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신약 개발 경쟁력, 과제 수보다 환자 도달성"[데일리팜=황병우 기자]국가신약개발사업이 2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다음 과제로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성공률을 높이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투자심의 과정에서도 혁신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이분법적으로 보기보다 환자군 정의, 임상적 포지셔닝, 바이오마커 전략 등을 기준으로 과제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지난 8일 '2026 투자심의위원 워크숍'을 개최하고, '성과를 만드는 투자심의: 국가신약개발사업의 방향과 선택'을 주제로 패널토의를 진행했다. 패널토의는 고대경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수석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성훈 연세대학교 교수 ▲임정희 인터베스트 부사장 ▲정재호 연세암병원 교수 ▲백태곤 아름테라퓨틱스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국내 신약개발, 과제 수 넘어 임상·자본 과제 부각 토론은 국내 신약개발 경쟁력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했다.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글로벌 신약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연구개발 역량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이 발생하는 원인이 논의됐다. 패널들은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의 양적 성장은 분명하지만, 이를 글로벌 신약 성과로 연결하려면 임상 3상 자본, 사업화 판단, 환자 중심 개발 전략이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봤다. 먼저 김성훈 교수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양적 확대가 곧바로 글로벌 신약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수천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움직이고 있고, 확률적으로 대부분 실패하더라도 글로벌 신약이 나오는 날은 멀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구조적으로 가능하려면 결국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임정희 부사장은 국내 파이프라인 수 증가를 양적 확대 이면의 구조와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상당수 과제가 초기 임상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고, 대학 실험실 창업 기반 벤처 증가와도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임 부사장은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주체가 회사를 만들고 개발을 주도한다는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업화 관점에서 엄격한 적격 판단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봤다. 임상 현장의 관점에서는 '환자 중심'이 핵심 키워드로 제시됐다. 정재호 교수는 신약개발의 종착점은 결국 환자인 만큼, 물질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바이오마커를 가지고 어떤 임상적 편익을 만들 것인지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환자 도달 가능성에 대한 확률 게임을 하는 것"이라며 "물질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약 후보물질 수가 아니라 임상적 편익을 기준으로 경쟁력을 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환자 세그먼트에서 어떤 클리니컬 포지셔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수천 개 약물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투심 역할, 혁신성과 실패 가능성 함께 봐야 국내 신약개발 경쟁력 진단 이후 토론은 사업단과 투자심의위원회의 역할로 옮겨갔다. 고대경 수석은 글로벌 경쟁력, 혁신성, 성과 가능성, 사업화 가능성 가운데 어떤 기준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물었다. 이 구간에서 논의의 초점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고르는 것'과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조기에 걸러내는 것' 사이의 균형으로 모였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단기 성과만 볼 수 없지만, 혁신성만을 앞세워 개발 가능성 검증을 늦추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정 교수는 투자심의의 핵심 기준으로 '트랜슬레이셔널 프로버빌리티', 즉 환자 도달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공적 지원의 역할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조기에 스크리닝 아웃하는 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개발이라는 위험한 여정의 엔드포인트는 환자 도달 가능성"이라며 "이를 정량화하고 지표화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투자심의위원회의 다음 세대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DDF가 남은 기간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에서는 경쟁력과 사업화 가능성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국가 차원의 장기 신약개발 로드맵과 개별 사업단의 단기 로드맵은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이 보다 중요하게 언급됐다. 임 부사장은 투자심의위원회를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이유도 한 과제를 여러 관점에서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사장은 베스트 인 클래스 약물을 지향한다면 경쟁 약물과의 헤드투헤드 디자인,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작용기전, 근거 있는 실험모델, 임상시험 디자인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블 타깃에 대해서도 연구와 개발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아카데미 입장에서 노블 타깃은 장기간 탐구할 수 있는 연구 주제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제한된 자원과 시간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속 사업, 임상 성공률 높이는 지원체계 과제 토론 후반부에서는 국가신약개발사업 이후의 지원 방향과 후속 사업 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들은 후속 사업이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과제의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봤다. 