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뛰기 시작한 제약사들…누가 먼저 성공모델 보여줄까
- 조광연
- 2015-01-30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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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죽(毛竹)을 닮은 제약산업이 '블록버스터'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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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1조 한거 조 본부장은 어떻게 생각하셔?" 작년 말 신년대담 후 김승호 보령제약 그룹 회장이 물었다. "제약 100년사에 첫번째라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규모의 경제 기반을 닦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코프로모션 비중이 크다는 점 때문에 비판도 따릅니다. 선두 기업으로서 신약개발도 하고, 글로벌 진출도 해달라는 기대와 비판이 8할, 질투가 한 2할쯤 되지 않을까요?" 김 회장은 말했다. "그거 엄청난 일 아녀? 100년 동안 누구도 못한 일을 한건데. 난, 내일처럼 좋아. 축하받을 일이야. 코프로모션을 어쩌구 저쩌구 쉽게들 말하지만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여, 그럼. 녹십자가 수출 2억불인가 했다지? 것두 참 대단해." 왜, 김 회장은 두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을까. 아마도 자신이 속히 이루고 싶어하는 꿈의 재확인은 아니었을까?
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여러 분야의 계획과 정책 추진의 목표점을 이 해에 맞춰 놓고 부지런히 뛰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특정한 시점을 정해 다짐하기를 좋아하는 것같다. 새해 금연 결심처럼 말이다. '세계 7대 제약 강국'을 앞에 내건 복지부의 '퀀텀 점프' 계획도 2020에 맞춰졌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산업발전에 필요한 각 분야의 계획을 소개했다. 2019년 5개년 계획이 끝나고, 보신각 종이 울렸을 때 국내 제약산업이 과연 7대 제약강국의 대열에 진입해 있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정부가 세계 의약품 시장이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2017년 1400조 시장으로 커지고, '제약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산업으로 적합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하지 않으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름 애쓰는 점 역시 박수 칠만 하다.

1987년 물질특허 도입 이후 국산신약을 개발하며 역량을 쌓아온 국내 제약사들은 어느 새 도전과 모험에 익숙하다. 전처럼 국내 제약업계가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을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어 때문에 외국 진출이 어렵다는 말은 촌스러운 옛 이야기다. 모국어처럼 영어를 쓰는 인재, FDA 문턱깨나 드나든 인재도 많아졌다.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나 '하늘아래 뫼'일 뿐이라 여긴다. LG생명과학 팩티브 허가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정보를 나누며 FDA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돼 버렸다. 작년 한미약품은 개량신약으로 다국적사와 특허소송까지 불사하며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 동아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한미약품, LG생과, JW중외제약 등은 FDA 허가를 겨냥,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競爭)의식에 갇혀있던 제약사들은 이제 글로벌기업은 물론 엄연히 경쟁 상대인 국내사와 협력(協力)도 마다 않는 단계로 진입했다. 경쟁 아니면 협력이라던 과거 이분법적 사고는 경협(競協·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라는 세련된 옷으로 갈아 입었다. 경쟁하며 협력하는시대가 열렸다. CJ와 대웅제약이 복합제 공동개발에 나서고,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 복합제를 다국적 기업 머크가 세계 시장에 내다 팔려한다. 코프로모션이나 코마케팅은 일상이다. 매출 규모에 가려져 있던 중소 제약사들도 시장의 미세한 틈새를 파고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휴온스는 다른 경쟁자들이 전문의약품 비즈니스에 올인할 때 비급여 시장을 파고들었다. 필러, 보톡스로 성장 기반을 닦더니 중국 GMP 정책이 변화하는 시점을 꿰뚫고 들어가 점안제 전문 공장을 세웠다. 모든 기업의 관심권인 중국시장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다지 특성없어 보였던 대원제약도 의약품 수탁산업에 눈돌리고, 퍼스트 제네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급 성장세를 타고 있다.
배짱도 한층 두둑해졌다. 'FIPCO에서 VIPCO'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데 영감을 받은 탓이다. 다시말해 R&D와 임상, 제조, 판매 등을 한 기업이 독자 수행하던 모델에서 R&D와 임상, 제조, 판매 각 부문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새 모델로의 시프트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중화가 제약업계에 뿌리 내렸다. B형간염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워낙 탄탄한 도입 신약이 많아 연구개발 부문서 평범해 보였던 부광약품은 작년 10월 돌연 덴마크 벤처기업 콘테라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파킨슨병 운동장애 치료신물질을 통채로 안기 위한 시도였다. 글로벌 현지화(글로칼리제이션)를 추구하는 대웅제약은 재작년 중국 바이펑사를 인수했다. 금명간 세계 2위로 부상할 중국시장에 거점을 마련했다. 현지 기업의 혁신으로 개발한 제품을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도 판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비즈니스 스케일이 달라졌다. 한미도 마찬가지. 한해 1000억원이 넘는 R&D를 쏟아 부으며 인 하우스 연구능력을 키워오다 최근 미국에서 우리돈 200억원을 시원하게 쐈다. 안과전문 R&D 벤처에 전략 투자 한 것이다. 유보금 보유액이 큰 유한양행도 인하우스 연구를 지속하며 가망성 있는 벤처 등 기업을 M&A하기 위해 될성부른 물건을 꾸준히 물색중이다.
정부가 먼저 제시한 목표지만,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 7대 강국의 꿈'을 꾸지 못할 이유는 없다. 8년 리베이트 전쟁과 이로인해 사회에 낙인찍힌 불건전한 이미지 때문에 과도하게 주눅 들거나, 자괴감을 과잉으로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끊임없이 윤리경영을 향해 나아가며 보완하고 다시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건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책무다. 자괴감을 드러내 말한다고 해서, 사회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아 해소되지 않는다. 길은 정공법 뿐이다. 그러니 제약산업과 종사자들은 어깨를 쭉 펴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아야 한다. 정부도 정말 제약강국을 희망한다면, 그래서 제약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할일이 있다. 산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산업을 건보재정의 금고로 보면 산업은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산업으로 바라볼 때, 씨앗이 뿌려져 모죽이 자라는 밭을 시시때때로 갈아 엎을 수는 없다. 산업으로 바라볼 때, 건보재정 안정화의 일방적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다. 산업지원과 규제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 놓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럴 때만 신약 블록버스터든, 글로벌 수출 대박이든 만들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진다. 밭을 못살게 굴면 모죽(毛竹)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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