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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헬싱키선언과 제약기업의 정보공개지난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헬싱키선언이 채택됐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사회가 규정한 윤리강령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한 원칙을 담는다. 헬싱키선언은 임상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원칙을 제시한다. 헬싱키선언에는 연구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명시됐다. 객관적인 연구 수행과 함께 연구 결과의 공개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계획은 658건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하루에 2건의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찜찜한 상상을 해본다. 과연 매일 쏟아지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모두 공개될까. 긍정적인 결과만 발표된 것은 아닐까. 연구자의 의도에 맞춰 편향된 결론만 발표되는 건 아닐까. 물론 많은 연구자나 기업들이 환자들에 최적의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양심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고의로 불리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은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1992년과 2002년에 발표된 542건의 정신과 약물 임상시험을 조사한 결과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 중 78%가 해당 업체의 약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독립적인 임상시험에서는 제약사 의약품에 긍정적인 결과가 48%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실제로 수행된 임상시험과 결과가 발표된 임상시험 건수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체감적으로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 비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의약품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보고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230건이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임상시험을 모두 정부에 보고했다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성공률이 90%를 웃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비단 임상시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활동 및 경영상 주요사항의 경우 점검 대상 163곳 중 95.1%에 달하는 155곳이 기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을 구분하지 않거나 신약개발 연구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을 기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뒤늦게 사업보고서 정정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개발 활동과 계획, 경영상 주요 계약 등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 정보를 별도로 기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업체는 한 해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이 30%를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상당 부분 쓰인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분류하는 시선이 많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이 개발한 많은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깎아주기도 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보 공개 확대가 더욱 시급한 이유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아직도 많은 현장에서 실무자간의 은밀한 정보 공유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유 없이 치솟는 주가와 뒤늦게 공개되는 유리한 정보, 연일 치솟는 주가와 함께 뒤늦게 알려지는 합병 소식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땅을 치곤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본을 쥔 세력과 정보를 가진 기업 간 은밀한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언제부턴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임상 실패 소식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정보도 많아지는 추세다. 정부도 정보 공개 확대를 적극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례에 대한 벌칙을 신설했고, 임상시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환자나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낸 세금과 건보료를 사업에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잇속을 챙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닐까. 의약품의 개발 단계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알려왔던 정보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2018-06-26 06:15:12천승현 -
