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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정부-제약 샅바싸움…항암신약 '그림의 떡'

  • 최은택
  • 2016-10-13 06:14:56
  • 키프롤리스주 추가하면 병용약제까지 전액 비급여

심평원 "재정영향 등 타당성 검토 중"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가 더 개선된 항암신약의 출현은 환자들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무진행 생존기간을 늘려주고 삶의 질을 개선시켜 준다는 점에서 이런 과학적 혁신은 환자들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다.

그러나 약값이 너무 비싸 아주 부유한 환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절망의 선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 환자들의 '희망과 절망'은 매번 급여 등재논란으로 이어진다.

암젠코리아의 다발골수종치료제 #키프롤리스주(카르필조밉)도 이런 약제 중 하나다. 이 항암신약은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 올해 5월 비급여 출시됐다.

암젠 측은 공식 시판에 앞서 급여등재 절차를 진행했는데 1차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받았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되면 특례에 따라 환자가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접근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만 결국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암젠, '경평특례' 적용 신청했다가 거부당해

이 항암신약은 효과가 좋은 데 왜 1차 관문을 넘지 못했을까? 13일 심사평가원 약평위 평가결과(7월7일)를 보면, 키프롤리스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에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과 병용해 쓰도록 허가받았다.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을 줄여 'Rd요법'이라고 하는데 여기다 키프롤리스를 더한 이른바 3제요법(KRd)으로 쓰는 약제다. 약평위는 'KRd요법'은 'Rd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 반응률(ORR) 등에서 효과가 좋아 임성적 유용성 개선은 인정하지만 대체약제('Rd요법') 대비 소용비용이 고가라고 평가했다.

또 대상 환자 수 등을 고려할 때 근거생산이 곤란하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가능 약제(경평면제특례약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므로 비급여로 결정한다고 했다.

약평위 "효과개선 인정…경평특례엔 해당안돼"

암젠 측은 경평면제특례약제로 적용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약평위는 특례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한 것이다. 따라서 표면적인 비급여 사유는 경평면제특례 적용 거부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암젠 측이 신청한 높은 약값이 실질적인 이유였다.

키프롤리스는 평가당시 A7 국가 중 미국, 영국, 독일에 등재돼 있었다. 경제면제특례 약제는 A7조정최저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암젠 측은 상대적으로 싼 영국 약가의 조정최저가 수준을 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키프롤리스는 경평면제특례 적용을 거부당한 만큼 현 제도상 경제성평가 자료를 제출하는 일반등재 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이다. 그만큼 급여 등재가 요원하고 환자들이 감내해야 할 '절망'의 시간도 더 길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Rd요법' 25만원…키프롤리스 더하면 1300만원

키프롤리스 이슈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비싼 약값을 전액 부담해서라도 이 항암신약을 쓰고 싶어하는 환자들에게도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 왜 그럴까? 앞서 약평위 평가결과 자료에서 확인한 것처럼 키프롤리스는 'Rd요법'에 더해 3제요법으로 쓰도록 허가돼 있다.

'Rd요법'은 현재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치료법이다. 1주기당 총 500만원 가량 비용이 발생하는 데 이중 환자가 25만원 정도 자부담한다. 그러나 비용효과성 등이 확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는 키프롤리스를 추가(KRd요법)하면 'Rd요법'에도 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키프롤리스의 현 비급여 투약비용은 1주기당 800만원 수준.

다발골수종환자가 'Rd요법'으로 치료받으면 25만원만 내면 되는데, 효과가 더 좋은 'KRd요법'을 선택하면 키프롤리스 비급여 약값 800만원에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Rd요법' 500만원까지 총 13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임상전문가 "Rd요법만이라도 급여 인정해줘야"

1주기당 25만원의 약값을 부담하던 환자들이 1275만원이나 더 돈을 부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 한달에 1275만원의 약값을 더 낼 능력이 없는 환자는 키프롤리스를 쓰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서철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사용하고 싶다. 'Rd요법'에서만 급여가 유지된다고 더 치료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가 있는데도 쓰지 않는 건 어떤 의미에선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는 위법행위(malpractice)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키프롤리스 급여 인정여부와는 별개로 'KRd요법' 선택 시 기존 치료제만이라도 급여를 유지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 퍼제타 사례 인용…"일반원칙 만들어야"

제약계는 유방암신약 퍼제타(퍼투주맙) 사례를 들어 역시 3제요법에 포함된 'Rd요법'에 급여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퍼제타는 전이상 유방암 1차 치료에 트라스투주맙과 도세탁셀에 더한 3제요법으로 사용하도록 2013년 국내 시판 허가받았었다.

그러나 키프롤리스 사례와 동일하게 퍼제타를 포함한 3제요법을 선택하면 이미 급여를 인정받고 있는 트라스투주맙과 도세탁셀까지 전액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후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임상전문가, 환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명백한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퍼제타를 제외한 트라스투주맙과 도세탁셀에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일반원칙이 아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돼 이번에 키프롤리스 논란이 또 불거지게 된 것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상식적 측면에서 봐야 할 사안이다. 3제요법이 기존 2제요법보다 치료효과가 더 좋고, 2제요법이 기존에 급여를 인정받았다면 비급여 신약을 뺀 나머지 2제요법에 급여를 인정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이번 참에 퍼제타 수준(명백히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확인된 경우)에서라도 일반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제약사 급여 등재 해태 가능성" 우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환자 등의 요구가 있어서 현재 재정영향 등을 토대로 허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퍼제타 사례가 있는만큼 제한적으로 허용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약사가 이런 상황을 악용해 신약 급여등재를 해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프롤리스를 포함한 3제요법을 선택할 환자 수가 많지 않거나 환자가 일정정도 경제적으로 감내할 수준이라면 제약사가 급여등재보다는 비급여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그만큼 환자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제약사는 급여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지만, 진정 환자 접근성을 생각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급여등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들의 고통과 니드(필요)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이번달 중 심사평가원 검토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영향과 환자의 요구도, 전문가 의견, 제약사의 급여등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용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퍼제타나 키프롤리스와 같이 비급여 신약과 병용해서 사용되는 기존 약제 급여 논란을 일반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는 지도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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