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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질환 '성공률 0%'...험난한 BTK 저해제 개발 여정

  • 안경진
  • 2019-01-24 06:20:54
  • 혈액암 블록버스터 배출...류마티스관절염 성공사례 전무

한미약품이 2015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기술이전했던 BTK 저해제가 반환됐다. 릴리는 1년 전 류마티스관절염 2상임상 목표달성에 실패한 후 다른 적응증을 모색해 왔지만 시장성 등을 고려한 끝에 개발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미약품은 신약후보물질(LY3337641/HM71224) 관련 모든 자료를 이전받고, 독자 개발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수 글로벌 제약사가 BTK 저해제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지만 아직까지 류마티스관절염 등 면역질환 분야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브루비카와 칼퀸스 2종만이 희귀혈액암 치료제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릴리, 4년만에 권리반환..."2상임상 유효성검증 못해"

기술수출 계약 해지의 전운이 드리운 건 1년 전부터다. 한미 파트너사인 릴리는 지난해 2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LY3337641(HM71224)의 임상2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중간분석 결과 안전성 측면에는 문제가 없으나 유효성 측면에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단 사유다. 일차평가변수는 12주간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성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 중 약물관련 이상반응 발생 비율과 류마티스관절염 증상이 20% 개선됐음을 의미하는 'ACR20' 지수 도달률이었다.

당시 업계는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이 중단되더라도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등 면역질환 분야 다른 적응증으로 변경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림프종, 백혈병 등 혈액암 분야로 전환, 개발될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 바 있다.

애브비의 '임브루비카(이브루티닙)'가 희귀혈액암의 일종인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로 판매 중이었고, LY3337641(HM71224)이 앞서 건강한 성인 대상의 임상 4건을 통해 안전성과 내약성 결과를 확보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릴리는 끝내 LY3337641(HM71224)의 개발, 상업화에 관한 모든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임상 자료와 BTK 억제제 시장성을 검토한 결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5년 양사가 합의한 총 계약규모는 7억6500만달러(약 8600억원)다. 계약파기로 인해 한미약품은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미 수령한 계약금 5300만달러는 반환 의무가 없다.

한미약품은 향후 90일 이내에 모든 임상과 개발 관련 자료를 릴리로부터 이전받는다. 이후 독자적으로 다른 적응증 개발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혈액암 치료제 2종 상용화...'임브루비카' 매출 3조원 육박

그간 BTK 저해제 개발행보는 쉽지 않았다. 2013년 '임프루비카'가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BTK 저해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시판 중인 약물은 임브루비카와 칼퀀스 2종뿐이다. 두 약제 모두 희귀혈액암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는 점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성공사례는 전무하다.

BTK 저해제는 B세포 성장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브루톤티로신키나아제(Bruton's Tyrosine Kinase) 단백질을 저해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20여 년 전 미국의 바이오벤처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를 시작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지속됐다.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B-세포 수용체(BCR)를 활용, 세포 내 신호전달의 필수 단백질인 BTK를 억제한다는 작용기전을 고려할 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산업계는 2013년 임프루비카 허가를 계기로 BTK 저해제의 주요 적응증으로 혈액암에 주목하게 된다. 일찌감치 BTK 저해제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애브비는 2015년 210억달러에 파마사이클릭스(Pharmacyclics)를 인수하면서 임브루비카를 확보했다.

FDA 허가받은 BTK 저해제 2종
임브루비카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과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 소림프구림프종 등으로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임브루비카의 글로벌 매출액은 26억1500만달러(약 2조9510억원)로, 3조원에 육박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15년 12월 에이서타 파마(Acerta Pharma)를 인수하면서 BTK 저해제로 개발 중이던 칼퀀스(아칼라브루티닙)을 확보했다. 당시 계약조건은 에이서타 지분 55%를 40억달러(계약금 25억달러, 마일스톤 15억달러)에 인수하고, 45%의 잔여지분은 30억달러에 인수하는 옵션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칼퀀스는 M&A 2년만인 2017년 10월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다.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해 혈액암 관련 수십개 임상을 가동 중이다.

◆류마티스관절염 잇단 실패...머크 '에보브루티닙' 성공 가능성 제기

혈액암 시장이 3조원 규모로 커진 데 비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성적은 초기 단계다. 상당수 회사는 BTK 저해제의 주요 적응증으로 림프종,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목표로 삼는다. 임브루비카 공동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J&J)은 "(임브루비카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에 이름만 올려놓은 채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다.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하는 후보물질은 대부분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반환된 LY3337641(HM71224)과 같이 드물게 중기임상에 도달했지만,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엘진이다. 세엘진은 2016년 미국류마티스학회 연례학술회의(ACR 2016)에서 BTK 저해제로 개발 중이던 CC-292의 2a상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7명에게 4주동안 메토트렉세이트(MTX)와 시험약(CC-292)을 복용하게 한 다음 증상개선 정도를 평가한 연구다.

분석 결과 BTK 저해제 복용군에서 ACR20(미국류마티스학회가 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증상이 20% 이상 개선됨)이 감소했지만, 위약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ACR50(증상이 50% 이상 개선됨)과 ACR70(증상이 70% 이상 개선됨) 평가 결과도 유사했다. 피험자수가 작고, 평가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성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세엘진은 CC-292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BTK 저해제 개발 현황(자료: 이밸류에이트파마, 데일리팜 재구성)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상용화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BTK 저해제 후보는 독일 머크(Merck KGaA)의 '에보브루티닙'이다. 중국 베이진(BeiGene)의 자누브루티닙(Zanubrutinib)이 3상임상 단계로 FDA 혁신의약품 지정을 받으면서 허가가 유력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외투세포림프종 타깃이다.

머크는 2017년 9월부터 메토트렉세이트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에보브루티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2b임상을 진행해 왔다. 루푸스, 다발경화증 환자 대상으로도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10월 머크가 공개한 2b상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에보브루티닙 고용량(75mg) 투여군은 일차평가변수에 도달하면서 다발경화증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고강도 MRI 측정 결과 에보브루티닙 복용군의 병변크기가 위약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성공을 담보하긴 이르다는 시선이 있다. 에보브루티닙 복용군에서 2차평가변수였던 다발경화증 재발률이 감소했지만 위약군과 통계적 차이를 입증하진 못했다. 2017년 FDA 허가를 받았던 로슈의 다발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가 2건의 3상임상을 통해 재발률 감소효과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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