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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척결, 당근과 채찍 사이최근 잇따른 부당청구 현지조사로 의약계가 시끄럽다.동일처방 중복청구 조사, 처방조제 불일치 점검, 근무약사 차등수가 실태조사 등 요양기기관을 타깃으로 한 고강도 현지조사가 건보공단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다.공단의 이같은 조사업무는 부당진료비 실태 조사를 위한 정례적인 업무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전에 없는 원성을 야기할 정도로 강도 높은 공단의 조사 수위는 근본적으로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 역량을 불신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실제로 공단은 내부 정책세미나를 통해 심평원의 의사결정이 갈수록 의약계 입장에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공단 사보노조 차원에서 심평원의 정체성이자 핵심 기능인 심사 역량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해 이같은 의식을 반영했다.사보노조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진료비 심사건수가 6억건에서 11억여건으로, 진료비청구액은 19조원에서 35조원으로 늘어났는데도 과다청구 진료비를 삭감한 비율은 1.35%에서 0.59%로 급락했다며 심사 기능 부실을 문제 삼았다.심사조정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관리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음성적으로 증식했을법한 부당진료비 감시를 소홀히 한 증거로 본 것이다.그러나 ‘심사 조정률 하락’에 대한 심평원의 입장은 명확히 다르다.사보노조나 공단의 공개 직언에 공식대응을 대체로 자제해 온 심평원도 핵심업무인 심사에 대한 비판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논리를 공식화한 바 있다.먼저 심평원은지난해 요양기관 청구 실태 심사를 통한 심사 조정액을 총 진료비의 2.2%에 해당하는 7746억원으로 집계해 사보노조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이는 지난해 발생한 실제 삭감액과 청구오류 사전 예방 효과를 포함한 수치로, ▲적정급여 자율개선(구 종합관리제) 2539억원 ▲평가결과 공개에 따른 개선액 1800억원 ▲사전 청구오류 수정 및 자율시정 통보에 따른 절감액 591억원 등을 포함한 것이다.심평원은 특히 진료비 심사조정액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오히려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공단과 현저히 다른 업무 철학을 선언하고 나섰다.여기에 부당행위 척결의 방법론적 딜레마가 있다.원론적으로 본다면 사전 예방을 통해 부당행위와 진료비 삭감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전계도의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분석적 한계를 부인할 수 없더라도 사전 정보제공과 끈질긴 계도를 통해 부당행위 ‘제로’에 최대한 근접하는 것이 건강보험 행정의 효율성, 나아가 사회정의 실현에 합당하다는 원론적 타당성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방보다는 사후관리에 극도로 치중한 보험행정의 불가피한 현주소는 씁쓸함을 안겨준다.요양기관이나 제약사 대상을 불문하고 사후관리 성격의 부당행태 감시에 행정력이 온통 집중돼 정작 진전된 미래 지향적인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인상이다.더구나 공중파 충격 여파로 의약계를 둘러싼 사회적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고 보면 사전 계도만으로 현실적인 근절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당분간 피해갈 수 없는 형편이다.이 가운데 보험행정을 담당하는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 노선이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로 극명하게 갈려있다. 어느 쪽의 판단이 옳은지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호된 매를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릴 것이지, 소위 전문가라는 엘리트의식에 걸맞게 뿌리깊은 불신의 씨앗을 스스로 털어낼 것인지 의약계의 스스로의 선택이 그 답을 줄 것이다.2009-07-27 06:28:56허현아 -
높아지는 권리금, 작아지는 약사요즘 약국하기 힘들다는 약사들이 많지만 개국을 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못하는 약사들에게 약국하기는 그야말로 꿈 같은 얘기다.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전국 50% 이상의 약국이 밀집돼 있다보니, 특히 이 지역 약사들은 동서남북 발품을 팔아도 약국 할 만한 곳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이제는 지하에 덩그러니 위치한 약국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도 자리가 없어 이전할 수 없는 처지인 곳도 많다.약국자리는 계속해서 '품절'이라, 이제는 '폐업하면 그대로 끝'이라는 말이 약국가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그렇다 보니 약국자리 포화는 악몽같은 불경기에 약국 권리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이제 메디칼 빌딩뿐만 아니라 근린단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에도 '약국' 하면 바닥권리금이 기본으로 깔리는 것은 이상한 얘기도 아니다.부동산 취재를 하는 기자도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약국자리를 물어볼 때마다 권리금이 달라지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본디 권리금이란, 그 자리에서 자영업자가 일으킨 상권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위해 마련된 관행으로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권리금은 자영업자에게 재산이 될 수도 굴레가 될 수도 있다.어떤 업종이든 권리금은 공공연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약국 권리금은 억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다수 있어 약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지난해부터 지속된 불황으로 처방전 유입량 감소에 일반약도 침체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앞옆으로 경쟁 약국들이 몰려 있어 치열한 상황에서 고가의 권리금을 지불하고 개국해도 보전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비싼 돈 주고 개국했지만 처방전도, 상권도 보전이 안돼 처분하더라도 권리금이 깎일 위험이 크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해보는 장사'인 셈이다.약사사회 오피니언 리더 그 누구도 "권리금이 문제"라며 말라 비틀어진 말들만 할뿐 대책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곪아터진 권리금 문제, 이제는 수면 위로 드러내 대책을 논의할 시점이 왔다.2009-07-24 06:25:14김정주 -
