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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기업의 제약업 진출에 거는 기대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9월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년 넘게 유럽 주식 시장 시총 1위 자리를 지키던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를 제쳤다. 당시 노보노디스크 몸값은 약 790조원. 덴마크의 작년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그야말로 '잘 키운 신약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

제약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을 보면 2000년대 톱 20와 2020년대 톱 20는 차이가 크다. 반면 글로벌 빅파마 순위의 경우 2000년대 톱 20와 2020년대 톱 20의 큰 변화가 없다. 의약품 사업은 한번 잘 육성하면 한 나라 경제 기초가 되는 국가 기간산업이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만큼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의약품 사업은 정부 주도 육성책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 신약개발 업종의 특수성 때문이다. 자원의 집중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정부 또는 국가기관이 공적 자금을 특정 기업에 몰아주기는 쉽지 않다. 제약 산업은 1970년대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했던 전자·중공업·화학·제철·자동차 산업과는 결이 다르다.

국내 대기업들의 제약 사업 진출이 반가운 이유다. HD현대그룹이 신약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상위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를 제외한 8곳이 제약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일찍이 제약 사업에 뛰어든 삼성, SK그룹, LG그룹 등을 포함해 롯데그룹, GS그룹, CJ그룹 등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외 오리온그룹, OCI그룹 등도 앞다퉈 제약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약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대기업의 강점은 막강한 현금 동원력이다.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자체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안정적 재무 구조를 지닌 모기업이 제약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에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롯데지주의 채무 보증을 활용해 9000억원을 단숨에 조달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제약 사업은 돈만 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과거 국내 대기업의 수많은 실패 경험이 이를 방증한다. 한화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이 의약품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겪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롯데와 CJ도 이미 한 차례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최근 제약 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행보를 보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감지된다. 과거 대기업이 제약 사업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한 점이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제 기업들은 긴 호흡이 요구되는 신약개발 업종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시장 진출 전략도 한층 정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그룹만 해도 3년 전 암크바이오 설립 이후 조용히 물밑에서 신약 사업을 위한 준비를 지속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의 오너들이 제약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SK그룹, 롯데그룹, 오리온그룹, HD현대그룹, GS그룹 모두 경영권 승계 작업을 밟고 있는 오너들을 제약 사업에 전진 배치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다. 리스크가 큰 데다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뚝심 있게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력한 오너십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먹고사는 시대는 이제 끝이 보인다고들 한다. 성장 한계를 헤쳐 나갈 신성장동력이 제약 산업이란 덴 이견이 없다. 인류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차치하고라도 제약 사업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성공해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인 셈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국내 대기업들이 이번엔 결실을 보길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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