[데스크시선] 주52시간 근무제와 일용직의 눈물새롭게 추진되는 제도와 법률 시행에는 늘 사회적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중반 도입된 주5일 근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은 생산성 악화에 기인한 고용 하락을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폈고, 노동계는 삶의 질 향상을 주장했던 때가 엊그제 얘기만 같다. 결론적으로 주5일 근무제는 큰 부작용없이 잘 안착돼 새로운 근로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15년여가 지난 2018년 7월 1일, 대한민국 노동환경의 일대 변혁이 예고돼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의 시작이다. 이 제도의 핵심 골자는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자의 권익 실현과 일자리 창출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된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 1일,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도입 시기의 차이일 뿐 사실상 우리나라 모든 법인(기업)에 해당되는 법제도다. 개정안은 '일주일은 7일'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현재 주 68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휴일 근로로 각 8시간씩 더함에 따른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해도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은 분명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법적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워라인을 고수하는 억대 고액연봉자와 경제적 기반이 여유로운 직장인들은 환영할 만 하다. 물질적 풍요와 안락한 노후가 보장된 직장인(노동자)이 아니더라도 굳이 지금보다 적게 일하라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최근 시행도 되기 전, 여러 산업군에서 불가피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 위성도시를 오가는 통근버스 배차 대란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당분간 시민들의 상당한 불편과 고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선진국형 노동법으로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 기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위 10% 사회안전망이 요구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 악법일 수 있다. 일하고 싶어 하는 그야말로 돈을 더 벌고 싶어 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염려가 있다. 20여년 전, H제과 공장 재경팀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지 공장은 관리직을 제외하면 지역 거주 아주머니 또는 필리핀 근로연수생 등으로 구성된 일용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몇몇 아주머니들과 해외에서 온 근로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도맡아 했다. 실수로 잔업 수당 몇 만원이 누락되기라도 하는 날엔 자신이 관리하는 잔업일지를 증거자료로 가져와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퇴근 시간과 주말만 기다리는데 반해 그들은 잔업과 특근을 지상 최대 과제로 수행하는 여전사를 방물케 할 정도였다. 그들이 잔업과 특근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암 투병 중인 남편의 병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필리핀에 두고 온 5식구의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서, 서울로 유학 보낸 자녀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저 마다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목적은 한가지였다. 그때보다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지금도 공장 현장엔 그런 분들이 남아 있을까. K제약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예전보다는 아니지만 몇분 계시다는 대답이 돌아 왔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그 옛날 감동이 밀러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돈을 더 벌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차 제약공장 생산직 근로자 연봉이 4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잔업과 특근을 풀로 뛰었을 경우, 약 30%의 임금 상승효과가 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그들의 신성한 땀의 댓가 1200만원을 박탈한 셈이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단축의 또 다른 목적이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어떨까. 향남제약 공장 소재 제약기업 공장장 상당수는 자동화시스템으로 빠른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의 경우 글로벌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공장 자동화 설비를 갖추며, 국내 제약사들의 생산시설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아이러니한 법제도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합목적성에는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원인은 한가지다. 52시간 초과 근무를 불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매몰돼 함정에 빠진 것이다. 주 38·52·68시간이 포인트가 아니다. 시간외 수당과 특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착취·착복·편취하는 것이 불법이다. 차라리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1분이라도 초과 근무를 하고, 주말에 특근을 할 경우, 무조건 통상 임금의 1.5~2배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52시간 근무제'였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무엇을 놓쳤고, 어떤 점을 다시 한번 고민해 미생이 아닌 완생의 주52시간 근무제를 재창출해야 할 시점이다.2018-06-18 06:29:20노병철 -