예비약대생이 무슨 잘못인가학부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사설학원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약대 진학을 꿈을 품고 제2의 입시 전쟁에 대학초년생들이 뛰어든 것이다.입시학원 팜메디스쿨 관계자는 "약사 면허취득이라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여름방학을 맞아 P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하지만 약대 교수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22일 현재 약대입문자격시험 공식 홈페이지(www.kpeet.or.kr)는 폐쇄된 상황이다.약대정원 조정 문제 때문이다. 홈페이지 폐쇄를 알리는 표현자체도 충격적이다.'약학대학협의회는 PEET 시행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차후 PEET 시행에 관한 문의는 복지부에 하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약대 6년제 시행에 핵심 멤버들인 약대 교수들이 정부의 약대정원 조정계획에 불만을 품고 6년제 시행을 추진할 수 없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약대입문자격시험 홈페이지 안내 문구물론 정원 증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6년제 시행에 애로가 있다는 교수들의 주장에도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그러나 약대정원 조정과 약대 6년제는 별개의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 약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학생들이 과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PEET 시험문의를 해야 할까? 한번 곱씹어볼 대목이다2009-07-22 06:25:22강신국 -
'리베이트 노이로제'지난 17일 데일리팜 편집국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공정위와 식약청, 심평원이 K사에 ‘뭔가’를 조사하러 들이닥쳤다는 소식이 타전돼 온 직후였다.세 기관이 한 제약사에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상황을 혼란스럽게 했다.보기에 따라서는 정부 기관들이 앞다퉈 실적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했다.하지만 최근 복지부와 공정위간에 리베이트 조사를 둘러싼 실랑이가 있었던 터라 희박한 가설이었다.다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개 기관 합동조사반을 ‘남몰래’ 가동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것이다.그러나 데일리팜의 취재가 진행되자 공정위와 심평원 쪽은 사실무근이라고 도리질 쳤다.K사 내부 관계자로부터 3개 기관이 함께 들어왔다는 확인을 받았음에도 불구, 두 기관이 완강히 부인해 편집국은 갈피를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나중에 드러난 ‘팩트’는 식약청 위해조사단이 도매업체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거래 제약사까지 수사를 확대했다는 것이었다.데일리팜 편집국이 겪은 혼선은 제약업계 전반의 리베이트 ‘노이로제’의 한 단편을 보여준다.어느 제약사에 어떤 기관이 조사를 나왔다하면 ‘공정위’가 지목되고, 심평원의 실거래가 사후관리도 ‘공정위 조사’로 덧칠해진다.실제 기자가 이날 접촉한 K사 한 중간간부도 조사 나온 기관을 식약청 위해조사단이 아닌 공정위로 믿고 있었다. 한 도매업체는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 검찰 조사로 오인받기도 했다.이날도 제약계 관계자들은 K사에 기관조사가 실시된다는 말이 돌자 덮어 놓고 공정위를 지목한 셈이다.물론 모든 소문이 근거없는 얘기는 아닐거다. 지난 4월 공정위 3차 조사는 입소문이 정확한 ‘팩트’로 확인되기도 했다.한 제약사 중견간부는 제약업계의 최근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제약업계가 전체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위와 심평원이 쑤시고 다니더니 이제 식약청이 검사를 앞세워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다. 노이로제가 생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공정위나 심평원, 식약청이 아무리 들쑤시고 다녀도 ‘정도 경영’ 해 왔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을 거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올 곳이 있을까.당분간 제약업계 내 이런 혼란과 집단 ‘노이로제’ 증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2009-07-20 06:20:51최은택 -
걷는 복지부 위에 뛰는 제약사제약업계의 최근 화두는 단연 리베이트이다. 연일 터지고 있는 대형 리베이트 파문에 이어 복지부가 드디어 8월부터 유통문란 품목에 대한 20% 약가인하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업계는 과연 이 제도가 제약사들의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을까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복지부는 자체적으로 불공정행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달부터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 영업 전략회를 하면서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리베이트 법망을 피해가면서 제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이런 와중에서도 일부 제약사들은 8월 제도시행을 앞두고 이미 지난달부터 6개월~1년단위 선지원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8월부터 리베이트를 주지 못하니 미리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장기간 지원을 해주는 게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선지원의 경우 일부 상위사들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고 있다.