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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 제 모습 보게 만든 건강서울 페스티벌

  • 조광연
  • 2015-09-15 12:14:52

오랫동안 새장에 갇힌 새는 나는 걸 망각한다. 노래마저 잊은 건 아니지만, 도무지 흥겹게 부를 기분을 살려내지 못한다. 해서 가끔 부르는 노래엔 기쁨 대신 슬픔만이 가득하다. 자기 목소리로 울지 못해 그럴것이다.요즘 약국을 보면, 새장에 갇힌 새처럼, 조제실에 갇혀버린 약사의 모습이 겹쳐지곤 한다. 의약분업 이후 획일화된 업무, 다시말해 처방조제에 익숙한 동선이 상상되는 탓이다. 물론 처방에 따른 정확한 조제와 복약상담은 약사에게 맡겨진 가장 가치있는 역할이며, 이를 목숨처럼 지켜내려는 약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진 일상은 자신의 활동반경뿐만 아니라 생각의 넓이와 깊이도 제한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야하는지까지 잊게 만들곤 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의사의 사과 요구에 어서 상황을 정리하자 싶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고,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는 최근 어느 약사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이 최근 조제실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서울시약사회 소속 약사 600여명은 13일 시청광장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건강서울 페스티벌이다. 약사들은 중년과 백세 건강을 이야기 했고, 동물의약품과 건기식, 일반의약품의 가치를 원없이 전달했다. 2000년 8월이후 가슴에 멍울이 진 대체조제에 대해 "약국에 처방받은 약이 없거나, 약을 보다 경제적으로 먹고 싶을 때 믿을 수 있는 대체조제를 이용해 달라"고 웅변했고, "그런 것도 있었느냐"는 동문서답 같은 시민들의 반문에서 오히려 희망을 엿보았다. 이 자리에 나섰던 한 약사의 말이 그렇다. 제발로 걸어와 건강에 관해 묻는 시민들의 발길에서 '약국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는 약사도 있었다. 직업체험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된 코너에 학생들이 대거 몰려, 이것 저것 물을 때 약사 자신의 모습이 꽤 근사함을 돌아보게 됐다는 약사도 있었다. 이런 곳에 '약사의 적은 약사'라느니, '약사는 조제로봇'이라느니 같은 자조는 설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컨베이어 벨트같은 눅눅한 일상에 젖어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지나치게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우거나, 보잘 것 없는 인물로 낮추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지 모른다. 건강서울 페스티벌이란 거울에 비춰본 전문인으로서 약사와 시민들의 얼굴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시민들이 보여준 태도는 건강에 대해 말을 걸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약사님, 거 한가지 만 물어봅시다." 약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처방조제와 복약상담이 집중 강조되면서 자신들의 롤을 한정해 두었다는 반성일지 모른다. 건강이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놓고 시민들과 할일이 많다는 사실의 자각 말이다. 시청앞 광장에서 만났던 시민들의 눈빛과 자신들이 무엇인가 해 주었다고 생각할 때 몸으로 받아들였던 그 기억, 약국으로 끌고 들어오면 시민이나 약국 모두에게 퍽 좋을 것 같다. 이젠 그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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