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팔고 조제까지...가족이라는 이유로 묵인된 불법
- 정혜진
- 2018-08-24 06:24:03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특별기획] "약사 가족이 관리하는 약국, 어떻게 보십니까?"
- AD
- 매출을 부르는 약국공간 컨설팅 휴베이스 디테일이 궁금하다면?
- 휴베이스 모델약국 투어

사건의 핵심은 성추행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알려지면서 약사 독자들은 성추행 진실 여부 못지 않게 '왜 약사가 아닌 약사의 남편이 약국장으로 불렸냐'는 점에 관심을 가졌어요. 사건을 쫓아 여러 약사들, 경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약사 사회가 특히 '약국 내 무자격자'라는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관여하는 약사의 배우자와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약사들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황당하리만치 심각한 상황, 또 한편으로는 약사 배우자가 약국장 행세를 하기 쉬운 이유, 약사들의 시선 등 많은 얘기를 접했습니다.
"그런 약국이 있냐고요? 말도 마세요, 저는 이런 일도 겪었어요."
'약사님,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서 일해보신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 지금은 작은 약국을 직접 운영하시는 한 약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그런 약국에서 일한 적 있는데, 말도 마요. 약국장은 나오지도 않고, 약사도 아닌 부인이 약국장처럼 직원 부리고 관리하고 환자 오면 일반약 집어주고, 이것저것 설명까지 해주고요. 제가 이건 아니라고 문제 제기하니까, 그 다음부터 저를 왕따시키는 거예요. 점심시간이면 저만 빼놓고 나머지 직원이랑 근무약사들 데리고 밥 먹으로 가고요.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죠."
얼마 전에는 약사 남편의 부인이 약국 주인행세를 하며 도매 직원들, 제약사 영업사원을 하수인처럼 부리다 갑질로 경찰조사까지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약사 가족'의 어두운 단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죠.
사실 근무약사들 사이에서 이런 경험이 없지 않을 겁니다. 약대 실무실습이 막 시행됐을 때, 약국 실습을 다녀온 약대생들에게 설문을 해보니, '약국에 카운터가 있고, 그 카운터에게 일을 배웠다. 자괴감이 들었다'는 답변이 꽤 있었습니다.
이 중에는 '약사 남편이 약국장인 줄 알았다. 직원, 약사 관리는 물론 약품 사입, 재고 관리 약국 전체 관리 감독을 다 하더라. 일반약 판매도 했다'라고 지적한 약대생도 있었고요.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약국장의 가족, 특히 배우자가 함께 약국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요. 시쳇말로 고소득 전문직 배우자와 살며 편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셔터맨'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만 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 약사는 약국 셔터맨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직업 없는 남자와 결혼할 여약사가 많겠나요. 약사는 1등 신붓감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처음엔 삼성, 현대같은 대기업 다니는 남자와 약사가 만나 결혼을 하죠. 그런데 대기업은 퇴직이 빠르잖아요. 퇴직한 남편이 사업을 한다, 재취업을 한다 하다가 이게 잘 되지 않으면 차차 자기 일을 포기하게 돼요. 그러면서 차라리 약국에서 일손이나 돕자 하는 게 일명 '셔터맨'으로 굳어지더라고요."
너무 개인적인 얘기인가요? 이렇게 공론화하는 게 저 역시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약사 가족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지역의 30대 근무약사는 '약사 남편 관리자'가 생겨나는 과정을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도 그런 약국에 한 번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약국장은 몸이 안 좋아 약국에 안 나오고 관리약사로 일해달라는 약국이었어요. 그런데 관리약사를 뽑는다 해도 일을 100% 맡길 수 없으니 약사 남편분이 매일 약국에 나오는 거예요. 직원 관리는 물론 결제, 금전 관리를 하고요. 개설 약사가 갑자기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약국을 폐업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게 생계인데 쉽게 폐업할 수 없겠죠. 이럴 때 관리약사를 구하면서 실질적인 약국장은 약사의 배우자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왜 약사 가족이 약국에 나와 일을 하게 되는지 말입니다.
"믿을 만 한 직원 구하는 게 쉬운가요? 일 가르쳐 놓으면 딴 데로 옮기고, 10만원 더 주는 약국으로 가버리고. 일이 손에 익기도 전에 연락 없이 그만두는 직원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꾸준히 출근하는구나 싶으면 웬걸. 불성실한 사람, 돈이나 약에 손 대는 사람, 게으른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마음 맞고 웬만큼 일 하는 직원을 구하기 힘드니, 차라리 믿을 만한 가족 중에 약국 나와 도와주는 게 좋은 거예요."

내 일이고, 우리 가족의 일이니 이들은 우리 약국에 오는 손님에게 훨씬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럼 전반적인 약국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 일조하겠죠. 우리가 '약사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그런 약국 많이 줄지 않았나요?"
다행인 것은, 이런 사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약사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졌고, '무자격자'를 알아보고 이게 불법이라는 걸 인지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탓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동안 약국을 괴롭힌 팜파라치도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근무약사로 3~4년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젊은 약사는 그럽니다. 요즘은 그런 약국 많지 않다고요.
"지방은 몰라도, 서울에는 거의 없을 거에요. 젊은 약사가 하는 약국 중엔 더 없고요. 저도 보지 못했고, 제 주변에도 없었어요. 우선 요즘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문직 배우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 나와 같이 일하는 배우자가 없습니다. 나이 드신 약사들이 운영하는 약국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만... 젊은 약사들은 기본적으로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나 조제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커요. 그런 약국에서 일하느니, 다른 약국에서 일하죠. 근무약사 자리가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찝찝한 약국에서 일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약사 배우자가 '관리'를 하는 약국은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약사 배우자가 약국을 관리하고 약사 업무에 간섭하는 경우는 꽤 있어요. 왜냐하면 약국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배우자는 약국 돌아가는 사정을 제일 잘 알고 있거든요. 조제나 의약품 판매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업무 지침이나 이런 건 그 분들께 배운 적 있어요. 약사 배우자, 사실상 약국의 경영자? 오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가족, 다음 편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약사사회의 연령 별 엇갈린 시선과 모범이 될 만한 '약사 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약국장이 성추행" 미투 논란…폭행사건으로 비화
2018-08-21 06:30:40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13년 전 악몽 재현되나"…유통·CSO업계 약가개편 촉각
- 2'묻지마 청약' 규제했더니...상장 바이오 공모가 안정·주가↑
- 3의사 남편은 유령환자 처방, 약사 아내는 약제비 청구
- 4[기자의 눈] 절치부심 K-바이오의 긍정적 시그널
- 5비대면 법제화 결실…성분명·한약사 등 쟁점법 발의
- 6유통협회, 대웅 거점도매 연일 비판…“약사법 위반 소지”
- 7[팜리쿠르트] 삼진제약·HLB·퍼슨 등 부문별 채용
- 8제일약품, ESG 경영 강화…환경·사회 성과 축적
- 9희귀약 '제이퍼카-빌베이' 약평위 문턱 넘은 비결은?
- 10"실패와 절망 끝에서 찾은 나 다움, 그리고 나의 행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