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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약 '포스트 불순물' 시대 준비해야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라니티딘과 달리 모든 품목의 판매가 중지되는 상황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환자들의 혼란도, 제약사의 잠정적인 피해도 앞선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 때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완제품 288개 가운데 31개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앞선 사태 때와 같았다.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 이상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발사르탄에서 시작해 라니티딘을 거쳐 메트포르민으로 이어지는 불순물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불순물 우려가 제기되는 다른 성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불순물은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로운 복병이자 기준이 됐다. 예상치 못한 불순물을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불순물을 미리 예상하고 관리하라니, 모순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순적인 상황이 제약바이오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의약품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식약처는 오는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 허가를 신청할 때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자체적으로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에 앞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우선은 불순물마다의 관리기준이다. 현재 관리기준이 정해진 불순물은 NDMA와 NDEA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NDMA·NDEA는 수많은 불순물 중 일부일 뿐이다. NMBA, DIPNA, EIPNA 등 니트로사민 계열 불순물의 발생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니트로사민 계열이 아닌 불순물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이론적으로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불순물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불순물들을 목록화하고, 각 불순물마다 별도의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식약처는 각국의 규제당국과 협업해 이 작업을 진행키로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이 작업은 뒤로 미뤄졌다.

여기서 파생되는 책임 소재는 또 다른 문제다.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규제당국과 제약업계가 마찬가지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제약업계가 더 많이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합리적으로 책임을 분배하기 위한 규제당국과 제약업계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현재로선 메트포르민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 시대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매번 지금과 같은 혼란을 겪을 수는 없다. 새 시대에 맞는 새 기준이 하루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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