투자 연계, 임상기관 매칭, 플랫폼 기술 지원, 휴먼 PoC 확보 전략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디스커버리와 임상 단계의 지원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디스커버리 단계는 리스크가 큰 만큼 기업의 전략적 투자와 공동연구를 연계하고, 국가 예산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 프로그램에 보다 집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또 김 교수는 플랫폼 기술 지원 트랙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기술은 개별 파이프라인과 달리 독자적 가치가 있지만 민간 투자 관점에서는 애매하게 보일 수 있어 공적 지원이 별도 트랙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후속 사업의 재원 확보, 전문가 자문단 운영, 공공 주도 위험분담 체계, 법적 기반 마련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정부 예산만으로는 후속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연금 등 장기 투자 자금과의 연계, 민간 자본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혁신성 확보, 평가와 관리의 균형, 중단 과제 예산의 재활용, 전문가 조직의 연속성 등이 모두 후속 사업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혁신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평가 기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VC 입장에서는 조기 엑시트가 중요할 수 있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끝까지 지원받아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개발하고 싶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계 평가나 말 평가에서 중단되는 과제도 있는데, 중단된 예산을 어떻게 다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26-05-11 06:00:46황병우 기자 -
'리브리반트' 급여 난항…엑손20 폐암 치료공백 지속[데일리팜=손형민 기자]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의 급여 논의가 다시 미뤄지면서 치료 접근성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변이는 기존 EGFR 표적치료제 반응률이 낮고 치료 옵션도 제한적인 영역으로 꼽힌다. 현재 사실상 리브리반트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급여 적용까지 지연되면서 환자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최근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에 대한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재논의로 결정했다. 이번 평가 대상은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EGFR 엑손20 삽입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단독요법이다. 리브리반트는 지난 2022년 12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지만 현재까지 급여 적용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에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카보플라틴·페메트렉시드 병용요법 ▲EGFR 엑손19 결손 또는 L858R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에서 레이저티닙 병용요법 ▲EGFR TKI 치료 이후 환자 대상 카보플라틴·페메트렉시드 병용요법 모두 잇따라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엑손20 변이 치료제 잇단 고전…리브리반트만 남아 EGFR 엑손20 삽입 변이는 기존 엑손19 결손이나 L858R 변이와 달리 구조가 복잡하고 아형이 다양해 치료제 개발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치료제 개발 실패 사례가 이어졌다. 다케다의 경구 표적치료제 '엑스키비티(모보서티닙)'는 초기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28%를 근거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확증 임상 3상 EXCLAIM-2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포지오티닙 역시 기대에 못 미친 효능과 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리브리반트는 현재 해당 영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허가받은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특이적 항체다. EGFR 변이 외에도 MET 의존성 내성 경로를 함께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전체 환자의 약 10~15% 정도에서 MET 기반 내성 기전이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환자군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데, 리브리반트는 장기 생존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차 병용요법 효과 확인…환자 부담은 여전 리브리반트의 급여 논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는 단독요법보다 1차 병용요법의 치료 가치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PAPILLON 임상 3상에서 리브리반트와 알림타(페메트렉시드)·카보플라틴 병용요법은 기존 화학요법 대비 PFS와 ORR을 모두 개선했다. 해당 임상은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엑손20 변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08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에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의 PFS는 약 11.4개월로 기존 화학요법군 6.7개월 대비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만 현재 급여 논의는 2차 단독요법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급여 상태가 이어되면서 환자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리브리반트의 연간 비급여 투여 비용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기 4주 동안은 주 1회 투여가 이뤄지기 때문에 첫 치료 구간에서 비용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다. 이후에는 2주 간격 투여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제약사가 초기 투여 구간에 대해 일부 비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 환자 부담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4주 동안은 약가 일부를 지원하고 이후 유지 치료 구간에서도 일정 비율 지원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얀센이 단독요법 급여 논의와 별개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병용요법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브리반트는 현재 렉라자 병용을 중심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엑손20 삽입 변이 영역에서도 초기 치료 단계 활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1차 병용요법 중심으로 치료 전략이 확대되는 반면, 급여 논의는 여전히 2차 단독요법에 머물러 있어 제도와 치료 흐름 간 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2026-05-11 06:00:44손형민 기자 -