[데스크시선] 공급거부 의약품, 약인가 총인가최근 일부 외자 제약사들의 자사 의약품 공급 중단 또는 지연으로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울트라액(아이오다이즈드오일)과 한국오츠카제약의 아이클루시그(포나티닙염산염)가 그것이다. 이들 약제는 보험급여 의약품으로, 특히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사회적 문제로 커질 위기에 놓였었다.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은 퇴방약으로,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리피오돌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약가조정을 신청했다. 리피오돌은 2012년 약가조정 신청으로 가격을 일부 보전받은 바 있지만, 업체 측은 2015년 이후 수입 원가상승 등 손실을 주장하며 기존 약값의 5배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주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의 통과로 퇴방약의 지위를 포기하고 보통의 약가협상 절차를 밟게 됐다. 아이클루시그는 3세대 표적항암제로, 희귀질환치료제로 지정된 약제다. 두 달 전 보험상한가를 결정하고 급여목록에 등재된 이후에도 업체 측이 공급하지 않았다가 환자들의 격렬한 반발과 정부의 주시 이후 오늘(11일)부터 시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두 약제의 공급차질 상황은 각기 이유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환자 입장에선 공급거부였다. 이웃 나라 또는 외국에는 버젓이 공급되는 약제가 시장이 좁고 상대적 저가로 책정된 우리나라에서 공급이 지연 또는 차단됐던 이유는 결국 약가 불만족일 것이다. 생명을 살리려는 의약품이 도리어 총과 칼이 되는 순간이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사실상 사회적으로 공공재로 인식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볼모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막으려는 정부조차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제도를 고치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복지부는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리피오돌을 계기로 퇴장방지약지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아이클루시그는 급여상한가계약서상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태는 일단락된 것 같아 보이지만 이제 시작인 셈이다. 환자들은 과거 글리벡과 푸제온 공급거부 사태를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다. 기술력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약가를 올려받기 위한 전략적 공급거부로 벌어지는 피해는 다양한 목소리로 표출된다. 환자단체들은 강제공급 실시와 병행수입 조치를, 시민사회단체에선 특허권을 획득한 의약품에 대한 과도한 특혜 부여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다. 나라 간 통상무역 상황에 따라 국민들의 모든 니즈를 수용할 순 없겠지만, 공공재로서의 의약품을 하나의 '무기'화시키는 이 같은 역사가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굳건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숙제이자 의무다.2018-06-11 06:29:20김정주 -
[데스크 시선] 회장님은 오너입니까? 리더입니까?리더는 군(軍) 지휘관과 함선의 캡틴(선장)으로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일까. 프랑스의 전제군주 나폴레옹과 애플의 스티브잡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손자병법을 수불석권하며 리더가 갖춰야할 덕목을 배우고, 익혔다. 혜안과 통찰력을 겸비한 리더는 조직을 발전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는 배를 좌초시킬 수 있다. 리더의 역할과 방향성이 중요한 이유다. 작게는 개별 제약바이오기업이, 크게 보면 헬스케어산업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오너로 대별되는 역량있는 리더가 절실히 요구된다.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현시점과 100년 제약기업 역사를 놓고 볼 때, 창업주가 이룩한 빛나는 업적과 외형이 쇄락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400억대 중소제약사가 수천억대 중견제약사로 퀀텀 점프한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고전병법과 현대적 리더십 이론을 접목해 이 시대 리더가 경계해야할 다섯가지 병폐를 도출해 보면 '2언 3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를 풀어 말하면 다언(多言), 묵언(& 40665;言), 과식(過識), 과용(過用), 빈용(貧用)이다. 통찰력과 결단력, 뚝심, 세밀함, 은근과 끈기는 기본 중에 기본덕목이다. 다언은 리더가 말이 너무 많음을 일컫는다. 매일 같이 임원회의를 소집해 중언부언하면 배가 산으로 감이 자명하다. 구성원의 사기와 집중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리더는 풍림화산(風林火山/바람처럼 빠른 결단력과 숲처럼 고요한 집중력, 불처럼 맹렬한 열정, 산처럼 무거운 카리스마)의 사무라이 철학을 깊이 새길 필요가 여기에 있다. 묵언은 다언과 반대로 말이 너무 없어 서로 간 불통을 의미한다. '통즉불통 불통즉통(통하면 통증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나타난다)'이라는 한의학적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말도 없는 오너의 속내를 그 어떤 구성원이 헤아릴 수 있겠는가. 조직은 말하지 않아도 그 속마음을 아는 이심전심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로 서로 협의하고 논의하는 곳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식은 너무 많은 이론적 지식을 실전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젊은 리더의 객기와 호기를 경계한 말이다. 영미 국가에서 취득한 박사학위와 MBA는 최신 지견과 동향일 수 있지만 국내 학사 출신 업계 백전노장과 백전노졸 임직원의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존중해야 할 때가 수없이 많다. 노장과 노졸은 화석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인적 네트워크로 그 활용가치는 위기 때 더욱 빛을 발함을 잊어 서는 안된다. 과용과 빈용은 리더 자신에게는 고가의 외제차와 수천만원에 달하는 판관비를 지출하면서 정작 임직원에게 쓰는 비용은 10원 단위로 아끼는 유형을 말한다. 모 제약사 상무는 신입사원부터 지금까지 오너를 모셨지만 회식 후 택시비 한번 받아 본 적이 없다는 실례를 들면 이해가 빠를까. 그 오너는 벤츠와 벤틀리, 에쿠스 등의 최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리더에게 진정한 충성을 맹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검경 압수수색을 받았던 또 다른 제약사에서 벌어진 실화를 잠시 살펴보자. 