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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집합 연수교육 논란이 남긴 것[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대면에 해당하는 집합 연수교육이 이슈가 됐다. 집합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한약사회의 방침을 계기로 웨비나의 집합교육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고, 병원·산업약사 등 직역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상회의와 웨비나가 일상적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집합교육으로 볼 수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방식은 연수교육의 접근성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작 연수교육의 본질인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문직의 연수교육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그 출발점은 약사의 전문성 유지와 향상에 있다. 약사의 경우 새로운 치료 환경과 의약품 정보를 익히고, 변화하는 의료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수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교육 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이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연수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약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부 교육을 두고 특정 회사나 제품 중심의 강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사진과 주제가 매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보다 제품 설명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연수교육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약사회마다 우수한 강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회원들의 호응을 얻는 교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정 의무교육인 만큼 교육의 질이 지역이나 강사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요구로 코로나19로 유연하게 적용됐던 집합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수교육 방향을 잡았다. 이번 개편 취지가 단순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 내용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의 학술성과 객관성은 충분한지, 특정 제품이나 기업 홍보로 흐르지는 않는지, 최신 치료지침과 임상 근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회원 약사들의 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우수 강의를 공유하거나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약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합돌봄, 방문약료, 전문약사 제도, 비대면진료, 인공지능 활용까지.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연수교육이 다뤄야 할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연수교육은 단순히 평점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사회와 환자 앞에서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번 집합교육 논란이 온라인과 대면 중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7-16 06:00:40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2026-07-15 06:00:46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인증 없이 쫓기듯 시작하는 약가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신규 제네릭 산정 방안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이 내달 ‘준혁신형’ 제약사 없이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어제(13일)까지 제네릭 산정·가산 개편안을 포함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달 1일 시행 예정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약가제도 개편 목적의 굵직한 뼈대 중 하나다. 혁신 지향적 생태계 마련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주요 목표로 언급된 바 있다.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과 특례 방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신설됐다. 다만, 시행일을 앞둔 현재 준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준혁신형과 혁신형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시행일을 수개월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준혁신형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해둔 뒤 차후 대상 기업을 선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준혁신형 제약사는 10~20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산정률 45%, 인증 이후에는 50%의 산정률이 적용된다. 약가 가산은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약가제도 개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약가 가산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혁신성에 따라 가산이 부여된다. 즉, 준혁신형 인증이 붙어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약가의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각 등재 품목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 산정률, 4년의 가산 유지 적용에 따라 매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혁신형 신청 대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10~20곳의 제약사들은 준혁신형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급여 출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혁신형 인증을 새로 받으려고 하는 소수의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인증을 받는다면 60% 가산과 4년의 가산 유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증까지 약 5개월은 제네릭 등재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제네릭 출시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약가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약가를 더 주거나, 깎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약산업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제약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미흡한 준비로 서둘러 시작하는 약가제도 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2026-07-14 06:00:46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보건의료 입법, 여야·직능 이익 쏠림 없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진전없이 교착에 빠지면서 보건복지위원장을 여야 중 누가 맡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맡았던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내주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 구성 재협상을 촉구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 행위를 번복하지 않으면 7개 상임위원장도 포기하는 안까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맡게 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복지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이 맡게 될지 여부에 따라 국회 계류중인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논의 경과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계와 약사회, 정부부처는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진행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드는 생각은, 국민 건강과 생명,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입법 성패가 과연 여야를 비롯한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의 파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당연시 바라봐도 될것인지다. 국민 중심 의정활동이 넘쳐 흐르는 국회가 아닌 여야, 의사와 약사 직능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나 로비력에 따라 국회가 운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는지, 의사나 약사 직능이 여야 각각 어떤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운명이 180도 뒤바뀌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과 직능단체는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유리하다면 여야, 의·약사를 떠나 가장 합리적인 입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작동·운영돼야 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제한적 성분명 처방 허용법'이 처한 상황을 보면 후반기 국회 복지위원장을 여당이 맡을지 야당이 맡을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민의힘과 의사들은 의료진의 진료권 보호·보장을 위해 아무리 제한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 부분적 허용 법안을 절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인 대비 민주당과 약사들은 필수약 품절 문제를 근절하고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은 여야 정치적 셈법과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 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실종된 '국민 중심' 의정활동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진영 논리와 직능 이익 우선주의가 결합된 지금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국민 건강·생명과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선진화,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란 미션을 이해관계 없이 해결할 때 국회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치권이 의료계와 약업계 이익을 따지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사이, 정작 정책의 실수요자이자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 목소리는 배제된다. 