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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협상생략 약제에게 꼭 그래야만 했나

  • 어윤호
  • 2019-04-17 06:15:24

'환자를 위해서'. 명분은 같은데, 행동은 충돌한다. 약가협상 생략제도를 선택한 약제를 부속합의서가 막아섰다. 빠른 보험급여 적용을 위해 약가 욕심을 버렸지만 환자보호조치로 인해 등재 속도가 늦춰졌다.

보건당국이 건강보험공단을 내세워 약가협상 지침 개선과 함께 별도로 작성을 요구하는 부속합의서가 화두다. 환자보호조치, 조건이행확약, 제약사 귀책사유 등에 대한 배상책임 등 내용을 담고 있는 부속합의서는 등장부터 업계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을 대표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부속합의서는 '합의'가 아닌 '규제'라고 비판하며 행정절차법에 따른 행정예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부속합의서 자체를 잘못됐다고 규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의약품 공급중단 사태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환자보호조치 의무조항이 그간 없었던 것이 의아할 정도다. 글리벡, 리피오돌, 아이클루시그. 공급에 문제가 생긴 이 약들은 '암' 치료에 쓰인다. 당연히 대비와 책임이 필요하다.

협회의 주장에도 무리가 있다. 약가협상과 급여목록 등재는 어디까지나 정부와 제약사 간 '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계약 과정에서 작성되는 합의서를 놓고 규제심사를 적용할 이유는 없다. 공단의 '규정 등 관리 규칙'을 보더라도, 사전예고가 필요한 대상에 약가협상지침은 없다.

다만 조항들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듯 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항들만 보더라도 제약사들의 당황에 공감은 된다. 이같은 조항들의 가감이 개별약제마다 달라진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가 요구하는 표준계약서를 수용하진 않았지만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의견수렴을 통한 조정 의사를 밝혔다. 앞에서 강력한 조항에 부대합의를 이뤄 놓으면 보건당국은 훗날 소송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신약은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불가능한 선을 고집할 수는 없다.

실제 약간의 조정이 있었고, '울며 겨자먹기'의 모양새로 스핀라자, 린파자, 프롤리아, 다잘렉스 등 약제들의 보유사들이 부속합의서에 날인했다.

다 좋다. 향후 논의를 거치고 수정·보완이 이뤄지면 어느샌가 부속합의서는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런데 엄한 곳에서 부속합의서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100%를 수용, 약가협상 생략 트랙을 밟고 올라온 파슬로덱스, 알룬브릭, 아고틴 등 3개 약제에 대해 부속합의서 미작성을 이유로 조건부 등재 판정을 내린 것이다.

속도를 위해 약가를 포기한 약들이다. 대부분 대체약제가 있고 제약사 저마다 전략적인 니드와 목적을 고려해 선택한 등재제도이다. 알룬브릭은 네번째 ALK 표적항암제고 파슬로덱스는 입랜스 병용급여를 위해 먼저 단독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약이다. 이들 약물에 대한 공급중단 우려가 당장에 있을까?

현행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1조의2 제7항 2호와 3호에서는 '(약가협상 생략 약제는) 30일 이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한 후 30일 이내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해당 약제의 예상청구금액에 대한 협상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 돼있다.

"약가협상 생략은 협상에 준하는 가격으로 조기 등재하면서 환자의 접근성을 향상하고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환자 보호 방안이 먼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재를 지연시키는 것은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규정에 의해 우선 고시 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KRPIA의 주장에서도 허점을 찾기는 어렵다.

두말할 필요없이 제약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예상 등재시기가 나오면 급여출시 한달전에 영업사원을 채용하고 병원 랜딩 일정을 조율한다. 이 모든 계획이 이미 어그러졌다. 복지부는 "건정심이 그런걸 어찌하랴", "최대한 빨리 협상이 완료되도록 하겠다"라는 대답이 아닌, 그들이 잃게 된 5~7주간의 시간에 대한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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