"AI시대 약사 생존법, 단순 조제 넘어 지혜형 전문가 돼야"[데일리팜=김지은 기자]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무엇을 타깃으로 약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기초과학의 몫입니다. 그리고 약사의 미래 역시 AI에 대체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34년 간 재직하며 독성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활동해 온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67, 서울대)이 AI 시대 속 약학교육과 약사 직능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 원장은 서울대 약대 학장과 한국약학교육협의회 2대 이사장을 지내면서 약대 6년제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내 최고 과학기술 석학 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AI·바이오 융합 시대 속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조망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지난해 정회원 4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를 통해 원장직에 당선됐으며 내년까지 3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데일리팜이 지난 8일 정진호 원장을 만나 AI 기반 신약개발, 약사 직능 변화, 약학교육 혁신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약사이자 과학자, 현 과학기술한림원장으로서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바이오시밀러나 CDMO 같은 제조·상용화 영역에서는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의 ‘추격자(Follower)’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연구개발 혁신 역량이 핵심입니다. 특히 AI 기반 신약개발 시대에는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기술뿐 아니라 약효·대사·독성을 실제 검증할 수 있는 전임상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실험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AI와 기초과학, 검증 인프라가 함께 가야 합니다. -AI와 바이오 기술 융합으로 약학 분야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신약개발 패러다임 자체입니다. 과거 Wet-lab 중심에서 AI 기반 예측·설계와 자동화 실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AI가 결국 ‘속도’를 높이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진짜 혁신은 질병의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는 기초과학에서 나옵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AI와 기초과학이 함께 맞물린 ‘초융합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시대 속 약학계의 존재감과 역할은 충분하다고 보이나요. 약학은 분자 수준 화학 설계부터 환자의 임상 결과까지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학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융합 시대에 매우 강력한 자산을 가진 분야입니다. 하지만 약학계의 잠재력에 비해 사회·정책적 영향력은 아직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내부 네트워크 중심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는 AI 신약개발, 정밀의료, 디지털 치료기기 같은 국가적 의제를 약학계가 먼저 제시하고 주도하는 ‘아젠다 세터’로 나아가야 합니다. -AI 시대 속 약사 직능의 가장 큰 위기와 기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직능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래 약사는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가장 큰 위기는 단순 조제와 매뉴얼화된 복약지도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런 영역은 AI와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가장 큰 기회는 초개인화 정밀의료 시대입니다. 유전체·생활습관·웨어러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환자의 삶에 적용해 줄 전문가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전문가의 가치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오는 것이죠. 약사는 이제 단순히 약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직업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관리하는 ‘라이프케어 코디네이터’로 확장해야 합니다. 저는 ‘살아남는다’는 표현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미래 약사는 단순한 ‘지식형 전문가’가 아니라 정보를 환자의 삶에 적용하는 ‘지혜형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유전체·웨어러블·리얼월드데이터(RWD)를 해석하는 데이터 역량과 함께, 환자의 정서와 복약 이행을 이끌어내는 인간적 신뢰 능력이 동시에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복약상담과 디지털 치료제 확산 속 약사, 지역 약국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비대면 진료 확대와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결국 약국은 ‘단순 조제 공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첫째는 다제복용 환자 복약관리 거점 역할입니다. 둘째는 비대면 의료 시대의 안전판 역할입니다. 화면 너머 처방이 환자의 실제 상태와 충돌하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검증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디지털 헬스 안내자 역할입니다. 의료가 비대면화될수록 오히려 지역 약국의 대면 신뢰와 접근성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약대 6년제 도입을 주도했던 입장에서 현재 약학교육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더불어 현재 약학교육은 AI 시대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고 보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실패한 6년제’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시 6년제를 추진하며 지역·병원·산업 약사 중심 교육 체계를 만들고 국가시험 개편도 함께 추진했지만, 결국 제도 변화가 현장 보상 체계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교육 연한과 임상 역량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죠. 또 하나는 연구 중심 교육과 임상약사 교육이 점점 분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연구와 임상을 동시에 이해하는 ‘하이브리드 약학 인재’가 필요합니다. 현 약학교육의 AI 시대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현장은 이미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약학교육은 여전히 미래 과제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AI·데이터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다만 단순히 과목 몇 개 추가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교수진 구성, 연구 방향, 국가시험 체계까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개별 대학 자율에 맡기기 어렵습니다. 국가 차원의 톱다운 방식 지원과 약학교육협의회·약사회·국시원의 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미래 약대생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꼭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융합 역량입니다. 