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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번 이상 "마스크 없다" 반복…약사가 짜낸 묘수는

  • 김지은
  • 2020-03-11 18:15:42
  • [내러티브뉴스] 마스크 문의에 지친 김응일 약사의 대처법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마스크 있어요?”, “마스크 언제 들어와요?”, “마스크 남아있나요?”

약국 문을 빼꼼이 열고 불쑥불쑥 확인하는 사람만 하루에 100명, 걸려오는 전화도 200통 이상.

듣기 좋은 말도 한두번이라는데 상대가 들으면 분명 실망할 말을 할 평균 300번 이상 반복하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요즘 떠도는 '마스크 없다는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 일명 '없무새'란 말이 약사들의 일상을 대변한다.

어떻게 하면 이 쓸데없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지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ARS 서비스가 문뜩 떠올랐다.

“지푸라기도 잡아보자”는 마음으로 KT 전화국(100)에 전화를 걸어 ARS(링고)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가능하단 말이 돌아온다.

생각보다 방법도 간단했다. 전화국에서는 우리 약국 번호가 신청이 돼 있다며 멘트 제작 관련 번호(1577-1511)로 연결해 줬고,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멘트를 200자 이내로 불러주면 적용이 된다고 했다.

“금일 입고된 공적 마스크는 매진되었습니다. 평일 오전 9시 20분부터 선착순 125분에게 판매예정입니다.”

신청한 멘트가 1시간도 안 돼 우리 약국 유선 전화에 적용됐다. 약국으로 누군가 전화를 걸면 ARS멘트로 관련 멘트를 3회 반복해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마스크 관련 문의를 위해 전화했던 고객이라면 멘트가 나오는 동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전화를 끊을 것이고, 다른 용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3번의 멘트가 끝나고 약국 전화로 연결될 때까지 대기해 통화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약국은 9시 이후에 마스크가 입고돼 11시 이전에 매진되는 게 대부분이라 서비스 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24시까지로 신청해 놓았다. 서비스 이용 기간은 코로나19 종식일까지로.

무엇보다 하루 200번 이상 같은 멘트를 반복해야 하는 전화 응대에서 해방될 수 있단 것 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70이 넘은 약사에 별걸 다 하게 한다는 생각도 든다.

멘트 제작비 5500원, 서비스 이용료 월 2400원 정도. 전화받느라 약국 본래 업무인 조제와 투약, 상담과 매약에 방해를 받느니 훨씬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운 마음이다.

전화 문의 응대만 문제겠나. 하루에도 100명 이상인 마스크 관련 방문도 별다른 말 없이 해결할 방법도 고민했다. 같은 말을 매번 반복하려니 여간 목이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평소 약국에서 쓰는 마스크에 ‘마스크 품절’이란 글귀를 붙여놓았다. 사실 정보 전달과 더불어 그 글귀 하나에 같은 말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마스크 동향(?) 파악을 위해 약국 문을 열기도 전 얼굴부터 내밀고 “마스크,,,”라고 말을 꺼내려 했던 손님도 내 마스크를 보고 그냥 돌아 나가거나 내가 손으로 마스크를 가리키면 별말 없이 돌아간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 상황이 안타깝지만 최소한의 내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덜어보자하는 궁여지책들이다.

나와 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마스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수많은 동료 약사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웃픈 상황을 공유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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