별안간 들이닥친 수사관들이 1차 로비 저지선을 뚫고 회장실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내외.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비서실장과 홍보실장을 호출해 퇴로를 확보한 다음 이른바 '개구멍' 또는 '뒷구멍'으로 자신의 차를 타고 줄행랑 쳤다. 도도하고 근엄하게 뒷일을 처리하며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여 줘야할 리더가 겁을 집어 먹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는 직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 사건 이후 실제로 비전 상실로 퇴사한 임직원도 발생했다는 후문도 있다. 리더의 경계사항이 나무의 줄기라면 실천사항은 뿌리에 견줄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를 이뤄야 온전한 거목으로 성정할 수 있다. 리더십의 종류는 코칭형 리더십(응원과 협력을 통한 조직원 능력 개발), 위임형 리더십(리더보다 팀원의 통찰력을 더 존중), 민주적 리더십(구성원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부여), 관료적 리더십(규범과 권력의 위계로 지휘), 참여적 리더십(의사결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킴)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이 같이 산재된 리더십을 집대성한 실전적 이론이 바로 변혁적 리더십니다. 변혁적 리더십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가 1978년 처음 사용했다. 이는 리더가 조직구성원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미래의 비전과 공동체적 사명감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것으로, 단기성과를 강조하고 보상해 부하의 동기를 유발하려는 거래적 리더십과 차이를 보인다. 거래적 리더십이 현재 부하의 상태에서 협상과 교환을 통해 부하의 동기를 부여시키는 것이 중점이었다면, 변혁적 리더십은 부하의 변화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거래적 리더십이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에 호소한다면, 변혁적 리더십은 감정과 정서에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 변혁적 리더십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첫째, 구성원을 리더로 개발한다. 둘째,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더 넘어설 수 있도록 고무시킨다. 셋째, 미래 비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변화 의지를 소통한다.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은 조직합병을 주도하고, 신규부서를 만들어 내며, 조직문화를 새로 창출해 내는 등 조직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관리하는 등 오늘날 급변하는 환경과 조직의 실정에 적합한 리더십 유형으로 주창되고 있다.2018-06-07 06:29:5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소 취하 골든타임 놓친 조찬휘 회장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서울지역 약사 3명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취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명예훼손 소 취하를 놓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명예훼손 수사를 진행한 경찰이 검찰에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시약사회와 서울지역 분회들이 오는 26~27일 열리는 전국여약사대회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차례 걸쳐 회 화합차원에서 조 회장의 명예훼손 소 취하 주문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21일 대한약사회 이사회에서 이원일 경남약사회장은 "편의점약 판매 저지에 회세를 집중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최근 조 회장과 양 원장이 서울지역 임원 3명을 고소를 했다는 점이다"며 "회세를 집중하려면 통 크게 용서하고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명모 부의장도 "회장님이 덕을 베푸셔야 한다. 2017년은 많은 갈등과 반목 속에서 보내더라도 2018년에는 회원들이 희망을 가지고 화합 속에서 새로운 약사회를 가져갈 수 있도록 회장님이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완강했다. 조 회장은 "협치, 협치 하는데 평생 살면서 어떻게 자기들 입장만 생각하냐"며 소 취하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조 회장이 회 화합 차원의 명예훼손 취하 결정의 마지막 골든타임은 5월 9일 열린 정기 대의원 총회였다. 의장 개회사 이후 진행된 회장 인사말에서 소 취하를 발표했다면 고소를 당한 약사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회 화합이라는 명분도 충분했다. 조 회장은 결국 16일 소취하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명예훼손 고소 이후 거의 7개월 만이다. 그러나 고소를 당했다 취하된 약사들도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정치는 백성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이 이익으로 이끄는 것과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며, 나쁜 것은 형벌로 겁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의 명예훼손 고소는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 아닐까?2018-05-21 06:29:55강신국 -