여야 또는 특정 직역의 타격이나 수성이 입법 목표이자 성패의 잣대가 돼선 안 된다.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여야 누가 맡게 될지, 여야 복지위원 의·약사 직능 구성이 어떻게 꾸려질지와 상관없이 국가 보건의료 정책 일관성과 국민 우선 의정활동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입법 심사가 필요하다.2026-07-10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복잡한 약가 제도와 씁쓸한 로펌의 특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의 발걸음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형 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 도입될 혁신형·준혁신형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은 유연계약제와 사후관리 규정의 법적 틈새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도 변화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약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업계 전반이 공감한다. 그러나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이를 적용받는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 로펌들만 특수를 누리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로펌은 단순한 법률 자문 역할을 넘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규제가 복잡해지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로펌의 영향력은 비례해서 커졌다. 정부의 입법이나 고시개정에 방어 논리를 마련하고, 복잡한 규제를 풀이해주며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약가 인하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에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기도 한다. 규제와 행정이 맞닿는 영역에서 이제는 로펌이 개입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 로펌들이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 출신 전관들을 앞다퉈 영입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물론 개인의 전문성을 살린 재취업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 입장에선 복잡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줄 전문가가 절실하다. 로펌 역시 시장 수요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자연스런 판단이다. 엄격한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를 거쳤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서글픈 모순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 제도의 틀을 설계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규제 문턱을 높였던 이들이, 퇴직 후에는 정반대의 편에 서서 그 규제를 우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컨설팅하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설계했던 이들이 로펌의 이름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한다.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논리를 산다. 정책 변화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기이한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자원 배분이다.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쓰여야 할 비용과 자원이 규제 대응과 법률 검토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는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 기업들의 혁신 경쟁이 아닌 규제 대응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라면, 근본적인 설계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아니라 대형 로펌이라면, 제도 설계와 추진 방식이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2026-07-09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ESG 경쟁력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지주사와 중견 제약사, 바이오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공시 체계와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올해만 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이 잇따랐다. 기존 보고서를 내던 기업들은 공시 범위를 그룹 전체로 넓히거나 국제 기준을 반영해 보고 체계를 고도화했다. 계열사별 ESG 활동을 하나로 묶고, 이중 중대성 평가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ESG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경영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요건이 됐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원료 공급 등 글로벌 협력 과정에서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 인권, 윤리경영, 정보보안, 탄소배출 관리 수준까지 함께 검증받는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국내 기업들의 ESG 접근법이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봉사활동이나 친환경 캠페인 등 사회공헌 중심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혁신, 의약품 접근성,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 공급망 관리, 사업장 안전보건처럼 제약산업의 본업과 직결되는 의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ESG를 별도의 활동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에 보고서를 발간해 오던 기업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시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공시 기준을 반영하고 그룹 차원의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이슈를 도출하는 등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가 형식적인 도입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부 기업의 보고서는 여전히 '무엇을 했다'는 활동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량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좋은 사례만 나열한 보고서는 홍보 자료로만 보여질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는 이제 보고서를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나 꾸준히 개선했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고서의 두께가 기업의 신뢰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ESG 2.0 시대의 경쟁은 '발간'이 아니라 '증명'이다.2026-07-08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코스닥 30년, 화려한 기념식보다 중요한 것[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이립(而立). 서른 살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341개 기업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지난해 기준 1827개 기업이 상장한 시장으로 커졌고 시가총액은 개장 당시 7조원에서 지난달 기준 58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숫자로 보면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립의 나이에 들어선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불성실공시, 반복적인 자금조달, 우량기업 저평가 등 누적된 문제가 시장 신뢰를 흔들어왔다. 현재 코스닥은 외형 성장의 단계를 넘어 성숙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국은 상장 유지요건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 밸류업, 기술특례상장 고도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통해 부실·한계기업은 신속히 걸러내고 우량기업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스닥의 본래 역할인 '모험자본 시장'의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이미 완성된 기업만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로 선별과 퇴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성장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한계기업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사업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지표만으로 평가받을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기업이 위험기업처럼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그먼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을 따로 구분해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우량기업과 관리 대상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내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전략보다 어느 군에 들어가느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제도 개혁이 기업을 나누고 솎아내는 방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기업을 퇴출할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시간을 줄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제약바이오처럼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식보다 분명한 원칙이다. 우량기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 30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걸러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이 시장 안에서 버티고 성장했느냐로 평가될 것이다.2026-07-07 06:00:40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USA, 이제는 결과를 말할 때[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바이오USA가 끝나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글로벌 기업과 수십 건의 미팅을 진행했고, 파트너링을 확대했으며, 기술이전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하지만 시장이 궁금한 것은 행사장에서 누구를 만났느냐가 아니다. 그 만남이 지금 어디까지 이어졌느냐다. 