약학뿐 아니라 AI·데이터·임상의학·생명공학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실패에서 배우는 회복력입니다. AI 시대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셋째는 환자를 향한 공감과 윤리적 책임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약은 결국 사람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환자의 눈을 마주 볼 줄 아는 약사가 진짜 전문가입니다. 저는 오랜 세월 약학대학 강단에서 미래의 약사를 길러내는 일에 몸담아 왔고, 정년퇴임 이후에는 과학기술계의 최전선에서 과학기술 전반의 현안을 살피고 변혁을 모색하는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약학과 과학기술은 더 이상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약학이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흡수하고, 동시에 그 변화의 결실을 국민건강이라는 가장 따뜻한 가치로 환원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한림원장으로서 우리 원이 앞으로도 약업계가 추격자(Follower)를 넘어 글로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고 약사가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현장에서 가장 따뜻하게 실천하는 신뢰받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이길 기대합니다.2026-05-11 06:00:42김지은 기자 -
[데스크 시선] 한국산 개량 약품, 환자들은 정말 편해졌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형 변경 제네릭은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트렌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특히 정제를 구강붕해정으로 변경해 복용 편의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녹여서 먹는 구강붕해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 연하곤란 환자들에게 분명 편리한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러 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동일성분의 구강붕해정을 개발한다? 소수의 환자층을 생각하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일례로 고지혈증치료제로 사용되는 피타바스타틴 구강붕해정에 오리지널사뿐만 아니라 다수 제네릭사들도 제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로 이미 포화상태 상황인 데 말이다. 구강붕해정 제품 개발 경쟁 이면에는 약가가 있다. 국내 약가 산정은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을 기준으로 한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이들 조건을 갖춘 동일제제가 20개를 넘게 되면 다음 등재되는 제품은 직전 최저가보다 15% 낮게 산정된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가 있기 때문에 현재 최저가인 462원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형이 다른 구강붕해정은 현재 등재된 제품이 없어서 동일 성분 최고가인 561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환자층 자체가 적은데 최고가를 받는다 해서 기업의 이윤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제약사들이 경쟁한다면 파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제약사들은 이윤을 맞추기 위해 구강붕해정으로 알약 복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환자층도 노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일반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구강붕해정을 처방받게 될 수도 있다. 만약에 두 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약마다 제형이 다를 경우 불편은 더 가중된다. 하나는 물로 알약을 넘기고, 또 하나는 녹여서 먹여야 되는 불편이 생긴다. 특정 환자층에 편하게 복용하라고 만든 약이 일반 환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선택은 오로지 의료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개발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약을 하나에 담은 복합제는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새로운 조합의 제품들이 계속 생겨난다. 복합 개량신약도 약가 가산이 부여된다. 이제 붐을 탄 구강붕해정 개발도 시장 성공이 확인된다면 더욱 진화될 것이다. 약국 진열대는 이러한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약국에서는 한국산 개량 약품이 재고 문제의 골치덩어리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약들이 수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출현은 환자들에게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복합제나 제형변경 등 한국산 개량 약품이 과연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제품개발 경쟁을 약가가 유인하고 있다면 정부는 꼭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지금의 약가 산정 제도를 다시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026-05-11 06:00:40이탁순 기자 -
한종철 마이크로트 대표 "임플란트로 녹내장 수술 표준화"[데일리팜=최다은 기자] 마이크로트가 녹내장 수술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임플란트 기술을 앞세워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기존 수술이 의사의 숙련도에 크게 의존했던 것과 달리, 디바이스 기반으로 안압을 정교하게 제어해 예측 가능한 치료 결과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녹내장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이고 정밀한 안압 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121만명으로, 2020년 96만명 대비 약 26% 증가했다. 환자 수 확대와 함께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 옵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종철 마이크로트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안과 의료기기 연구 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후 2019년 마이크로트를 설립했다. 한종철 마이크로트 대표는 지난 8일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이머 코엑스 5층에서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서 “녹내장은 단순히 물을 조금씩 배출해주기만 해도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그동안 이를 정밀하게 구현하지 못해 치료 공백이 존재했다”며 “수술 결과를 디바이스가 일정 부분 표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손 감각 의존 수술 한계”…디바이스로 표준화 녹내장 수술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섬유주절제술은 봉합 강도에 따라 안압이 달라지는 구조로, 숙련까지 수년이 걸리는 고난도 술기로 꼽힌다. 