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사들이여! 통쾌하게 복수하라
- 조광연
- 2012-02-15 12: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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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이 제정된지 58년 만에 약국 밖에서 의약품이 팔리게 생겼다. 바로 안전상비의약품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국회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이 됐다. 약국 밖에서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을 단 한번도 상상조차하지 않았던 약사들에게 이 사실은 청천벽력이다. 약사가 아닌 사람들이 상처받은 약사들의 내면을 헤아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쩔수 없지 않았느냐' '약사들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한다' 따위의 이야기는 위로보다 모욕을 안겨줄지 모른다. 뉘라서 58년 규범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상황을 눈 앞에 두고 '잘 알겠습니다'고만 할 수 있을까.
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용어를 급조해 낸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의 과정에서 반세기 이상 이 사회가 지켜온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가치는 무너져 내렸다. 대통령 후보시절 전국 약사대회에 참석해 '어떻게 약국 밖에서 의약품이 팔릴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이 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에게 했다는 '그 유명한 감기약 발언'때부터 의약품 안전성은 '슈퍼마켓 진열대의 라면'이 돼버렸다. 주말이나 야간에 열이나고 배가 아픈데 '간단한 의약품, 안전한 의약품'을 왜 살 수없냐고 언론이 묻고, 역시 의약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일부 의사들이 '괜찮다'고 훈수를 두기 시작했을 때 의약품은 졸지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물건으로 둔갑했다. 안전한 물건으로 둔갑하면서 약사들의 안전에 관한 주장은 '밥그릇'이 돼버렸다.
소중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부라면 열이나고 속이 더부룩 한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에서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기전 공공의료시스템을 먼저 연구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매일 아침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라디오에 나와 국민연금의 가치를 줄기차게 홍보하듯 편의점에서 약을 팔 수있도록 하기 전 상비약 정도는 미리미리 갖추라고 캠페인을 전개했어야 옳았다. 국가가 면허로 인정한 약사가 의약품을 독점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박카스를 왜 약국이 독점하느냐'고 자주 따져 물었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진정 국민편의성만을 생각했던 것인지 지금도 석연치 않다. 약사들 앞에서 걱정말라고 했던 진수희 장관의 표변도 여전히 당혹스럽다. 급박하게 1년을 달군 지리한 논란은 진정 국민편의성 만을 위한 것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안전상비의약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약사들은 김구 회장도 믿지 않지만 모법에 20개 품목 이내로 규정하고, 최소포장으로 한정하며, 신규품목 진입 속도를 미국 OTC 모노그래프라는 제도를 차용해 늦춘다는 개정약사법도 믿지 못한다. 그러면서 결국 더 많은 의약품이 슈퍼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우려한다.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 걱정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번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매우 예외적인 만큼 복지부가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했지만, 이 역시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될 수 없다. 58년 약사법이 뒤집어지는 마당이니 말이다. 엄밀히 말해 약사법(藥事法)은 약사(藥師)만을 위한 법은 아니다. 그런 만큼 언제든 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 '국민들이 원하는 바'로 채워져 갈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공포되면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스럽지만 약사들도 현실은 수긍해야 할 시점이다. 대신 법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을 곧게 세우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바로 옆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든 말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의약품의 실효적 지배'에 나서야 한다. '편의점은 어쩔 수 없을 때만 들른다'는 소비자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약국 3.0시대'다. 의약분업 이전 약국을 '1.0 버전'이라고 할 때 의약분업 이후 약국은 '2.0 버전'이다. 약국 3.0 버전은 '모든 약국에서 알찬 복약지도'가 강물처럼 흘러나는 것이 핵심이다. 약사가 약사로 불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다. '환자가 듣기 싫어해요' 따위의 변명은 던져 버려야 한다. 대신 도망치려는 환자를 불러세워야 한다. 약사로서 신념을 건 참으로 힘겨운 투쟁이 될 것이다. 향후 3년내 정착된다면 편의점 품목확대 같은 것은 걱정거리도 못된다. '이왕이면 약국간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편의점 약 판매는 끝이다. 약사들이 신념을 건 스스로의 전쟁을 통해 안전불감증 사회에 똥침을 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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