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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독한 승부사 '임성기의 신념'은 옳았다

  • 조광연
  • 2015-03-19 10:12:06

매출이 해마다 쑥쑥 자라나 제약업계 순위 '넘버원'을 위협할 무렵 갈채는 한미약품을 향해 쏟아졌다. 그것도 잠시, 매출이 주춤거리자 칭찬은 사라지고 여론은 쑤군대기 시작했다. 근래 6~7년 한미약품의 사정이 그랬다. 관객들은 국내 기업의 R&D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한미약품의 벤처같은 R&D 투자에 늘 의문 부호를 달았다. '우리가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언제나 몇 발자국 앞에 있었다. 산업계에서 경쟁기업보다 한 템포 빠르게 변신해 온 한미가 지독하게 R&D에 집중할 때 관객들은 박수를 쳤지만 영업실적이 발표되고 나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회사 연간 R&D 투자금액이 대한민국 제약산업 전체 매출보다 크다'는 이야기가 나돌면 한미약품의 선택은 더 무모한 것으로 비쳐지기까지 했다. "R&D? 다 좋다고요, 그런데 성과는 언제 나옵니까. 올해는 배당없어요?" 투자자들은 조바심을 쳤다. 옳은 길 같기는 한데, 회사가 제시한 비전에 흔쾌히 승선하지 못한 건 솔직히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내 일각에서도 우려의 기운은 감돌았다. 도대체 이같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성기 회장은 서울 송파구 사옥에 자신을 유폐시키고, 승부를 걸었다. R&D 부문 책임자인 이관순 대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회장 앞에 앉아 있었다. R&D 진행 현황보고와 논의 때문이었다. 신약개발에 관한한 임성기 회장은 고독한 승부사였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한미약품은 계약금 5000만 달러에다 임상개발, 허가 등 단계별 상업화 마일스톤을 모두 합쳐 6억9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형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파이프라인 창고엔 25건의 유망한 과제들이 임상시험을 단계별로 거치며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먼저 눈에 띄는 파이프라인은 퀀텀프로젝트안에 들어있는 3개 과제다. 바이오 의약품의 체내 약효를 최장 한달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접목한 당뇨/비만 신약후보군이다. 3개 과제는 주 1회부터 월 1회까지 유연한 투여횟수의 가능성을 확인한 GLP-1 계열 당뇨신약, 세계 최초로 주 1회 투여 제형을 노리는 인슐린제제, 이 두 약물을 콤보로 만드는 것등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1월 미국 JP모건 초청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주목받았다. 함께 발표했던 차세대 표적항암제군이나 합성신약, 복합신약들도 아예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데 순조롭다는 게 한미측 설명이다. 파이프라인 창고는 작년 5794억원 매출에 R&D 비용만 1354억원을 쓴것처럼 과감한 R&D 투자로 채워졌다. 작년 매출액 R&D비율은 23.4%였다. 대한민국 산업군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출원된 특허만도 289건이며, 올 1월 기준 연구원은 438명이다. 연초 미국 안과전문 벤처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새 파이프라인도 품었다. 한미는 어느 새 인하우스, 오픈이노베이션을 가리지 않는 R&D 전문기업이 되었다.

대박의 주인공, 다음 제약회사는 어디인가

한미약품의 이번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국내 제약산업계를 한껏 자극할 것이다. '한미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될 것이 때문이다. 이로인해 국내 제약기업들의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에 대한 열망, 다시말해 글로벌 진출에 대한 꿈이 원대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심어 놓은 씨앗들이 땅속에서 꿈틀대며 고 있다. 이 씨앗들은 봄을 맞아 움을 틔우며 초록의 계절 여름과 결실의 가을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R&D를 열심히 하는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는 점도 입증해 주는 것이어서 더 많은 제약회사들에게 R&D의 꿈과 열정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국내 제약업계를 뒤덮은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제약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사회속으로 투영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은 임성기 회장의 개인적 성취와 한미약품의 성과를 넘어 국내 제약산업의 방향타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라이선스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며 전파하고 싶어하는 창조경제가 떠오른다. 제약산업 만큼 창조경제라는 타이틀이 잘 맞아떨어지는 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외 제약회사들이 1000조원 시장을 놓고 전세계 전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제약산업은 전형적인 지식융합형 산업이다. 이미 밝혀져 있는 질병 타깃과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발칙한 상상력으로 연결하면 얼마든 고부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인재가 풍부하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에게는 맞춤형이나 다름없다. 나라경제를 이끌어 온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예전같은 출력(出力)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약산업은 미래를 대비한 새 엔진이 될만하다. 그러려면 정부도 '홍길동의 고민'에서 스스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제약산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R&D하면 돈벌 수 있다는 환경과 믿음을 만들어 주는 것, 정부의 역할이다. 건보재정의 틀에 맞춰 산업을 재단할 때 산업은 활력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한미가 라이선스한 물질이 정부 지원 과제였다는 점을 자축하며, 더 근사한 제약산업의 미래를 그려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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