이로 인해 수술 결과의 변동성이 크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부담이 큰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한 대표는 “기존 수술은 구멍을 얼마나 뚫고 얼마나 조일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수술 예측성이 떨어지고 환자와 의사 모두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트가 개발한 녹내장 임플란트 ‘에이스트림(A-Stream)’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약 6mm 길이, 100마이크로미터 내경의 실리콘 튜브에 스텐트를 결합해 초기 압력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한 대표는 “초기에는 안전하게 배출을 제한하고, 필요 시 스텐트를 제거해 배출량을 늘리는 투스텝 접근이 가능하다”며 “의사에게 수술 자유도를 제공하면서도 합병증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MIGS 넘어 MIBS로…“정밀 안압 제어 경쟁” 녹내장 치료는 약물, 레이저, 수술 순으로 진행되지만, 각각 한계를 갖는다. 약물은 평생 복용 부담과 순응도 문제가 있고, 레이저는 효과 지속성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미세침습 녹내장 수술(MIGS)은 절개 부담과 합병증을 줄였지만, 중증 환자에서는 안압 하강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MIGS의 안전성과 기존 수술의 효과를 결합한 미세침습여과포수술(MIBS)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표는 “MIBS의 핵심은 환자별 목표 안압에 맞춰 방수 배출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하느냐에 있다”며 “결국 임플란트 기술이 수술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에이스트림’…단계적 압력 조절로 차별화 마이크로트가 개발한 녹내장 임플란트 ‘에이스트림(A-Stream)’은 이러한 임상적 요구를 반영해 설계됐다. 내경 100μm, 외경 228μm, 길이 6mm의 초소형 실리콘 튜브 구조로, 안정적인 방수 배출 경로를 확보하면서도 과도한 저안압을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립코드(ripcord)’ 구조를 적용해 초기에는 배출량을 제한하고, 필요 시 제거해 배출을 늘리는 단계적 안압 조절이 가능하다. 한 대표는 “충분한 배출과 안전성 사이의 좁은 치료 범위를 맞추는 것이 녹내장 수술의 핵심”이라며 “에이스트림은 이 균형을 구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존 수술과 유사한 효과”…변동성 줄인 것이 강점 국내 녹내장 환자는 약 120만명 수준이지만 실제 수술 환자는 5% 미만에 그친다. 수술 난이도와 합병증 부담으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정상 안압 범위에 있어도 질환이 진행되는 환자, 약물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 환자 등 치료 공백이 존재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수술 옵션이 확대되면 수술 적용 대상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트는 최근 발표한 12개월 임상 데이터에서 기존 섬유주절제술과 유사한 안압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술 후 안압 변동성이 적고, 과도한 저안압(안압 과도 감소)이나 급격한 상승 사례가 줄어든 점이 특징이다. 이는 수술 후 관리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평가된다. 한 대표는 “성공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안압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가 임상에서 더 중요하다”며 “환자 예후뿐 아니라 의사의 치료 부담까지 줄이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녹내장 전주기 솔루션 목표…IPO도 준비 마이크로트는 향후 녹내장 치료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이스트림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군을 위한 차세대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 대표는 “하나의 제품이 모든 환자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경증부터 난치성 녹내장까지 단계별 치료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IPO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 뒤 기술성 평가 등을 통해 2~3년 내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2026-05-11 06:00:38최다은 기자 -
[특별기고] K-의료기기 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의료기기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이제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산업의 성패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과 연구, 임상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산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된다. 오늘날 의료기기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며, 의료기기산업을 도시 성장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고 있다. 융합기술과 시장 확대, 새로운 패러다임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바이오기술이 결합하는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다.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은 의료진의 판단 정확도를 높이고, 웨어러블(Wearable) 기기는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의료기기의 활용 범위 역시 병원 중심에서 일상생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 발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반시설 조성, 연구개발 투자, 임상 연계 체계, 전문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의료기기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로봇·디지털·바이오 기술이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 산업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15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8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4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기간 3억 7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6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의료기기산업이 기술 혁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주권과 인재, 산업 경쟁력의 두 축 아울러 산·학·연·병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 현장의 수요가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축적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특허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주권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공학, 의학, 소프트웨어, 규제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해외 인허가와 시장 진출을 주도할 전문인력 확보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의 전략적 다변화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며,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생태계 기반을 갖춘 지역 거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산업과 지역의 동반 도약 남양주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의 우수한 교통과 정주 환경, 