[데스크시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태 해법은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여가 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분식회계로 결론지으며 파상공세를 퍼붓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된 합법적 회계처리라며 항변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금융당국의 논리를 들어 보면 분식회계로 가닥이 잡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을 회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해 장부가치(취득가액) 산정이 아닌 공정시장가치(미래성장가액)로 과대 계상한 점이다. 이에 대한 근거 기준은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콜옵션이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미지수 x의 차수가 많은 고차방정식과 x축의 변화에 따라 y값을 도출할 수 있는 함수개념 등을 정밀하게 도식화한 고차회계 방식'을 채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사안이 복잡할수록 잔가지는 쳐내고, 뿌리와 큰 줄기만 봐라볼 필요가 있다. '콜옵션 부여와 관계사 변환 등 일련의 자산재평가가 어떤 궁극의 목적을 두고 진행됐을까'하는 점이 바로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는 알렉산더의 칼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3T에 근거한 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T는 Time(시의성), Trick(계략=고의성), Top Management(최고경영자의 경영전략)를 지칭한다. 먼저 시의성을 살펴보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최초 취득가액이 아니라 시장가치로 재평가한 가격으로 회계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3000억이었지만 4조8000억의 공정시장가액을 인정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당기순이익에 공정가액이 반영되면서 2014년 393억 적자에서 2015년 1조9000억 흑자로 전환됐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자산재평가 후 상장을 진행한 점이다. 통상 자산재평가는 회계처리상 일관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쟁이나 IMF 외환위기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국한돼 이뤄진다. 두 번째 살펴봐야 할 부분은 고의성이다. 4년 연속 적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왜 상장 1년 전에 자산재평가를 했는지 그 목적성과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평가 당시 DCF(discounted cash flow) 즉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사용한 점이다. DCF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벤처기업들이 주로 쓰는데 몇몇 변수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고무줄처럼 기업가치가 늘어날 수 있어 한국거래소가 배포한 상장심사 가이드북에서도 DCF는 거의 사용되지 못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이 DCF 방식을 적용해 장부가 3300억원이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5조2000억으로 재평가했다. 상장을 앞두고는 기업가치가 8조4000억으로, 11개월새 3조원 이상 늘었다.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높은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로부터 2조원이 넘는 공모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고경영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그동안 제시한 회사의 비전과 청사진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삼성은 2008년 스마트 프로젝트 당시부터 바이오산업 진출에 따른 20년 타임테이블(계획표)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태한·고한승 대표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신사업팀) 전무를 거쳐 2011·2012년 지금 회사에 합류한 화학분야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 대표 모두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톱 매니지먼트에 있었던 만큼 제반의 모든 역학관계를 꿰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위의 1차 감리는 이달 17일로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당시에도 감리위원회가 3차례 진행된 만큼 이번 사안이 감리위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로 전달되기 까지는 최대 석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서울행정법원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불복 할 경우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항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악의 경우, 2023년에 달해서야 결론이 날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상장폐지가 아닌 수십억에서 수백억대 과징금 처벌이 내려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수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를 입는 것은 개미투자자들이다.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잡아 온 바이오산업 위상도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과 이용이 아닌 신속하고 정확한 매듭이다. 당장 시장의 파장을 두려워해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면 오히려 충격을 배가시킬 수 있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 법. 금융당국은 순간의 도려내는 아픔을 두려워해 결국 팔·다리를 잘라야 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2018-05-07 06:2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리베이트 '온도차', 준법경영 절실한 이유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리베이트 관행 개선안을 들여다보면 정부기관과 제약산업계의 준법경영과 관련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과거 심심치 않게 회자됐던 100:300, 100:200 등의 용어는 사라졌지만 사정 당국은 여전히 제약기업들이 영업현장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다만 리베이트에 대한 시각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권익위가 지적한 부당한 의료 리베이트 사례는 크게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리베이트, 사후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조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판매행위로 요약된다. 