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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

  • 강혜경 기자
  • 2026-07-15 06:00:46
  • 요약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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