풍부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의료기기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강점에 더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병행되면서 연구개발 인력과 산업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여건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앵커기업, AI, IT·팹리스(fabless), 첨단제조 등 4개 혁신 클러스터로 구성돼 미래 산업이 집적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과 시너지를 유도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반 위에 협회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행정 역량, 산업 인프라가 결합하면 의료기기 산업생태계는 실질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산업 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반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앞으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양주시는 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2026-05-11 06:00:35데일리팜 -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불법 창고형약국 단속 약속"[데일리팜=강신국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와 경상남도약사회가 정책협약을 맺었다. 김 후보는 9일 진주에서 열린 ‘경상남도약사회 분회장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최종석 경상남도약사회장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김 후보와 경남약사회 정책협약에는 ▲불법 창고형 약국 단속 ▲공공 심야약국 지원 확대 ▲명절·휴일 운영 약국 지원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확대 ▲방문약사제 도입·약료 서비스 확대 등이 담겼다. 최종석 회장은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친약사적인 지방분권이 돼 약사들의 현안이 국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최대한 빨리 만나 시간이 좀 걸리는 문제들은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하나하나 단계들을 여러분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2026-05-10 22:30:53강신국 기자 -
"AI 툴 약사가 직접 만들어라"...바이브코딩에 답이 있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약사가 직접 인공지능을 제어해 업무 도구를 제작하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 약사 직역의 차별화된 생존 전략으로 제시됐다. 10일 고양 킨테스에서 열린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장동인 KAIST AI 대학원 책임교수(AIBB LAB 대표)는 ‘AI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과 약사의 준비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의료·헬스케어의 미래상과 약사가 마주한 위기 및 기회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장 교수는 AI가 신약 개발 기간을 10년에서 7년 이내로 단축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신약 출시 속도가 빨라지고 약사가 학습해야 할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존의 ‘표준 처방’이 유전형과 생활습관을 고려한 ‘정밀 처방’으로 전환되면서, 약사는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닌 ‘해석과 맥락’ 중심의 전문가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조제 업무의 자동화와 처방 검증의 고도화(약사 검증 정확도 향상 보조)를 이끄는 동시에, 환자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직접 약물 정보를 검색하면서 약사의 ‘단순 정보 제공 가치’를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약국의 위치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매출 구조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재정의의 기회’로 보았다. 약사의 역할을 ‘정보 제공자’에서 환자의 건강 여정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는 ‘경험 설계자(Experience Designer)’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다제 복용 환자 관리와 방문약료 사업은 AI가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휴먼 터치’ 영역으로서 약사의 새로운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응 전략으로는 PACT(팩트) 프레임워크가 제시되었다. 즉 ▲P(Proficiency)는 단계별 AI 도구 활용 역량 확보 ▲A(Adaptation)는 단순 업무는 AI에 위임하고 환자 심층 상담 등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재설계하는 적응 ▲C(Connection)는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질적으로 강화하는 연결 ▲T(Trust)는 면허 소지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최종 판단과 검증 수행 등이다. 현재 약사 사회의 AI 활용은 검색이나 문서 생성 수준(1~2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장 교수는 4단계인 ‘바이브코딩’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바이브코딩은 코딩 지식 없이 한국어로 의도를 설명하면 AI가 앱을 제작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약사는 5분 만에 ▲고혈압 복약 캘린더 ▲OTC 추천 트리 ▲신약 정보 요약 카드 등 자기 약국만을 위한 맞춤형 도구를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장 교수는 강력한 보안 수칙을 당부했다. 환자의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상세 처방 정보 등 개인정보를 ChatGPT나 Claude 같은 외부 AI에 절대 입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지킨다면 AI는 약국 운영과 환자 교육을 위한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즉각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무료 AI 계정 개설 후 환자 질문 1개를 입력해 AI의 능력 체감하기 바이브코딩 도구를 이용해 첫 번째 복약 캘린더 양식 제작하기 자신만의 약국용 특화 도구 1종을 완성하고 동료와 공유하기 등이다. 장 교수는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약사를 넘어, AI에게 시킬 줄 아는 ‘바이브코더’ 약사가 되는 것이 미래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2026-05-10 15:55:20강신국 기자 -
