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국이 망해간다"는 H약사의 '빈둥지'론
- 조광연
- 2012-06-12 12: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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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복도 입을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도 읍내서 조그마한 양복점을 하시던 그 아저씨는 지역 유지였다. 지금처럼 디자이너에 대한 존경심이 따로 없던 때이니 그 아저씨가 유지로 대접 받은 것은 나름 탄탄한 경제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버지는 초등학생이던 아들에게 "대학생이 되면 양복을 맞춰 주겠노라"고 다짐하셨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었을 때 양복점에서 치수를 재는 대신 백화점 기성복 코너에서 이것 저것 걸쳐본 끝에 양복 한벌을 해치웠다. 사람들은 양복점 김씨가 서울로 떠났다고들 했다.
얼마전 '꽤 경영에 밝다'는 대여섯 명의 약사들이 비공식 토론을 했다. '약사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설전이 오갔다. 그 중 H약사가 도발했다. "약국에 문제가 생겼다. 유통에서 약국이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약국에서 적지 않은 상품들이 죄다 사라질 뿐 지속적으로 정착되는 건 없다. 약국은 망해가고 있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약사 스스로 망해가고 있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공포심을 조장해서라도 이 현실을 전국에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이야기하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의 발언이 예사롭지 만은 않았다.
양복점과 약국의 정체성이 엄연히 다른 만큼 '양복점이 어떻게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를 약국과 직접 견줘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약사 독자들은 심히 불편할지 모른다. 그런데 H약사의 말을 들어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 약국이 초기 진입시장, 달리말해 테스트 시장이 됐다고 그는 지적한다. 일정 세어가 약국에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어미와 작은새가 떠난 빈둥지가 약국과 다르지 않다는 말로 치환돼 들렸다. 그는 한 가지 사례를 꼽았다. 대대적인 광고까지하면서 약국에는 주지않고 더블유 스토어, 왓슨, 올리브영 본부와 거래하던 외국산 건강기능식품이 최근에야 전국 약국 10곳에서 테스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브랜드 좋고, 제품력 있는 상품군이 약국을 외면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건강과 연관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들은 한결같이 2만개 약국 매장에 군침을 흘린다. 편의점이 많다지만 약국에는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들의 군침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철철 넘친다. 이쪽 생리에 어두운 사람들일수록 약국 유통의 결과를 미리 상상하며 대박의 꿈에 취하고는 한다. 약국 1000곳만 진성 거래처로 잡으면 금세 일어설 것으로 기대하며 힘차게 약국 시장을 노크한다. 그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백기를 들고 떠난다. 이를 반복한다. 이게 강력한 약국 시장과 건강기능식품 등 업체가 수십년간 벌여온 게임의 룰이었다. 대부분 함께 지는 게임이 약국시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롯데가 약사회의 힘을 믿고 기능성 껌을 유통시켰다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원인과 해답은 무엇일까. H약사는 일반 유통과 다른 결제부분, 반품, 초기 랜딩비용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파워와 함께 셀링파워가 있는 프랜차이즈가 성할수록 유통에서 약국 소외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시행되면, 몇개되지 않는 의약품이 건강관련 제품군을 편의점 안으로 자석처럼 끌어당길 것이라고 걱정도 했다. 해법은 뭘까. 이날 토론에 나섰던 약사들은 입을 모아 전국 약국의 일체화된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산된 힘을 모아야 함께 사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개별약국들의 소극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전국적인 교육 혹은 운동(Movement)이 뒷받침돼 2만개 약국이 같은 방향, 적어도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면 승산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늘 이렇게 간명하다.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과연 누가 있어 척박해진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릴 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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