이렇게 될경우 사실상 유통문란 품목 약가인하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걷는 '복지부'위에 뛰는 '제약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업계의 전략도 오래가지는 못할듯 하다. 선지원의 경우 시간을 벌기위한 고육지책이기 때문이다.중요한 건 제약사들의 자정의지이다. 정당한 판촉행위를 진행하면서 떳떳하게 영업하는 것만이 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줄일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따라서 정부와 제약협회 등에서도 이러한 자정운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현실적인 불공정행위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리베이트 신고 포상금제 도입 등을 통한 상호 감시시스템 가동,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이번 기회에 리베이트가 근절될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모든 짐을 제약사만 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2009-07-17 06:40:01가인호 -
도덕성 벗어던진 제약사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공급거부를 선택한 제약사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상지대학교 배은영 교수의 주장이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며 운을 뗀 것이다.공급거부 전력이 있는 회사가 다른 약제를 급여 신청한 경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정 과정에서 일종의 참고자료로 사용하거나 각종 조사를 통해 불이익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다.이러한 배 교수의 아이디어는 통상 문제 등으로 인해 정부 정책으로 연결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보복성 조치까지 전문가의 입을 통해 거론된 것은 전적으로 제약업계, 특히 다국적 제약사의 행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노바티스의 '글리벡'과, 로슈의 '푸제온', 삼오제약이 미국 샤이어사로부터 수입한 '엘라프라제',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까지 모두 공급중단 논란에 시달렸고, 실제로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도 있어 왔다.이들은 모두 진료에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공급중단은 환자를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았던 것이다.배은영 교수는 "제약사에서 공급을 거부하면 도덕성에 대한 타격이 일부 있다"면서 "제약사가 잃는 것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해당 회사의 도덕성이 공급거부로 매우 심각하게 추락한다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 의약품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즉 욕은 해도 구매는 이어진다.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비난은 다소 받더라도 속칭 '팔아먹는' 데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약가 인하 이슈에는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다국적 제약사가 도덕성 이슈에 직면하면 곤란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본사 입장만을 반복해왔다.한 정부 공무원은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공급거부한 제약사 직원만큼은 아니다." 한국법인 직원들이 부끄러워할 법한 말이다.그 와중에 시작과 끝이 제약사 판단에 달려있는 '동정적 사용'은 제약사-환자 갈등을 정부-환자 갈등으로 치환했다.이는 정부가 제대로 약값을 쳐주지 않는다면서 해당 제약사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단기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논점 흐리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강제실시에 대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나서야 무상제공을 선택한 일부 제약사의 행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공급거부는 제약사의 존립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존재의 목적을 부정하는 회사에는 이윤밖에 남지 않는다.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장을 철수하고 공급을 거부하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에 우리 사회가 결국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이윤의 제한 외에는 없을 것이다.공급거부 논란이 있었던, 또는 진행중인 제약사들은 각자의 기업 이념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공급거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보복성 조치라는 아이디어가 단지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2009-07-15 06:20:11박철민 -
탤크약 해외원조 안될말제약업계가 석면탤크 의약품의 해외기증을 허용해줄 것을 식약청에 요청했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내려지면 폐기하는 것보다 다른 경로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의도다. 이에 식약청은 상대국이 인정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그렇지만 실제 해외기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당 의약품의 품질 부적합 여부를 떠나서 절차적으로 국내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시장에서 쫓겨난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도덕적 비난의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제약업계 내에서도 해외기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는 탤크약 해외기증 카드를 왜 꺼냈을까. 