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반품에 매달려도 역부족"...유통업체의 비애
- 정혜진
- 2019-11-29 06: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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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김포 동원약품 물류센터 라니티딘·니자티딘 회수 현장
- 작업자들, 낱알 하나씩 세고 분류..."라니티딘 업무, 상상을 초월"
- "발사르탄 비교하면 라니티딘 회수 아직 10%밖에 되지 않아"
- 반품의약품 처리 대책 시급..."왜 정부는 손놓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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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9월 라니티딘 전 품목 회수를 결정한 후 약 두달 만인 지난 22일 니자티딘 13개 품목의 일부 회수를 발표했다. 요양기관은 물론 제약사와 도매업체에 라니티딘 회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니자티딘 업무까지 더해진 상황. 27일 오전 동원약품의 수도권물류센터를 찾아 회수 의약품 처리 현장을 살폈다.
◆작업자 4명이 낱알 세어 분류..."니자티딘 회수는 아직"

약국에서 회수의약품이 들어오면 우선 '불량의약품 보관소'로 옮겨지는데, 이 곳은 평소 약국 반품의약품을 처리하는 곳이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등 특수 회수의약품 처리도 이 곳에서 담당했다.
'니자티딘 제제가 얼마나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물류센터 1층 담당자인 우동국 부장은 선반 위의 박스 하나를 내려 보여주었다. 박스에는 소포장 의약품 스무여 개가 들어있었다.
우 부장은 "니자티딘은 아직 회수 제품번호가 내려오지 않아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약국에서 우선 들어온 회수약을 어제 한 차례 보내고 다음으로 들어온 것이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니자티딘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시점에 반품 작업자들이 분주한 이유는 무엇일까. 9월28일 이후 11월27일인 현재까지 이 작업장의 주 업무는 '라니티딘 분류 및 반품 정리'다. 지금은 많이 정리됐다지만 라니티딘이 쏟아져들어왔던 10월,11월 두달 간 동원약품은 불량의약품 작업소 옆 50㎡(15평) 가량의 냉장창고 가동을 중지했다. 라니티딘 반품을 둘 곳이 없어 두 달간 냉장창고 한 가득 라니티딘이 적체되어 있었다.

작업장 자리를 채우고 있는 세 명의 반품의약품 분류 작업자 모두 라니티딘 업무를 하고 있었다.
라니티딘 역시 일반 반품작업과 다르지 않다. 작업자들은 약국에서 들어온 약통을 열어 187알, 267알을 세어 통에 수량을 적어넣고 있었다. 이따금 2000정이 넘는 알약이 담긴 비닐봉지도 있었다. 한 작업자는 "약국이 자동조제기에 들어있던 걸 한번에 담아 보내는 것들"이라며 "1000정이 넘어가면 작업을 할 수 없다.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라니티딘이 특히 힘들었던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몰렸다는 점 외에도 '회수 기한'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불량의약품 작업소에 평소 4명의 인원이 일하는데, 10월, 11월 중순까지는 타부서 지원인력까지 10명 넘는 인원이 일했다.
의약품 업무는 약을 아는 사람이 해야하기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기 어려운 데다, 주 52시간제로 기존 인력이 추가근무를 할 수 없어 타부서 지원인력을 택한 것이다.
우 부장은 "약국 회수가 힘든 것은 모두 낱알로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보통 반품약 한 박스를 검수하는 데 10분이면 되지만, 개봉 의약품이 들어있으면 1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5~6배의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매는 모든 제품을 제약사에서 미개봉 채로 입고받아 미개봉인채 약국에 출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소분된 낱알 반품을 도매가 처리하고 있는 건 약사법 상, KGSP 원칙 상 이래저래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반품 담당자는 "이렇게 많은 라니티딘 반품을 진행했지만, 이는 '새발의 피'"라며 "오랜 기간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짐작하면, 지금까지 들어온 라니티딘 반품은 전체 반품량의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90%의 반품이 더 들어올 것이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에 대해 묻자 담당자는 "발사르탄과 비교해서다. 라니티딘보다 품목도, 물동량도 적었던 발사르탄 재고가 지금도 들어오고 있다"며 "라니티딘은 발사르탄의 적어도 10배 이상 반품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까지 작업장과 냉장창고를 채운 정도는 예상에 훨씬 못 미친다"고 예상했다. 라니티딘 반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 다른 창고 관리자는 "또 다른 문제는 라니티딘과 같은 특수한 회수가 걸리면 식약처 실사도 따라온다는 점"이라며 "동원은 그런 경우가 없지만, 다른 도매업체는 최근 들어온 약국 발사르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가 식약처 실사에서 지적돼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약국이 보내는 발사르탄을, 회수기간이 끝났다며 안 받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도매업계는 결국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니자티딘 모두 도매의 반품 부담과 제약사 정산 갈등으로 귀결된다고 보고 있다.
우 부장은 불량의약품 작업실 안에 또 다른 창고를 보여주며 "여기에 들어있는 반품의약품만 10억원어치"라고 밝혔다. 모두 분류를 마치고 제약사 별로 나눠 정리까지 했음에도 제약사가 반품확인을 하지 않아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 부장은 "김포 물류센터로 이전하기 전인 5년 전 반품창고 재고가 2억~3억원어치였는데, 지금은 10억원이라는 건 5년 사이 반품하지 못하고 있는 불용재고 의약품이 3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라며 "동원약품 매출이 5년 사이 2배 늘었는데 반품 재고는 그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현황을 밝혔다.
의약품 한 알 한 알이 모두 정산 받아야 할 돈이나 마찬가지여서 도매업체들은 창고를 늘려가며 재고의약품을 모아놓을 수 밖에 없다. 10억원을 쌓아놓는 보관 비용, 10억원이라는 비용의 유동성이 묶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20억원의 손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도매업체들 모두 물류창고 안 반품의약품 공간을 갈수록 늘려가고 있다.

우 부장은 "차라리 제약사가 약가를 산정할 때 포함하는 반품, 폐기 비용을 도매에 주고 의약품 폐기를 도매가 맡았으면 한다. 어차피 제약사도 비용을 들여 반품실을 운영하고 반품약을 모두 폐기처분하는데, 불용재고가 제약사까지 가는 과정에 도매의 손해와 노력이 너무 많다"며 "도매업체도 선진화되고 KGSP를 모두 갖춘 시설이라 폐기를 맡겨도 손색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류센터에 수많은 정부, 국회 관계자가 다녀가며 이 반품 절차와 불용재고를 보았다. 매번 심각성을 설명하지만 하나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담당자는 "당장 라니티딘에 니자티딘 회수 재고가 더해질 생각에 걱정이 크다. 지금 상태에서 혹여나 니자티딘 회수 품목이 하나라도 늘어난다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지난한 회수작업을 이어가는 현장의 피로도를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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