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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제네릭들은 '밀가루약'이 아니었다"

  • 이탁순
  • 2011-06-27 06:50:00
  • 식약청, 약효 의심됐던 약 허가취소…법원 "위법하다"

지난 5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판결이 나왔다. 생동재평가를 통한 허가취소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D사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06년 생동조작 사건 일지

2005년 12월 S약대의 내부고발자가 생동성시험 조작과 관련된 내용을 국가청렴위원회에 접수한 계기가 되어, 이듬해 3월 식약청은 해당 기관에 현장조사를 나갔지만 자료확보 실패로 무혐의 처리한다.

이후 식약청은 2005년 10건 이상의 생동성시험을 수행한 기관을 방문해 식약청에 제출된 자료와 기관 보관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1개 시험기관을 집중조사한 끝에 그해 4월 25일 4개 기관에서 수행한 40품목이 자료 조작을 했음을 확인하고 발표한다.

추가 조치로 식약청은 당시 4000품목의 생동성인정품목의 전수조사를 실시, 2006년 7월에는 자료조작 품목 75품목을 추가로 확인, 생동조작 품목은 총 115개(18개 기관 연루)로 늘어난다.

식약청은 576품목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검토가 불가능해 이듬해부터 생동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8년 7월 검토불가 품목 576개를 공개해 파장을 불렀다. 이 사건으로 식약청뿐만 아니라 국산 제네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1심에서도 법원은 1차 생동성시험 결과만을 근거로 허가를 취소한 식약청의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만일 대법원에서도 1, 2심과 같은 판결이 나온다면 이 약은 허가 취소된 지 2년 여 만에 되살아날 수 있다. 무엇보다 효과가 없는 ‘밀가루약’이라는 누명을 벗게 된다.

의협 자체시험 결과 '동등성 부적합' 나와

D사가 억울하다고 전한 약은 ‘심바스틴정20mg'이다.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치료제로, 조코정(한국엠에스디)의 제네릭이기도 하다.

이 약은 원래 #생동조작 사건 이후 식약청이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한 1차 생동재평가 대상품목은 아니었다. 생동재평가는 2006년 생동조작 사건 당시 생동성시험자료가 없거나 검토가 불가능한 제네릭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약은 어떻게 보면 의료계의 불신이 발단이 됐다. 2007년 1월 대한의사협회는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시중 유통 중인 3개 의약품이 오리지널과 동등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청이 자료조작 혐의로 허가취소한 115품목말고도 약효를 확인할 수 없는 제네릭이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비롯된 시험이었다.

당시 의협이 문제를 제기한 약은 고지혈증약 #심바스타틴을 비롯해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 고혈압약 펠로디핀 등 3개였다. 식약청은 의협 발표 즉시 이들 약을 1차 생동재평가 대상으로 포함하고, 당시 구성된 생동성시험특별심의위원회를 거쳐 생동성시험계획서를 심의하기로 했다.

D사는 생동재평가를 통해 식약청이 내린 허가취소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1, 2심 모두 D사가 승소했다.(사진은 1심 판결문)
그로부터 2년 후인 지난 2009년 3월 식약청은 1차 생동재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심바스타틴 제제 14품목이 오리지널과 동등하지 않다고 판명돼 허가가 취소됐다.

의협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바로 그 약이었다. 14품목은 모두 D사가 진행한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받은 같은 약이다.

D사는 억울했다. 재평가를 위해 다시 진행한 생동성시험에서 적합한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사람마다 약물반응이 다른 '고변동성 약물' 고려 안해

생동성시험은 피험자들이 시험약과 대조약을 투여해 나온 혈중농도의 중간값으로 동등성을 확인한다. 이 때 시험약과 대조약이 80~125% 신뢰구간에 걸쳐야 적합 판정된다.

쉽게 말해 피험자들의 약 흡수율이 같은지를 보는 것이다. D사는 첫 번째, 두 번째 시험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피험자 수를 54명으로 늘려(1, 2차 때는 30명) 재시험한 결과에서는 신뢰기준을 통과했다. 오리지널 약물과 동등하다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D사는 1, 2, 3차 시험결과를 모두 식약청에 제출했다. 식약청은 그러나 당시 기준을 들어 1차 시험 외에는 추가시험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1차 시험 결과대로 오리지널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봤다.

식약청이 생동성시험을 1회에 한해 추가시험을 인정한 것은 2008년 7월부터다. D사가 식약청에 생동성시험계획서를 제출한 게 2007년 4월이라고 보면 식약청의 결정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당시나 지금이나 추가 시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추가시험은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해당병원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통과하면 문제없이 진행해 왔고, 식약청도 이에 별다른 제제를 가한 적이 없다”며 식약청의 행정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바스타틴 제제처럼 개개인마다 흡수율이 다른 ‘#고변동성 약물’의 경우 피험자 수를 늘려 추가시험을 진행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변동성 약물은 흡수율에서 개인차가 워낙 크다 보니 혈중농도의 평균값을 내는 생동성시험에서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에 대부분은 피험자수를 늘려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업계는 고변동성 약물은 기준값을 완화해달라고 식약청에 요청하고 있다. 고변동성 약물로 알려진 의약품은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약,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약 등이 대표적이다. 식약청은 당시 특별위원회를 통해 심의된 시험계획서는 1회 시험만 인정하고 있다며 허가취소는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그러나 식약청이 직권조사를 통해서라도 생동성을 규명할 수 있는데도 단순히 기준을 근거로 1차 시험결과만을 인정해 허가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동등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약 복용 후 피험자의 채혈로 분석하게 된다. (자료사진:신촌세브란스병원)
D사 측 변호를 맡은 진현숙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의약품 재평가의 효능 입증 책임을 식약청도 있다고 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생동성시험 결과가 의약품 효능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은 오리지널과 다르다는 오명을 벗긴 셈이다. 1차 생동재평가 결과 당시 주요 언론들은 이전 생동조작 사건을 떠올리며 의료계의 ‘밀가루약’ 주장을 팩트삼아 국산 제네릭의 품질 신뢰성을 의심했다.

특히 의협에서 문제 제기된 약이 ‘오리지널과 동등성 부적합’이 나오자 비난은 더 거셌다. 생동조작으로 잃었던 신뢰가 이 사건으로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그때 그 약은 결코 ‘밀가루약’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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