이중 의약품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 규모를 제약사와 병원 규모, 의약품 종류 및 매출 등에 통상 매출액의 5~20%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권익위가 추정한 리베이트 20% 제공은 과당경쟁이 불가피한 제네릭 시장이다. 국내 대형제약사 품목이나 오리지널 등은 대략 5% 내외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권익위의 판단이다. 온도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보면 리베이트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인식 변화는 제약산업이 향후 더 투명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제약기업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하지만 윤리경영 노력이 서서히 시장에서 녹아들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제약사들의 공정경쟁이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계에 희망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해서 이 시점에서 제약사들의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 실천은 국민과 정부기관의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을 '새로고침'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넘어서 ISO 37001(국제표준기구의 반부패경영시스템)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CP가 위에서 아래를 관리하며 통제하는 하향처리방식이라면 ISO 37001은 전 직원에게 역할과 권한, 책임이 부여되는 전사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ISO 37001 인증은 부패행위 근절을 통한 준법 문화 확산과 기업경쟁력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다. 최근 들어 대형제약사들이 맏형답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리딩기업 유한양행이 지난달 말 ISO 37001 인증을 획득한 것은 상징적이다. 유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SO 37001 인증 획득과 부패방지경영시스템 확립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경주해 왔으며, 내부심사원 교육 및 육성, 내·외부 부패리스크 진단 및 평가, 부패방지방침 선포, 부서별 부패방지 목표 수립, 임직원 준법서약서 작성, 부패방지 책임자 중심의 부패방지 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철저한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ISO37001 국제 윤리경영 표준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한미는 지난해부터 ISO 37001 인증 획득을 위한 전사적 준비를 시작했으며, 내·외부 부패유형 파악, 내부심사원 육성, 부패방지 방침 선포, 부패방지 목표 수립, 자율준수관리자 중심의 부패방지 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강도 높은 성과평가를 실시했다. 종근당도 내부심사원 15명을 선정했고, 올해 내에 ISO37001을 도입하기 위해 인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16년 CP 등급평가에서 업계 최고등급인 ‘AA’를 획득했으며, 유효기간이 2년인 만큼 올해 재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정확한 지출보고서 기록을 위한 장치 및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2년 연속 CP ‘AA’ 등급을 획득한 대웅제약도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전체내역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ISO37001 인증, 제약업계 최초 CP 등급평가 3회 연속 ‘AA’ 획득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상위권 기업들도 ISO37001을 인증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중소형제약사들도 적극적으로 준법경영에 가세해야 한다.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은 권익위가 지목한 제네릭 20%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달 중견제약사 최초로 코오롱제약이 ISO37001을 인증받은 부문은 이런 의미에서 높은 가치 평가를 해야 한다. 코오롱제약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ISO37001 1차 인증 대상 기업인 이사장단사 8개사를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신청한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중소형제약사들의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 노력만이 산업계 동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CSO활용을 통한 영업활동에 대해서도 제약사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일부 대형제약사들의 불공정 영업에 대한 자정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준법경영 정착의 칼자루는 중소형제약사들이 쥐고 있다.2018-04-24 06:23:00가인호 -
