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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의사들 "아바스틴 쓰게 해달라"…정부는 난색

  • 최은택
  • 2016-01-07 06:14:56
  • "가격 저렴하고 효과도 좋아" vs "미생물 등 오염 우려"

[종합] 아바스틴 사용제한 제도개선 정책토론

위험분담제 적용을 받아 어렵게 급여목록에 등재된 전이성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 갑자기 국회 정책토론 소재가 됐다. 아바스틴을 안과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일종의 '샤우팅카페' 성격의 자리였다. 타깃은 연령관련 황반변성질환.

사실 '아바스틴'은 황반변성치료제로 안과의원에서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돌연 왜 불거져 나왔을까.

토론의 장은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이 마련했다.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한 간담회실에서 열렸는데 참석인원은 30여명 수준으로 많지 않았다. 정부 측 패널(복지부, 식약처)을 빼면 발제자와 정부 측 인사가 아닌 두 명의 패널 모두 안과의사들이었다.

이 때문인 지 발제자인 한국망막학회 문상웅 보험부이사(강동경희대병원 교수), 패널토론자인 같은 학회 유형곤 총무이사(서울대병원 교수)와 안과의사회 이성준 보험이사(연세보안과 원장) 등이 제기한 근거와 논리, 주장 등은 매우 흡사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바스틴은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억제제로 원래 항암제로 개발됐다. 2006년 미국 FDA는 전이성 대장암 등 일부 암 질환에 전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후 안과의사들은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억제한다는 원리에 입각해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치료제로 아바스틴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황반변성질환에 임상적 효과가 처음 보고된 건 2006년이었다. 안과의사들은 이런 임상결과 등을 근거로 루센티스(라니비주맙), 아일리아(아플리베르셉트) 등이 시판될 때까지 아바스틴을 황반변성치료에 써왔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전문안과용제인 루센티스 등이 허가된 이후에도 아바스틴은 계속 사용돼 왔다. 안과용제로는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른바 '허가초과(오프라벨)'로 투약된 것이다.

문상웅 보험부이사는 "불과 10년 전에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지평을 열어줬던 약제가 환자들에게 떳떳하게 쓸 수 없는 약으로 평가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유형곤 총무이사는 "루센티스 등은 고가의 비용과 엄격한 보험급여 기준 등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해) 아바스틴을 안과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성준 보험이사가 제시한 내용을 보면, 아바스틴의 보험약가는 35만7399원, 루센티스는 94만1098원으로 급여 외에 사용될 경우 아바스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루센티스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현재 황반변성과 일부 황반부종에만 인정되고, 횟수도 14회까지만 투약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급여기준에 맞지 않거나 투약횟수를 초과하면 약값은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

이성준 보험이사는 "대부분의 환자는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처럼 루센티스 등은 급여기준이 너무 제한적이고 고가"라면서 "(이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도 입증된) 아바스틴을 사용하는 데 제도적 또는 행정적 문제가 있다면 환자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의논해서 해결하는 게 진정한 규제기요틴"이라고 주장했다.

유형곤 총무이사는 아바스틴은 암 혈관 억제를 위해 개발됐지만 임상적 필요성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안과질환에 사실상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 안과의사들의 이런 절실한 주장은 귀담아 들을만했다. 하지만 정작 '샤우팅'에 나서게 된 구체적인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바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의 갑작스런 약값 환불요구 문제다.

관련 전문가에 의하면, 실손보험사는 항암제인 아바스틴을 안과전문용제로 투약한 것은 임의비급여에 해당된다며, 가입자에서 약값을 지불하지 않고 대신 투약한 의료기관에서 환불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약값을 환불해 준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하반기 복지부 실태조사에서 당시 안과의원의 12%에 해당하는 165개 안과의원이 아바스틴을 취급 중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바스틴 급여등재 후 발생하고 있는 갈등은 안과의사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0년 가까이 문제없이 써온 치료제를 투약하는 게 갑자기 문제가 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아바스틴의 허가 외 사용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주승용 의원과 최경희 의원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잇따라 문제 삼았다.

당시 주승용 의원은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미국안과학회에 발표한 '아바스틴'과 대체 약제 비교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아바스틴'을 맞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11% 더 높고, 뇌졸중은 57% 더 높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또 "미 FDA는 플로리다에서 '아바스틴'을 투여한 환자 12명에게 심각한 눈 감염이 발생했고, 뉴욕타임즈는 LA의 환자 5명이 실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며, 아바스틴 허가 외 사용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약병에 담긴 액체상태의 '아바스틴'을 의사가 나눠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염 위험이 발생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안과의사들의 이날 주장에 정부 측 관계자들은 원칙적인 답변만 내놨다. 당장은 받아들일 수 없거나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먼저 식약처 손경훈 허가초과의약품평가팀장은 "아바스틴은 지난해 7월 기준 다양한 안구질환에 허가 외에 사용할 수 있도록 135건 승인됐다. 유효성과 안전성도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바스틴은 루센티스 등과 달리 항암제다. 안구 투여를 위해 개발된 제제가 아니기 때문에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 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희석하고 남은 잔량은 무균 보관해야 하는 등 안구질환에 사용하려며 이런 문제를 해소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비급여 사용승인(허가 외 사용 승인) 문제부터 짚었다. 그는 "기관윤리위원회(IRB)가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현재 의약품을 허가 외 용도 비급여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구체적인 가능성을 파악해 IRB가 없는 요양기관에서도 비급여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운을 뗏다.

그는 이어 "다만,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바스틴의 허가초과 사용이 급여기준에 반영되면 해결될 수 있다"면서, 일반적인 보험급여 조건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허가범위를 벗어난 급여 사용은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이거나 환자에게 명백히 임상적으로 도움을 주고, 허가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또 사회적 요구도가 큰 경우도 해당된다.

고형우 과장은 그러나 "아바스틴과 같이 대체약제가 있는 치료제는 대체약제와 비교해 명백히 임상적으로 우월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대체약제의 허가 확대 가능성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바스틴의 안과용제 허가초과 사용은 급여화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아바스틴 뿐 아니라 허가초과사용 약제에 대한 급여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비급여 사용승인 등을 포함한 급여기준 관련 제도 전반을 정비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으로 토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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