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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카메라 아까워 시작했지요"...그 약사의 사진전

  • 강혜경
  • 2025-05-03 06:03:35
  • 강철순 약사(안산에이스약국)
  • 4번째 전시회 가져…"사진은 머릿 속 상상력 표현하는 방법"
  • "주변 소재로 발굴하다 보니 약, 약물 오남용 문제 등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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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이게 정말 사진이라고?"

약을 테마로 남다른 사진을 찍는 약사가 있다.

경기 안산 에이스약국 강철순 약사(65·중앙대)는 약을 소재로 약에 대한 탐닉, 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을 그려내는 사진작가다.

사진을 시작한 지 7~8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4차례 사진전도 개최했다. 올해도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안산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 '사진은 구라다'를 열었다.

"딸에게 선물한 DSLR이 먼지만 쌓인 채 방치돼 있는 걸 보고 '아깝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다 보니 '찍는 법만 배워보자'는 생각에 한양대 평생교육원에 들어간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죠."

'한, 두 달이면 배우겠지'라는 야무진 기대와 달리 사진과 포토샵의 세계는 미지의 공간 같았다.

시작은 풍경과 인물사진이었다. 삼삼오오 함께 출사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 연습을 했지만, 방방곡곡 명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작가들과 달리 그는 약국을 장시간 비울 수 없었기에 제부도, 대부도 등 안산 일대를 훑으며 다녔다. 올림픽 공원, 갯벌, 항구 등 사진의 배경은 모두 안산이다.

단순 풍경 등 일반적인 사진에 그치지 않고, 그는 독특한 시선을 가진 사진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테마를 정하고 사진에 덧입히는 작업을 하게 됐다. 약사인 그가 주위에서 찾은 소재는 '약'이었다.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투약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하지만, 약이 오남용 되거나 약에 탐닉되는 경우들을 보면서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죠. 한강에서 비아그라 성분이 검출되는 것처럼 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짚어야겠다 생각했고요."

약물, 약, 포장폐기물이 인체에 축적되면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장악해 가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 이번 사진전 테마 역시 '약물의 역습'이었다.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마침내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약물의 오남용과 탐닉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오남용된 과잉의 약물과 폐기물은 인간과 지구를 포위한다. 오염된 지구는 인간과 생물체를 공격한다...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0점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인간이 약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과잉의 약과 함께 버려지는 PTP 포일 등으로 오염된 세상 속에서 거미가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 PTP 포일과 약병 등으로 오염된 화장실과 저편에 형상화된 낙하산을 타고 있는 현대인, 얼굴을 뒤덮어 버린 비아그라, 약과 약 포장재로 뒤덮인 바다와 약으로 채워진 송전탑 등 약에 사로잡힌 현대사회를 암묵적으로 표현한다.

약물의존과 중독이라는 안락함을 박차고 약물에 지배당하지 않는 슬기로운 동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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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내장은 물론 사람의 심신까지도 약으로 가득차 있다.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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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중독된 현대인을 형상화한 중절모와 의자가 지평선 비아그라로 향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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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약물의 홍수 속에서 쉽게 약에 노출되는 현대인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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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로 형상화된 인간이 약물로 가득찬 철탑과 약폐기물로 오염된 갯벌로 포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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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의존과 탐닉으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약물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약물중독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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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약통으로 가득찬 정수기에서 약이 쏟아져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과 약, PTP 포일로 쌓인 산을 인간이 오르는 모습 또한 자조적으로 읽힌다.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모자'는 현대사회 남성을, '의자'는 편안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약에 취해 안락함을 찾고, 나아가 약에 절여진 현대인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예요. 풍경을 찍고 약과 PTP 포일, 약통을 각각 찍어서 하나로 합하는 거죠."

주로 여명이 시작될 때부터 작업이 시작되는데, 일주일에 1~2번은 출사에 나선다. 해가 쨍쨍한 날은 물론이고 눈비 오는 날도 그의 작업은 쉬지 않는다. 눈, 비가 오는 날도 자연의 빛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제 사진전 제목이 '사진은 구라다'예요.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구라잖아요. 사진은 상상력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머릿 속에 있는 걸 표현해 내는 방법이죠."

그의 사진전을 보거나, 약국에 걸린 사진을 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이게 사진이라고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여태껏 봐왔던 사진과는 달라고 한참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안산시약사회 사진 동호회를 만들어 지역 약사들과 사진으로 인한 즐거움을 공유할 계획이다.

"예술을 하거나,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아마추어다 보니 제 작품을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쑥스럽지만 그래서 더 편한 것 같아요. 마냥 놀러 다닐 때와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고, 언제 어디에서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니 참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제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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