[데스크 시선] 제약산업 밖, 높은 벽 실감하셨나요?"환자들에게 꼭 필요한데 정부가 왜 우리 건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지 모르겠다. 시민단체 눈치를 봐서 그런다는데 정말로 그런가. 말만 있지 '실재'가 없는 것 같아 기회가 되면 (시민단체와) 만나서 토론해 보고 싶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제약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사는 위험분담제를 적용받은 약제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계약을 연장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환자를 고려하면 정부가 원칙만 고수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데일리팜 미래포럼에 왔다면 아마도 이 관계자는 '실재'와 직면했을 것이다. 전 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출신의 좌장부터 패널토론자로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 보건경제학적 관점에서 약가제도를 바라보는 교수까지. 이들은 제약계의 기준비급여를 포함해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전향적 제도완화 요구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가령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선급여 사후평가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판단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선급여 결정 시 현재의 급여가를 적용하는데 이해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인지를 봐야한다. 재평가 결과에 대해 제약사가 수용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과학부 교수는 "검토기간이 너무 길고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정부기관이 검토기간 자체가 좋은 의약품을 걸러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는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차 개선에 앞서)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평수 차의과대 초빙교수(좌장)는 "신약 가격협상 등을 하려면 제약사가 '얼마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명확한 자료를 가지고 와야 한다. 스스로 약의 가치를 제시하고, 가격을 요구하면 되는데 (건보공단 재무이사 재직시절 그런 사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회의장을 가득 메운 제약계 관계자들은 다소 당황했다. "주제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잘 모르면서 항상 같은 소리다.", "벽 앞에 선 기분이다." 등등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기자는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본다. 그동안에도 그랬고, 적어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근간인 선별등재제도에 대한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는 보건경제학적 시각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은 지난 11년간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체약제가 없고 생명과 직결된 약제에 대한 예외적 신속등재 허용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조금이나마 싹튼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건 '벽 vs 벽'이라는 평가에서 그쳐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이번 미래포럼에서는 정부기관이 제약계의 제도 개선요구에 더 우호적이고 상대적으로 더 전향적이라는 걸 확인시켜 줬다. '막대기 구부리기'가 더 나아가지 않는 건 저 쪽 벽에 많은 '이평수·김준현·권혜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평행성을 그대로 놔두면 진전은 없다. 기차레일을 멀리보면 '소실점'에서 만나듯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은 그동안 의견수렴이나 정책결정을 위한 통로로 '제약따로', '가입자따로', 따로따로 방식을 선택해왔다. 서로의 논리를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제약계도 정부기관 설득논리에 골몰했지 시민사회단체를 설득하는 데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래포럼을 주최한 전문언론으로서, 그리고 이날 소중한 걸음을 한 청중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로 기자는 제약계에 전략선회를 권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자주 만나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 정부기관 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논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걸음 씩 나아갈 수 있다고.2018-04-11 06:23:19최은택 -
[데스크 시선] 면대약사 찾아 떠도는 거대 자본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개설한 후 요양급여비 237억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모 종합병원 이사장 A(59)씨 등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여기에 고용된 면대약사들은 300만~6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이사장이 운영하는 병원 기숙사 혜택까지 무료로 받았다. 이 사건에 면대약국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백억대의 건보재정 누수, 병원과 면대약국의 담합, 의약분업 파괴 등이 그것이다. 약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면대약국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건보공단, 지자체, 검찰이 나서 전국에 면대약국 조사가 한창이다. 면대약국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사무장병원 문제와 함께 면대약국이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일선약사들은 면대약국이 곳곳에 산재에 있다며 이같은 조사만으로는 성이 안찬다는 반응이다. 부산의 K약사는 "유명 문전약국 중 상당수가 병원, 도매, 제약사 자본이 유입된 면대약국"이라며 "면대행위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게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즉 일반인에 의한 약국개설이 사실상 면허를 빌려주는 약사와 일반자본이 만나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면대를 빌려주면 받는 급여는 월 500만원 수준. 여기에 지방이나 규모가 큰 약국은 월 7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면대의 유혹에 빠질만한 금액이다. 면허를 빌려주겠다는 약사가 있는 한 외부자본은 끊임없이 면대약국을 양산할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약국을 운영하려는 거대자본과 손 쉽게 돈을 벌려는 약사들의 만남. 여기서 면대약국이라는 비극이 시작된다. 지금도 약사사회에는 면허를 빌리기 위한 거대자본의 손길이 떠돌고 있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2018-04-02 06:10:52강신국 -