"AI와 함께하는 진화하는 약사"...경기약사학술대회 개막[데일리팜=강신국 기자] 'AI와 함께 진화하는 약사'를 주제로 10일 고양 킨텍스에서 제21회 경기약사학술대회가 약사, 약대생 등 2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이 올랐다. 경기도약사회(회장 연제덕)가 주관한 학술대회에는 다양한 학술강좌와 업체홍보 부스. AI 체험관 등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약사들은 이른 아침 행사장에 도착해 필요한 학술강의를 듣고 업체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제품 설명과 홍보물을 받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학술대회에는 AI가 가져올 변화를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강좌가 마련됐다. ‘AI 시대, 약사의 미래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메인 심포지엄에서는 약사 전문성, AI 개발, 법적 리스크 관리 등이 논의됐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약국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인 AI Pharmacy Zone(AI 체험관)이 운영됐다. 연제덕 경기도약사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라며 "다양한 학술강의와 심포지엄, 현장 중심 프로그램, 그리고 AI Pharmacy Zone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시길 바란다"며 "회원의 권익을 지키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미래 세대 약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근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은 "이 자리는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라며 "약사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사람,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행사 개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하반기에는 한약사 문제 해결과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현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권 회장은 "AI 관련 강좌들이 많은데, 오늘 마련한 심포지엄을 다 듣고 갈 예정이다. 관련 내용이 대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경기약사학술대회를 축하했다. 이어 도약사회는 논문공모전, 약사직능홍보 동영상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논문 공모전 대상은 부천시약사회와 가톨릭대 약대의 '경기도 방문약료 사업의 변화 분석'이, 동영상 공모전 대상은 고양시 유선춘 약사의 ‘약사의 약속’이 차지했다.2026-05-10 13:45:26강신국 기자 -
위기 자초한 영업 외주화…제약사 옥죄는 '자충수'됐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고강도 제네릭 약가 인하에 이어 CSO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제약업계 영업 지형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폭적인 약가 인하로 수익성 보전에 비상이 걸린 제약사들이 향후 강화될 규제에 대비해 영업 현장의 통제권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이 마케팅 역량과 준법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CSO’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약가인하와 규제 강화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제약업계에선 제약사들이 변칙적인 생존 전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현행 약가 정책의 구조적 결함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반기 CSO 규제 강화 움직임…“50% 이상 고율 수수료 타깃 가능성”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올 하반기 CSO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카드를 마련 중이며 복지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안다”며 “상반기에 약가제도 개편 밑그림을 완성한 뒤, 하반기엔 CSO를 중심으로 한 제약 영업 현장에 현미경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를 지렛대로 삼아 제약사와 CSO의 영업 행태를 집중 감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수수료율 상한제’ 혹은 ‘처방실적 연동형 수수료 계약 금지’ 등 고강도 대책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CSO에 지급되는 고율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냉담하다. ‘50%를 상회하는 고율 수수료 체계가 과연 정당한 마케팅의 대가인가’라는 의구심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제네릭 약가인하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CSO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CSO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비가격 영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해결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법당국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리베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네릭 판촉 수수료가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리베이트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과도한 수수료율 설정 행위 자체가 제약사가 CSO의 리베이트 제공을 묵인하거나 공모했다는 ‘공동정범’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다한 수수료율은 그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며 “다만 비용 지출 증빙이 부실하거나 업계의 평균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 수수료는 사법기관에서 리베이트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피해 선택한 ‘영업 외주화’…20여년 만에 돌아온 부메랑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제약사가 스스로 선택한 ‘영업 외주화’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CSO는 2000년대 중후반 태동해 2010년대 들어 급격히 팽창했다. 업계에선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와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잇단 시행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의 해법을 외주화에서 찾은 것으로 분석한다. 자체 영업조직을 해체하고 그 자리를 CSO로 대체함으로써 법적 책임의 고리를 끊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초창기 중소제약사 위주였던 CSO 모델은 빠르게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최근엔 매출 5000억원 이상 대형제약사들까지 가세하며 전국적으로 50~60개 업체가 CSO 모델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조직을 외주화하는 사례가 보편화하면서, 지난 20여년간 CSO는 제약영업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편법 영업이 양산됐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됐다. 사라진 대응 역량…제약사-CSO 주도권 역전 기류 문제는 이러한 영업 외주화가 제약사의 정책 대응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이다. 자체 영업조직을 보유한 제약사는 약가인하라는 변수에 인센티브 구조조정이나 마케팅 방향을 선회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반면 영업을 100% CSO에 의존하는 제약사는 활용 가능한 카드가 사실상 ‘수수료율 조정’뿐이다.