물론 이를 단순한 홍보 문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바이오USA는 대표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무대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 자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기업과 미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인 것도 사실이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비밀유지 계약, 추가 실사, 데이터 검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바이오USA 이후 반복되는 낙관적 표현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년 행사 직후마다 "글로벌 관심을 확인했다", "파트너링 논의를 확대했다",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 반복된다면 시장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관심을 받았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어떤 논의가 이어졌는지다. 미팅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진전 여부다. 바이오USA 참석이 일회성 이벤트인지, 실제 사업개발 전략의 일부인지도 결국 행사 이후의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 역시 단순한 기술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후보물질 하나의 가능성뿐 아니라 플랫폼의 확장성,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 역량, 반복적인 글로벌 접점 형성 능력까지 함께 검토된다. 현장에서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연속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시장은 빠른 성과를 요구하지만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계약은 속도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초기 미팅 이후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검토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사 직후 당장 계약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행사 참석 자체가 성과처럼 소비되는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술 경쟁력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파트너링 미팅의 양만큼 중요한 것은 논의의 질이고, 현장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후속 검증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USA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자본시장 침체와 기술특례 상장 이후 검증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와의 접점 확대는 기업가치와 생존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기업과의 대화 경험은 기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개발 방향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제는 표현보다 결과를 축적해야 할 시점이다. '논의 확대'가 실제 추가 미팅으로 이어졌는지, '관심 집중'이 데이터 요청이나 공동검토로 전환됐는지, '파트너링 강화'가 다음 행사에서도 이어지는 연속적 관계로 남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바이오USA는 매년 반복된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한 번의 참가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해에도 같은 기술을 더 성숙한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지, 같은 파트너와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에 약속한 방향을 실제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는지다. 바이오USA의 진짜 성과는 행사가 끝난 뒤 증명된다.2026-07-03 06:00:4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탈모약 급여 논의가 남긴 질문[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탈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심리적·사회적 부담을 안겨준다. 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급여의 우선순위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탈모를 단순히 미용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우울감이나 대인관계 위축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고, 젊은 연령층일수록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급여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건강보험은 필요한 모든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결국 한정된 재정 안에서 무엇을 먼저 보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급여 여부는 질환의 중증도와 미충족 의료수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취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화두 중 하나는 건강보험 급여의 높은 문턱이었다. 혁신 항암제는 허가를 받고도 급여까지 수년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희귀질환 치료제 역시 비용효과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치매 치료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증상이 악화된 이후 대응했던 시대에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여전히 소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층 예방접종 확대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만 치료 역시 만성질환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정책 변화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언급하지 못한 과제들까지 더하면 건강보험 보장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치료제는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이를 어떤 원칙으로 건강보험 안에 담아낼 것인지는 여전히 결정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물론 질환마다 특성이 다르다. 환자 규모도 다르고 질병 부담과 치료 목적도 상이하다. 탈모와 암, 희귀질환, 치매를 단순히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급여 논의의 원칙까지 달라져서는 안된다. 어떤 질환은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이유로 빠르게 공론화되고, 어떤 치료는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갖추고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의문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 탈모약 급여화 논의가 남긴 질문도 여기에 있다. 탈모를 급여화할 것인지 아닌지를 넘어 건강보험이 어떤 원칙으로 보장 범위를 넓혀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급여를 결정할 때마다 더욱 신중한 우선순위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는 사회적 관심이나 정치적 필요보다 의료적 필요성과 환자 혜택,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 기준이 분명할수록 앞으로 이어질 급여 논의도 더 큰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2026-07-02 06:00:40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창고형약국이 약사사회에 던진 진짜 '화두'[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약사사회의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창고형약국이다. 창고형약국 개설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등장했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반의약품 가격 경쟁과 난매, 소비자 신뢰, 약사의 전문성, 유통 질서까지 그동안 수면 아래 머물러 있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사실 이 같은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 가격 편차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가격 경쟁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비자들은 같은 의약품이라도 약국마다 큰 가격 차이를 경험했고 약사들 역시 가격 경쟁과 전문성 사이에서 고민을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았다. '시장에 맡길 문제'라는 시각과 '약국 자율권'이라는 인식이 공존했고 가격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인 논의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창고형약국은 그 균형을 흔들었다. 가격 경쟁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일반의약품이 단순한 소비재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것이 적절한지, 약국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약사사회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일반의약품 가격 질서와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것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회원 의견을 수렴하며 가격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일반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주제들이다. 창고형약국은 결과적으로 약사사회가 외면해 왔던 숙제를 다시 펼쳐 보게 만든 셈이다. 물론 해답은 아직 없다. 정찰제가 정답인지, 자율가격제가 유지돼야 하는지, 일반의약품 유통구조를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창고형약국을 둘러싼 논란을 단순히 일부 약국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같은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형태의 약국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일반의약품의 가치와 가격, 안전관리, 그리고 약국이 지켜야 할 공공성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창고형약국은 분명 약사사회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논란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질문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창고형약국이 남긴 진짜 숙제는 한 형태의 약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아니다. 앞으로 약국이 어떤 질서를 만들고, 일반의약품을 어떤 가치로 국민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2026-07-01 06:00:44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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