[데스크시선] 국민청원, 무엇이 환자를 분노케하나얼마 전 외출 중인 아내가 돌연 '카톡'을 보내왔다. 지인에게 전달받은 것이라며, '우리 세계' 말로 '약밥'을 먹고 사니 참고하라는 메시지였다. ULR(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49399)을 클릭했더니 이런 게 나왔다. '신약의 빠른 급여화를 촉구합니다.' 한 환자가 올린 국민청원이었는데, 원망섞인 외침이 가득했다. 인용하면 이렇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약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뉴스 소식이 들립니다. 그러나 암환우인 우리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지요." "신약이 있어도 오프라벨(허가된 병이 아닌 다른 병에도 해당약을 사용하는 것)이 막혀 있어 돈을 주고도 약을 처방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지막 희망을 꺾지 마세요." "지금 식약처는 제약사가 약을 보험에 넣어달라고 신청하면 심사만 하니 개개인보고 제약사에 전화해서 식약처에 급여화 신청하라고 민원을 넣으라고 합니다. 국가기관이 나서서 제약사와 담판을 지어도 쉽지 않은 일을 일개 개개인에게 떠넘기다니요." "심평원의 허망한 대답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 또한 구태의연한 적폐가 아닌가요?" 이 청원은 3월26일까지 계속된다. 정부의 답을 들으려면 20만명이 공감해야 하는데, 14일 현재 아직 4000명을 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청원이 목표인원을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의약품 정책을 10년 가까이 지켜봐 온 기자는 이 청원을 응원한다. 또 청원에 동참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명치 아래가 뻐근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안타깝다. 청원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 보여서? 아니다. 이 환자의 원망과 분노를 불러온 게 대체 무엇인지, 그걸 생각하면서 나타난 생리적 반응이었다. 고가신약 신속 등재 논란은 보험분야에서는 오래된, 또 뜨거운 이슈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건강보험재정)과 비싼 약값의 동화되지 않는 상관관계가 근본적인 이유다. 또 한꺼풀 더 들어가보면 해당 고가신약이 그만한 지불(보상) 가치가 있느냐는 ‘가치의 문제’가 나온다. 우리사회는 이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이미 보험에 등재돼 있는 약제나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경제성이 있는지(경제성평가나 비용효과성 평가 등)를 평가하고 있다. 또 더 깊이 들어가면 한정된 재원이라는 조건 아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사회는 이렇게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적용약제를 선택할 때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있고, 그런 절차와 방법 등을 법령이나 행정규칙으로 정해 놨다. 신약의 급여등재는 최종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한다. 또 이 결정이 있기까지 사전 평가와 협상 등의 절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각자 주어진 대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종합적인 프로세스에 비춰볼 때 기자는 청원내용에 공감하지만 이견도 있다. 가령 표현상의 '오기' 부분이다. 보험등재 과정에서 의약품 시판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처는 역할이 거의 없다. 따라서 청원내용 중 '식약처'로 돼 있는 주어에는 심사평가원이나 건보공단이 들어가는 게 맞다. 이는 단순 '오기'로 보인다. '오프라벨에 막혀 돈을 주고도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는 지적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치료영역(적응증)에 해당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는 게 맞는 지 거꾸로 되물어야 할 사안이다. '오프라벨'은 이런 측면에서 치료대안이 없을 때 선택되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돼야 한다. 더구나 건강보험은 합리적인 의약품 사용을 위해 '비용효과적'인 개입을 전제로 한다. 이미 등재돼 있는 약제보다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약제를 비싼 가격에 등재시킬 수 없다는 게 현 보험의약품 정책의 대전제이자 원칙인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벨'은 더 엄격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지금부터다. 청원인은 왜 이런 지적을 내놨을까. 무엇보다 정부와 보험자는 '제약사에 전화해서 급여화 신청하라고 민원을 넣으라고...국가기관이 나서서 제약사와 담판을 지어도 쉽지 않은 일을 일개 개개인에게 떠넘기다니요'라는 원망을 환자들이 갖게 만들었을까. 왜 '심평원의 허망한 대답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환자들의 외침은 계속될까. 건강보험정책, 그중에서도 보험의약품제도는 복잡하고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십 수년을 해당 업무에 종사해온 사람들도 헛갈려하는 경우가 많고, 불합리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몹쓸 병이 찾아와 '환자'가 돼 버린 사람들에게 이렇게 난해한 보험의약품제도를 들이밀며 기다리라고만 말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또 전 국민에게 적용되고 있는 제도가 너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 결국 청원인에 대한 정부의 회신은 고가신약에 대한 전향적인, 더 빠른 등재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오프라벨'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던지,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서둘러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가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20만명의 동참자가 없더라도 이 내용이 정식 청원으로 다뤄져야 할 이유다. :"더 쉽게, 더 투명하게, 더 열린 자세로."2018-03-15 06:25:50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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