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수수료율 결정권이 CSO 측으로 기울며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현장 장악력 약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과 단절된 제약사는 병의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CSO가 전달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약가인하로 혼란이 극심한 틈을 타, CSO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제약사는 안갯속에서 영업 정책을 결정하게 되고, 이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수료율 감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와 CSO 간의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흔들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처방처를 선점한 CSO의 영향력이 커지며 오히려 제약사를 선택해 계약하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CSO에 ‘고율 수수료’라는 출혈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등 영업 주도권의 무게추가 CSO 측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 주권을 상실한 제약사들이 눈앞의 실리를 위해 CSO의 무리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주도권 전이 현상이 심화할수록 시장 질서 전반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정부가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현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게 된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60%를 상회하는 수수료율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품목만은 지켜달라'는 제약사의 절박함과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CSO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택했던 CSO 전환이 오히려 이들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올 하반기에 시작되는 약가인하 로드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라며 “현장의 혼란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기업형 CSO' 중심 영업 현장 옥석가리기 가속화 전망 제네릭 약가 인하와 CSO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가 맞물리면서, 제약 영업 현장은 전례 없는 구조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CSO 시장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과 확실한 영업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형 CSO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은 단순 영업 대행을 넘어, 기업 단위의 조직력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규제가 강화될수록 국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1~5인 규모의 점조직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강화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나 세무 당국의 추적을 감당할 행정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와 영업 효율을 위해 검증된 기업형 플랫폼 위주로 파트너십을 정리할 경우, 현장에서 소형 CSO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빠르게 좁아질 전망이다. 제약사들의 영업 내재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주 영업의 법적·윤리적 리스크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다시 자체 영업 역량을 강화해 리스크를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다. 실제 한 대형제약사 A사는 최근 자체 영업조직의 확대를 결정했다. 기존에 병‧의원에 대한 영업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약국 영업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지능화되는 변칙 영업…규제 강화될수록 불법 리베이트 음성화 우려↑ 규제를 피해 편법 영업이 더욱 음성적으로 진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현장에선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병원 개원 자금 지원 등 지능화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올해 3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병원 개원 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의사에게 제공한 CSO 운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개원 자금을 지원하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계좌이체와 현금·수표 지급 방식으로 약 1억2000만원을 병원 의사 측에 제공했다. 지난해엔 CSO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종합병원 이사장 가족을 주주와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이들에게 배당금과 급여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서울서부지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한 CSO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상품권 깡이나 식당 선결제, 법인카드 대여 방식에서 벗어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이나 연구자주도 임상 지원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약가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자칫 현장의 변칙·편법 영업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용 절감에 매몰되어 영업 통제권을 포기한 제약사가 CSO의 일탈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실적 유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장의 기형적인 영업 행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고강도 약가인하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R&D 활성화를 명분으로 수익성을 한계까지 압박하다보니, 제약사들은 혁신이 아닌 당장의 생존을 위한 변칙‧편법 영업의 유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현장의 수법을 규제하는 데 앞서, 제약사를 법적 경계선으로 내모는 약가제도의 구조적 결함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2026-05-09 06:00:59김진구 기자
오늘의 TOP 10
- 1경남제약, 펫·주류 사업 추가…레모나 회사의 변신
- 2유한양행, 창립 100주년 임직원 자녀 백일장·사생대회 개최
- 3닻 올린 수가협상...공단 "재정 건전성 고려해 인상폭 결정"
- 4지씨셀 미국 관계사, AlloNK 3상 진입·3억달러 조달
- 5재정 건전성 Vs 경영난...공단-의료단체, 첫 협상서 팽팽
- 6건강도 챙기고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마포구약 걷기대회
- 7복지부, 임상3상 특화펀드…신약 개발에 1500억원 지원
- 8한국팜비오, '항생제 내성 대응' 전국 심포지엄…비뇨의학과 공략
- 9미래컴퍼니, 피지컬AI 핵심기술 개발 국책과제 선정
- 10캐논, 흉부영상의학회와 흉부영상 진단 고도화 협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