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불일치 조사받던 약사들, 범법자 위기서 구사일생
- 김지은
- 2012-09-03 12: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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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도매 자료 제출 누락원인…업체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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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A약국 K약사는 지난달 22일 심평원으로 부터 전화한통을 받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청구-구입내역 불일치 2등급에 해당, 현지 확인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K약사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된 공급내역과 심평원의 청구된 청구 내역 간의 불일치한 금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약국을 운영하며 30개월간의 거래명세서와 처방전 등을 일일이 찾아 대조하는 작업이 엄두가 나지 않아 초기에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K약사를 '구사일생'하게 한 것은 예상 외로 지난 주 초에 찾아온 태풍이었다. 지난 주 화요일 태풍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 수가 줄자 약사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직원과 함께 창고 한쪽에 쌓여 있는 의약품 거래 원장을 꺼내 일일이 자료 검토를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K약사는 청구-구입내역 불일치 품목에 대다수를 차지했던 약의 대부분이 S제약에서 거래한 약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K약사는 그 후 S제약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거래한 거래원장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청구불일치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약 800만원에 해당하는 거래 데이터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K약사는 "거래원장을 확인한 결과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6개월 간 S제약에서 약 800만원의 의약품 구매 데이터를 누락, 심평원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 해당 제약사에 항의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추후에 수정보고 하겠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을 하는 모습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K약사는 또 "현지 확인 대상 통보를 받고 일주일 여간 극심한 스트레스와 마음고생은 물론이고 소명자료 준비를 위해 직원과 일일이 처방전과 거래명세서를 찾아야 하는 수고까지 해야 했다"며 "약사는 졸지에 범법자로 몰렸는데 정작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회사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K약사를 더 참을 수 없게 한 것은 사후 S제약의 문제 처리 방식이었다. 약사가 소명을 위해 S제약의 담당자에게 의약품 공급내역의 즉각적인 수정보고를 요청했지만 S제약 담당자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공문이 오면 수정 보고 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보내 온 것이다.
이에더해 S제약은 소명자료 제출을 위해 거래원장과 세금계산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약사의 요구에 엉뚱한 다른 약국의 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K약사는 "S사의 공급내역 보고를 담당하는 마케팅부 대리는 어떤 약이 언제부터 누락됐는지 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다른 약국들에서도 데이터가 누락돼 수정요청을 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수의 약국 거래내역이 누락되거나 잘못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대학병원 문전약국의 B약사도 A약사와 같은 상황을 겪고 최근 '누명'을 벗었다.
B약사는 일주일여 전 심평원으로부터 현지 확인 대상 통보를 받고 심평원을 직접 찾아 청구-구입내역 불일치 의약품에 대한 자료를 받아 소명 자료 준비에 나섰다.
B약사는 직원 2명과 함께 꼬박 3일 간 약국 창고에 쌓아 두었던 거래 자료와 처방전 등을 일일이 찾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3곳의 거래 도매업체에서 일정 기간 의약품 구입 내역 데이터를 누락, 심평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개의 도매업체에서 공급받았던 6가지 품목 중 총 3가지 품목의 의약품의 구입내역 데이터를 해당 업체들이 심평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B약사는 "통보를 받고 여러모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직원들을 며칠 간 다른 일을 못하게 하면서까지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며 "그나마 대형약국인 만큼 직원들이 많아 확인 작업이 가능했지 소형약국들이나 나 홀로 약국들은 통보를 받아도 엄두가 나지 않아 소명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약사들은 전국적으로 현지 확인 대상에 포함된 약국 중 자신들과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약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B약사는 "소명을 위해서는 3년간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처방전의 경우 일부 폐기한 것도 있고 약국들이 방대한 양의 거래원장이나 명세서 등을 모두 정리해 놓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기존에 폐업이나 부도난 도매나 제약사와 거래했다거나 인터넷 거래 등을 이용했다면 자료 제출이 불가능한 만큼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약국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약사는 또 "추후에도 이런 공급내역 보고의 누락이나 오류로 인한 약국의 피해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잘못 보고한 공급업체에 대한 처벌이나 제제가 필요하며 자기 약국의 공급내역 현황을 약사가 직접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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