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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일반약 또 빼앗겨? 약사들 트라우마

  • 강신국
  • 2014-06-21 06:15:00
  • "정부 수순밟기" 주장..."사실무근" 복지부 해명에도 불안

[뉴스분석=편의점 판매약 확대 논란]

편의점 판매의약품 확대 추진 보도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사실무근' 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약사들의 걱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MBC 방송보도 내용이 품목 수까지 공개되는 등 구체적인데다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MBC 보도내용을 보면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현행 4종 13개 제품에서 8개종 15개 제품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사제, 연고, 속쓰림 약 등이 포함된다.

MBC방송보도 화면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해명자료에 모든 게 들어있다며 약사들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약사회도 편의점 상비약 품목수 확대 움직임에 대해 일정 부분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KDI, 정부에 편의점 판매약 확대 건의

먼저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KDI는 성공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정책으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꼽았다.

KDI는 'OTC의약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구매자중 부작용 경험자는 2.8%에 그쳤고 미구입 사유에 대해 국민 63.4%가 필요약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며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OTC 허용품목과 판매장소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5월21일에는 고형우 약무정책과장이 병원약사회 관리자 연수교육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고 과장은 이 자리에서 현행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와 관련, 상비약의 판매처나 품목수 확대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복지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과장은 "복지부에선 상비약 판매처 확대, 혹은 판매 품목 수 확대 중 고민하고 있다"며 "약사회와 지속적으로 만나 입장을 전하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판매 품목 대상 확대 쪽을 고민 중이지만 갑작스럽게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약사회 등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때부터 약사들의 걱정이 시작됐고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틀 후 대한약사회 초도이사회서 편의점 판매약 품목수 확대 문제가 이슈화됐다.

박근희 서울 강동구약사회장은 초도이사회에서 안전상비약 품목수 확대와 판매처 확대 움직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대약 집행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영민 상근 부회장은 "고영우 과장이 병원약사회 행사에서 이야기 한 것은 복지부의 고민을 이야기 한 것 같다"면서 "상비약 판매처 확대 문제는 복지부가 장기 추진과제로 분류하면서 일단 봉합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안전상비약 품목수 확대는 장관이 직접 실무자에게 검토해 보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사회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전했다. 지부장들도 안전상비약 품목확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 약사들 "정부 여론몰이...속수무책으로 당할라"

약사회는 이후 지부장회의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불법의약품 취급 상황 점검을 요청했다. 정부의 안전상비약 판매정책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결국 복지부장관이 실무자에게 품목수 확대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약사회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약
그러나 약사회도 상황이 불리하지 않다. 복지부가 MBC보도 이후 약 2시간 만에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 의뢰를 받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전후 의약품 사용 및 인식변화 연구'(연구책임자 이상영)를 보면 소비자 66.2%가 "지금 수준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여기에 편의점 판매약 품목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의 없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약사회가 챙겨봐야 할 부분도 있다.

약사법을 보면 안전상비약은 일반약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말해 복지부가 마음만 먹으면 국회 동의 절차 없이 20개 품목까지 품목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안전상비약 품목수 확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기 때문에 당분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약사회 입장을 절대 반대인 만큼 복지부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들은 결국 정부가 여론몰이를 통해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지역의 A분회장은 "보도내용을 보면 너무 구체적이라 정부가 작성한 페이퍼를 보고 기사화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결국 정부가 언론을 앞세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경기지역의 B분회장도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 때도 처음엔 복지부도 반대했지만 결국 추진되지 않았냐"며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드라이브를 걸면 속수무책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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