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은 싫다, 동네로 골목으로 옮겨가는 일본약국
- 정혜진
- 2017-03-29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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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골약국 제도화로 '건강서포트약국' 시행...초고령화 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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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은 '건강서포트약국'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단골약국' 개념을 제도화한 것으로, 개정 후 일본정부가 지난해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약국관련 제도다.
건강서포트약국으로 인증받기 위한 허들이 결코 낮지 않은데도, 약국 대부분이 건강서포트약국이 되려 노력하는 과정이 2017년 3월의 일본 약국 모습이다.
◆ '건강서포트약국', 단골약국과 어떻게 다른가?
건강서포트약국이 갑자기 튀어나온 개념은 아니다. 사회적 공감대는 83년 복약지도료 신설과 약수첩을 통한 약력관리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90년대 본격적으로 단골약국 정착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일찌기 '병의원은 여러 곳을 이용하더라도 약국은 한 곳을 이용하자'는 모토로 '1환자 1약국' 단골약국 캠페인을 펼쳤다.

지진으로 전자약수첩을 소실한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약력 소실 우려가 적은 스마트폰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전자약수첩으로 일본 대부분 국민들은 자신의 주치약사에게 평생동안 약력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시 '단골약국'으로 돌아오자. 단골약국이 되려면 '기준약제 서비스'가 가능한 약국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기준약제 서비스 가능 약국으로 인정되면 약사회가 표징을 줘 약국에 비치할 수 있게 된다.

건강서포트약국은 이 단골약국 조건인 '기준약제 서비스'에 더해 365일, 24시간 언제나 환자를 케어할 수 있도록 더 높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건강서포트약국 선정 기준]
1. 단골 계약 환자에게 24시간 케어 제공이 가능한가. 2. 약국에 혈액, 당뇨, 혈압 측정기를 다 비치하고 있는가. 3. 환자 재택 방문이 가능한가.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약사법의 많은 부분을 개정한다. 2011년에 이미 일부 병원은 약물부작용 환자에게 약사 진료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또한 재택 의료시, 보건소 신고 후 의·약사가 함께 환자 집에 방문하도록 했다.
손 나오타카 약사는 "많은 약국들이 조제전문약국에서 건강서포트약국으로 전환하며 대부분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과 더 가까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약국들이 하나둘 문전에서 동네로, 골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건강서포트약국'은 최근 1년 사이 일본 약국들이 맞은 가장 큰 변화인 것이다.

이 건강서포트약국을 향한 일본 정부의 의지도 강력하다. 24시간 약국을 2025년까지 2만개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인데, 참고로 일본 약제사 면허자는 28만9000명, 조제약국 5만8000곳, 드러스토어가 1만7000곳에 이른다.
2025년까지 조제약국 중 절반 가까운 수를 건강서포트약국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금도 단골약국과 서포트약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약국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교포 3세 백성택 약사는 "'2035년까지 건강서포트약국으로 전환하지 않는 약국은 떨어져 나가라'는 식으로 정부가 강경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에 유독 '2025년까지, 2035년까지'라는 기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 2025년에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공식적인 통계를 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29%에 이른다. 몇년 사이 노인인구는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백 약사는 "환자가 단골약국을 가지면 처방전은 자연스레 주택 밀집지역으로 분산된다. 대체조제 활성화로 약국은 오리지널 처방의약품 접근성이 높을 필요가 없어 건강서포트약국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오오쿠라약국·마리약국
일본약국연수단이 방문한 건강서포트약국 '오오쿠라약국'과 '마리약국' 모두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했다. 특히 오오쿠라약국 외관은 언뜻 보기에 '약국인가' 싶을 정도다.


오오쿠라약국은 조제 전문약국에서 OTC 일부를 갖춰 건강서포트약국 인증을 받은 경우다.
앞서 밝힌 대로 오오쿠라약국 약사 1명이 하루 소화하는 처방전은 20~30건 정도. 50~60건, 혹은 그 이상을 감당하는 한국 약사들에 비해 더 길고 깊은 상담이 가능한 환경이다.
손 나오타카 약사는 "약물 교육, 영양사와 함께 하는 식품 교육, 지역사회 행사나 축제에 참여해 약물 정보를 전하는 일 등 연중 지역 사회 참여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 약사는 "약국들이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건 전반적인 흐름"이라며 "의사회가 운영하는 야간약국(진료소) 당번진료소에 약사 1~2명이 파견되는 것은 물론, 지역 행사에 부스 참여를 하거나 지역주민 무료 건강 상담을 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들이 정부의 건강서포트약국 실적 평가에 반영된다"고 전했다.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조제실을 운영하는 마리약국은 약사 3명이 근무하며 한달 350건 처방전을 수용하고 있다. 1일 평균 10~15명 상담 환자를 받고 하루 방문객수 평균 80명정도의 동네약국이다.
마리약국 약국장은 "정부는 병원 앞에 약국이 몰리기보다 지역 주민 건강을 관리하도록 건강서포트약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서포트약국으로 등록·운영하면서 단순한 제품 판매보다 지역 주만 건강 관리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두드러지는 변화는 약국 형태가 전문화된다는 것"이라며 "한방 전문, 인지증(치매) 전문 등 전문 상담약국으로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성택 약사는 "제도화 이전 '단골약국'은 한 약사가 한 약국에 계속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체인 입장에서 매우 어려웠다. 약사들이 보통 2년이면 이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골 환자를 한 약사가 응대해야 하다보니, 약사 인력 유지가 힘들었다. 약국 입장에서는 약사를 붙잡아두기 위해 출산·육아휴직을 다 주고 다 활용하도록 권장했으나 현실화하기 어려운 제도였다는 것이다.
백 약사는 "그러나 건강서포트는 기업형 드럭스토어 약국체인이 조직적으로 접근해 오히려 동네약국을 앞서가고 있다. 24시간 환자 응대, 주말 영업 등 기업형 약국들이 약사를 고용해 실현하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라며 "현재 153개 약국이 건강서포트약국 인증을 받았다. 우리 체인도 올해 안에 2개 건강서포트를 열고자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약국 역사가 100년이 넘다보니 3,4대에 걸쳐 오래된 동네약국들이 지역에 단단히 밀착돼있다. 이 약국들이 조제 전문 시설과 OTC를 동시에 갖춰 점차 건강서포트약국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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