회 사업비 일부를 지출해 상임이사회 회의를 통해 결정된 해열진통제, 소화제, 반창고, 감기약 등 20여종의 일반약과 의약외품을 구비했다.

치안문제를 우려해 인터폰도 설치했다. 취객 등의 난입을 피해 신원 확인후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심야의약품 취급소 승인서와 의약품 판매대장
박규동 회장이 솔선수범해 가능한 매일 근무하겠다고 했으나 근무가 불가능한 날에는 여성을 제외한 남자 임원들을 중심으로 당번조까지 편성했다.

또 일일 운영결과 보고서와 의약품 판매 기록부, 당번들을 위해 취급소 매뉴얼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홍보 부족으로 당분간은 이용객들이 없겠지만 지자체에서 지역광고를 방영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계획을 가지고 있어 차츰 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심야응급약국 또는 취급소를 찾는 이용객들의 통계가 나올 것이고 문제점 파악 및 이에 맞는 해결방안도 마련될 것"이라며 "말도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야응급약국 최적입지 강남 24시간 약국 3인방 "달라진 것 없다"

[서울 강남=이혜경 기자]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대로변에 위치한 온누리제일그랜드약국, 건강한세상행복한약국, 강남오렌지약국은 이미 1년 전부터 24시간 약국을 운영해왔다.

19일부터 대한약사회 차원에서 심야응급약국이 시행되면서 지난 17일(토) 약사회로부터 부여받은 빨간색 현판을 새로 부착한 세 약국.

유동인구가 밀집된 지역적 특색 만큼 오전 12시부터 30여분간 세 약국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어림잡아 각 약국당 20여명은 쉽사리 넘어선다.

지난 10여년 간 논현동 터줏대감으로 24시간 약국을 운영해 온 온누리그랜드약국은 파트타임 약사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심야응급약국 시행 당일 자리를 지키던 약사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한다고 한다.

이 약사는 "그동안 운영돼 오던 24시간 약국은 파트 타임 약사를 고용해 운영하게 된다"며 "24시간 운영해도 그 만큼 유동인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입지"라고 언급했다.

오전 12시부터 20여분 간 온누리그랜드약국을 방문한 고객은 병원 처방전을 들고 온 사람부터 소화제, 두통약, 드링크 등을 찾는 사람들로 다양했다.

온누리그랜드약국 바로 옆에 위치한 강남오렌지약국. 이 약국은 1년 전부터 24시간 약국을 운영해왔다.

수원지역 심야응급약국인 수약국
0 내부 촬영 금지와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탓에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12시 경 이 약국을 방문한 이모(25.남)씨는 "심야응급약국이 시행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원래부터 24시간 운영하는지 알고 붕대를 구매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간 경기도 성남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다 6년 전 강남구 논현동에 터 잡은 건강한세상행복한약국 이명원 약사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매출액을 떠나 근본적인 심성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약사는 "약사들의 24시간 약국 운영은 합병증, 알러지 등으로 인해 심야에 고통 받는 환자들의 더 나은 건강을 위해 매출은 신경쓰지 않고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의사회에서 응급이라는 표현을 거북스럽게 생각하지만, 약사들은 분명 심야에 응급환자가 약국을 방문하게 되면 약을 처방하기 보다 병원에 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약사는 "약사회 차원에서는 일반약 슈퍼판매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대한 약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2시 25분경 행복한약국을 방문한 김모(23.여)씨는 "한 시간 전부터 위산과다,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화제와 피로회복제를 요구했다.

김 씨는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약국이 있어 찾게 됐다"며 "약국이 없었다면 응급실을 가야하는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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