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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직'으로 전직한 김 약사…불리한 약무직의 비애

  • 이정환
  • 2019-08-02 02:53:55
  • [DP스페셜 2] 지역 약무공백에도 '약사없는 보건소' 여전
  • "퇴임 앞두고 겨우 진급...공직약사 바라보는 지자체 철학 개선 시급"
  • "사명감 만으론 일하기 힘들다"...새내기약사들 공직 진출 걸림돌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1. A보건소 공직약사 최 모(57)씨는 최근 5급 사무관(과장)으로 승진했다. 1996년 공직에 발을 들인지 23년만이자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서다. 최 사무관은 승진이 기쁘지만, 23년 간 공직약사로서 겪은 설움도 그만큼 크다고 했다. 약무직 대비 인원 수가 많은 보건직이나 간호직과 직렬경쟁을 펼쳐야 하는데다 지자체가 좀처럼 약사 정원을 늘리지 않아 할 일은 크게 늘고 전문성을 갖춘 약사인력은 없는 약무공백 현상을 최 사무관은 십 수년째 봐왔다.

#2. 경기 B보건소는 치매건강생활과를 신설하면서 5급 사무관 보직인 과장직을 보건의료기술직과, 간호직으로 한정했다. 약사는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건강증진과장 역시 약무직렬을 배제해 약사 임용이 불가하다. 약사만 지원 가능한 '약무단수직'은 점점 줄어드는데 승진할 기회인 과장직마저 약사 배제 현상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약무팀장을 맡은 약사 박 모(55)씨는 직접적인 피해자다. 승진 시기가 지났지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없다.

#3. 강원도 모 군청 소속 김 모(53) 약사는 6급 약무직으로 공직에 입문, 20년째 근무했다. 도 내 공직약사가 희귀해 의약품 관련 업무를 도맡았지만, 갈수록 관련 정책을 만질 빈도는 줄어만 갔다. 특히 6급 약무직으로 일한 16년 동안 김 약사는 보직이 없었다. 계장(팀장급) 직무를 달고 싶어도 남는 보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급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 과장급 보직이 보건직과 간호직으로 직렬을 한정해 약무직이 갈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결국 김 약사는 보건직으로 전직을 결정했다.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며 승진 등 미래를 생각할 때 약무직은 전혀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직약사의 임용·진급 불이익이 심각한 수준이다. 밑으로는 약무단수직이 줄어들고, 위로는 약무직렬 배제 현상이 빈발해 '약사 없는 보건소'가 늘어나며 약무공백 위험이 커지고 있다.

타 직렬 대비 배 이상 부단한 노력은 기본, 일명 '직렬 파워게임'에서 이기는 동시에 운까지 좋아야 제 때 승진이 가능하다는 게 지자체 공직약사의 공통견해다.

공직약사의 진급 불안보다 더 큰 문제는 공직약사 인력 자체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보건의료 선진화를 위한 약사 역할과 의약품 안전 이슈는 점점 커지는데 지방 공무원 내 약사 부족 현상은 해결될 기미가 없어 훗날엔 공직약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실제 2012년 기준 전국 254개 보건소 가운데 154개소에 약사 인력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약사 인력이 최소배치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은 서울뿐이며, 전체 보건소 근무약사 2/3가량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건소 근무 약사는 법정정원 352명을 기준으로 2010년 166명(47.3%), 2011년 169명(48.1%), 2012년 163명(46.4%)으로 평균 47.3%에 그친다. 대도시 수도권을 제외한 농어촌 지역 고령인구 약제관리나 약무행정에 군데군데 구멍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보건소 근무 약사인력은 지역보건법이 배치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지자체는 드문 현실이다.

'공직약사는 사명감으로 일한다', '국민과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음과 약사로서 전문성을 펼치겠다는 포부가 양립해야 비로소 공직약사의 길을 택할 수 있다'. 공직약사의 중론이다. 약국을 직접 운영하거나 국내외 제약사에서 산업 약사로 일하는 대비 공직약사 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 사명감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공직약사가 긍지를 갖고 일하기 어렵다. 약무단수 삭제와 과장급 직위 약사 배제 불합리가 여전한데다 의사를 보건소장 우선임용하는 관행도 그대로다.

최근에는 한약사의 공직약사 지원 마저 활발하다. 가뜩이나 적은 약무직 정원에 한약사까지 합류하면서 공직약사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현상이 심화되는 셈이다.

공직약사들은 지자체가 지역 보건의약 철학을 세우고 약사 중요성을 새로 각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지자체 보건소의 경우 의약품과 직결되는 직무에만 약무직을 배치할 게 아니라 다양한 직무에서 약사 전문성을 펼칠 수 있도록 약사직능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약무직 정원을 늘려 보건소 내 약사 인사 적체 완화와 공직약사 지원 인력 증가가 시급하다고 했다. 특정 보직을 약사 외 직렬로 한정하거나, 약사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행정직군을 배치해 비효율을 자처하는 관행도 타파 대상이다.

쉽게 말해 7급 자리에 6급 약무직을 하향 배치하거나, 6급 약무직에게 제대로 된 팀장 보직을 부여하지 않거나, 제 때 승진할 기회를 박탈하는 케이스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모 보건소 H공직약사는 "서울은 그나마 나은편이다. 보건소마다 약사가 1명 이상 배치됐고, 약무직에 대한 필요성을 바로 인식한 경우가 많다"며 "경기도만해도 약사 없는 보건소가 절반 이상이다. 약무행정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약사는 "약사는 보건소 내 소수직렬이다. 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조직에서 소수는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승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일해야 겨우 한 급수 승진할 수 있는 조직에서 긍지를 가질 약사는 희박하다. 동료, 선·후배 약사에 체면을 구기며 사명감을 유지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경기 모 보건소 K약사도 "지역보건법이 약사인력을 규정하고 있지만, 안지켜도 그만이다. 약사사회 스스로도 공직약사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일을 하면 합당한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6급 팀장에만 머물러있다 보니 밑에있던 보건직이 나를 뛰어넘는 경우마저 겪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K약사는 "지자체 공직약사 실태조사만하고 증원하지 않는 관행을 깨야한다. 보직에 직렬을 한정해버리는 불합리도 사라져야한다"며 "나아가 보건소에 비전문가인 행정직이 갑자기 낙하산 인사로 배치되는 것도 문제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결국 공직 지원 약사 수를 늘리고, 공직약사 스스로도 약사 업무를 추가 발굴하면서 결집력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약사회와 정부 역시 공직약사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모 시립의료원 J약제부장은 "지역보건법 상 약무직은 의약품 조제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지자체의 약무직 배제는 심각한 문제"라며 "약사의 공직 진출 빈도를 높이고 공직약사 스스로도 약사 업무를 끊임없이 개발해 지역 보건의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J약제부장은 "정부와 약사회, 공직약사가 각성하지 않으면 공직약사 공동화 현상은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공직약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마련된다"며 "기본적으로 공직약사 승진이 하늘 별따기란 인식을 깨고, 보건소장까지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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