설사 성사되더라도 도덕적 비난도 우려되며 폐기 및 법인세 인하와 같은 일부 금전적인 보상을 감안하더라도 실익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이는 1000여 품목의 회수명령을 내린 식약청의 부실 행정에 대한 반발 심리로 비롯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만약 식약청이 해외기증을 인정할 경우 석면탤크 의약품이 문제 없는데도 무리하게 회수명령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때문에 식약청이 이들 제품의 제한적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도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여기서 짚어볼 점은 해외기증만이 제약업계가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냐는 것이다. 차라리 회수명령이 내려졌을 당시 적극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탤크약의 폐기를 막을 방도를 찾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처분 당시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제약사를 대상으로 전면 수사를 진행하자 이에 부담을 느껴 소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당 업체들은 항변한다. 제약사가 식약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어찌됐든 식약청의 행정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소송은 철회하고 이제와서 탤크약을 버리기 아까우니 해외에 기증해달라고 읍소하는 것은 명분이 너무나 부족하며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하지만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을 해외에 기증하는 사실은 해외토픽에 소개될 정도로 민망한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업체별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의약품을 버려야 하는 현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버리기 아까우니 다른 곳에 기증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제약업계의 진실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2009-07-13 06:13:52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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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영 VS 쥴릭 '빅매치'유통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지오영과 쥴릭이 있다.지오영은 글로벌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의 전략적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발표하면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사실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던 사실이지만 골드만삭스와 지오영측에서 이를 확인시켜준 것이다.그런데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다국적 유통회사인 쥴릭파마가 외국계 사모펀드와 합작사를 설립해 영세 도매들 M&A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쥴릭측에서는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일부 잘못된 부분도 있다고 했지만 전혀 부인하지는 않아,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그렇다면, 지오영과 쥴릭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겠다.지오영은 골드만삭스 투자자금을 3자물류와 M&A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미 몇몇 도매가 매각 견적을 지오영측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여기에 쥴릭의 사모펀드와 합작사 소식이 사실이라면 이 곳 역시 도매 M&A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될 것이다.과연, 어디가 가능성 있는 도매를 합병하게 될지 지켜볼 만할 일이다.또 다른 매치포인트는 다국적사 3자물류다. 쥴릭은 이미 다국적사의 물류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오영이 '골드만삭스'라는 외국자본을 등에 업고 다국적사 3자물류 유치에 나섰다.회계처리의 투명성을 앞세웠던 쥴릭의 강점이 '글로벌 투자자금 유치'라는 산을 넘어선 지오영의 재무 투명화와 동등한 입장이 돼버린 셈이다.또 지오영은 경기도 오산에 다국적사 물류를 위한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공언했었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지오영이 쥴릭 아웃소싱 다국적사의 물류를 뺏아올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한국형 쥴릭으로 불리는 '지오영'과 진짜 '쥴릭'의 빅매치 결과가 사뭇 궁금하다.2009-07-10 07:06:07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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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덫에 걸린 건보공단‘성과주의’가 건강보험 행정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협하고 있다.최근 갑작스런 업무 확장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비근한 예다.공단은 심평원과의 업무 중복 논란에서부터 공단 내부의 조직문화 쇄신까지 몰아치는 이슈로 숨가쁜 상반기를 보냈다.자발적인 자기 혁신이라기보다는 빠른 성과를 지향하는 상부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빚어낸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상당부분 작용, 조직 전체에서 묵직한 피로감이 느껴진다.초기 이같은 변화는 학습량이 엄청나고 수용도가 빠르다고 알려진 정형근 이사장의 ‘기대’에 근접하기 위한 혹독한 훈련 쯤으로 인식됐었으나, 최근 그 수위가 도를 넘어선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은 공단 직원들의 직무 숙련도와 학습역량을 제고하는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공단은 적어도 조직문화나 직원 복지 면에서 보건복지 산하 공공기관의 정체성이 무색할 정도로 상식 밖의 퇴로 걷고 있다.가장 가까운 예로 공단 직원들은 요즘 퇴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평일 야간근무와 밤샘근무는 물론 반강압적인 주말 출근 눈도장도 불사하는 지경이다.일부 임원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사무실로 복귀해 야근 현황을 체크하는가 하면 주말 출근상황도 일일이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일부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등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급기야 각 실마다 혈압측정기가 설치되는 이벤트도 벌어졌다.각종 감사 때마다 회자됐던 ‘인력이 과다하고 업무는 방만’하다는 한 때의 수식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서 일말의 의미를 찾을 지 모르나, 내부 사정을 알고 보면 자가 혈압측정으로 최소한의 건강을 체크하라는 ‘혈압기’의 출현은 자못 섬뜩하기까지 하다.단순히 업무량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감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최근 과감한 인사 개편을 통해 “찍히면 좌천, 눈에 들면 자리 보전”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데다 간혹 언론보도라도 나올라치면 내부 검열이 삼엄한 탓에 전전긍긍하는 실무자가 적지 않다.이 때문에 관리자들은 자기 판단력을 잃고 엄한 아버지의 회초리가 무서워 자기표현을 스스로 말살시켜버린 ‘어린아이’를 닮아가는 형국이다.실적 위주의 허술한 행사로 기관의 질을 떨어뜨리는 풍경도 목격된다.정형근 이사장 취임 이후 매주 개최하고 있는 ‘금요 조찬세미나’가 대표적인데, 매주 토론 주제에 맞는 적임자를 초청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졸속 섭외와 부실한 준비로 대안 토론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은 자주 목격됐다.더욱이 심각한 것은 매번 ‘보험자 역량 강화’를 주창하면서도 의료산업화와 같은 첨예한 쟁점에서 오히려 보험자적 정체성과 대국민 보장성 강화의 정당성에 배치되는 정책논리를 학습시킨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는 점이다.따지고 보면 올초 건강보험 중심가를 뒤흔들었던 공단과 심평원의 갈등도 '성과주의'의 한 단면으로 읽힌다.약가업무 중복을 놓고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양 기관은 최근 현지조사 업무 중복으로 또 다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중이다.양 기관 갈등이 발생한 영역이 공교롭게도 모두 단시간에 성과를 지표화할 수 있으면서 대내외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현안이고 보면, 여기서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의식에 기반한 조급증을 읽어내는 시각에도 일면 수긍이 간다.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정부분 정치적 성향을 띨 수 밖에 없는 것이 공공기관의 숙명인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자의반 타의반 과도한 성과주의가 단시간에 몰고 온 갈등과 분열을 공단은 주지해야 한다.흘러가는 바람이라 하기에는 그 정도가 우려스러운 공단의 혼란은 다름아닌 실생활의 영역에서 공단과 불가분의 정책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민에게 머지않아 더 큰 댓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2009-07-08 09:10:15허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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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약국 등 터진다최근 건강보험공단의 처방조제 내역 불일치 점검을 두고 약국가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이 가운데 공단의 무리한 자료 요구는 차지하고라도 이미 심평원에서 처방조제 내역 점검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또 다시 유사업무를 진행하면서 업무 중복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심지어 일부 약사들은 이번 점검은 사실상 공단이 심평원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그 동안 업무중복을 두고 벌어진 양 기관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물론 공단은 보험자의 대리인으로 급여비가 정당하게 지급됐는 지를 확인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점검의 타당성이나 진정성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문제는 공단과 심평원이 유사업무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업무협의도 진행하지 못해 기관 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의약계의 불만을 고조시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진료비 확인민원 등과 같이 외부에 드러난 사례 외에도 지난해 공단은 내부적으로 진료비 상위권 가운데 삭감률이 낮은 의료기관에 대해 심평원에 정밀심사를 요청하면서 심평원의 불만을 산 바 있다.이미 심평원이 종합관리제 등을 통해 진료비 상위기관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공단이 유사업무를 진행하자 심평원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양 기관이 사후에 협의를 해 의견을 조정하는 사례가 발생했던 것이다.결과적으로 이번 처방조제 내역 불일치 점검 역시 공단과 심평원이 업무협의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필요한 점검이 한 기관으로 통일될 수 있었을 것이며 일선 약국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심평원 내에서조차 공단의 이번 점검은 사실상 심평원의 몫으로 업무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단은 심평원이 유사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공단과 심평원의 기싸움에 약국만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양 기관의 업무중복을 해소할 수 있는 협의구조가 시급하다. 최소한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2009-07-06 09:09:34박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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