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권'의 모순…특허도전 성공해도 실익없는 우판권
- 김진구
- 2020-09-07 06: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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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판권 진단 ㊤] 말뿐인 '우선판매품목허가'…실상은 21개사 동시 판매
- 우판권 얻어내고도 10개 중 4개 제품은 미출시…묻지마 심판 탓?
- 1개 품목당 우판혜택 계산해보니…9개월간 '평균 4억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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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판매품목허가(이하 우판권)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와 비슷하다. 변별력을 억제하는 규정 탓에 '공동 1등의 모순'이 팽배하다. 독점권을 받았는데 사실상 독점권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 45개 품목이 동시에 우판권을 받는가 하면, 우판권을 받아놓고도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 현상도 자주 관찰된다.
사정이 이렇게 보니 우판권을 얻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매우 미미하다. 품목 1개당 우판기간 9개월간 4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현재의 우판권 제도를 두고 무임승차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또, 정부가 내놓은 우판권 개정안에 대해 제약업계에서 아쉬움이 토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판권 제도는 지난 2015년 본격 도입됐다. 제네릭 개발과 특허도전에 적극적인 제약사들에게 노력의 대가를 혜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우판권을 받은 제약사 대부분은 '혜택'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데일리팜이 2015년 이후 우판권을 받은 제품들의 우판기간 내 처방실적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우판기간 9개월간 평균 처방액은 4억원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8월 말을 기준으로 140개 후발의약품이 우판기간 내에 시장에 출시됐다. 이들 품목의 우판기간 내 처방실적은 593억원이다. 1개 품목당 평균 처방액(593억원÷140개 품목)은 9개월간 4억2000만원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 품목마다 시장의 크기와 오리지널 충성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판권 제도의 본질을 감안하면 실효가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례로, '아모잘탄(암로디핀+로사르탄)' 제네릭의 경우 21개사가 45개 품목으로 우판권을 받았다. 이 가운데 우판기간 동안 제품을 출시한 곳은 12곳(57%)에 그친다. 12개 제약사는 우판기간(2015년 5월 9일~2016년 4월 1일)동안 총 11억6000만원의 처방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 제약사 1곳당 1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실적을 낸 셈이다.
오리지널 품목인 아모잘탄의 견제가 워낙 공고했던 탓도 있지만, 우판권이 남발한 탓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우판권을 21개 제약사가 아닌 1개 제약사가 독점했을 경우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란 예상이다.

'비리어드' 제네릭은 13개사가 우판권을 받았지만, 11개사만이 우판기간 내에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을 출시한 업체는 우판기간 동안 1곳당 평균 3억7000만원의 처방실적을 냈다.
'페브릭' 제네릭은 9개사가 도전했지만 8개사만이 제품을 출시했고, 이들은 1곳당 평균 7900만원의 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도전자가 적은 품목일수록 제네릭사가 얻어가는 이익이 많은 경향이었다. 한미약품은 '파타놀점안액(올로파타딘)' 특허에 단독 도전해 '올로타딘'이라는 제네릭으로 우판권을 받았다. 우판기간 동안 한미약품은 13억5000만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딜라트렌(카르베딜롤)' 특허에 단독 도전, '바소트롤'이란 제네릭으로 우판권을 받았다. 우판기간 동안 동아에스티는 9억9000만원의 처방실적을 냈다.
◆아모잘탄 제네릭, 최대 45개 품목 우판권 동시획득
이밖에도 우판권의 난립은 많은 제품에서 관찰된다. 2020년 8월 말을 기준으로 우판권을 획득한 품목은 387개에 달한다. 같은 라인업의 용량만 다른 품목을 제외하면 244개 제품이 우판권을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이 244개 제품이 극복한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는 42개다. 1개 오리지널 제품에 평균 5.8개씩의 제네릭이 붙어 우판권을 받은 셈이다.
이런 경향은 대형품목일수록 더 빈번한 것으로 관찰된다. 아모잘탄의 경우 21개 제약사가 45개 품목으로 우판권을 받았다. 공동1등만 21명이 되는 셈이다.
다른 제품도 대동소이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5일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에 13개 제약사가 21개 품목으로 우판권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엔 '자누비아(시타글립틴)'에 10개사 22개 품목이, '자누메트(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에 11개사 33개 품목이 우판권을 획득했다.
천연물신약 '스티렌투엑스'와 '레일라'에도 각각 14개사와 10개사가 우판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우판권 따내고도 절반은 우판기간 내 미출시…왜?
많은 제약사가 우판권 획득을 위해 몰려들었지만, 실제로 제품을 출시한 제약사는 의외로 많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된다.
올해 8월 말 기준 우판기간을 맞이했었거나 현재 적용 중인 품목은 총 255개인데, 이 가운데 140개 품목만이 실제로 우판기간 내에 제품을 시장에 발매했다. 우판권을 받은 제품 10개 중 5개(54.9%)만이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특허분쟁을 통해 어렵게 우판권을 따내고서도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판권을 따냈지만 제네릭 출시를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에 실패했거나, 오리지널사와 특허분쟁이 2심·3심으로 넘어가면서 부담을 느꼈거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의 이유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우판권 획득을 위한 허들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묻지마 식으로 심판청구가 범람하다보니 이런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잘못 뀌어진 단추…최초 심판청구요건 '14일'
우판권은 허가특허연계제도의 핵심이다. 골자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에 가장 먼저 도전한 제네릭사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우판권은 지난 2015년 도입됐다. 한미 FTA 체결로 지난 2012년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됐고, 단계적 시행절차를 거쳐 특허도전 제네릭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우판권 제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우판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오리지널의 특허에 최초로 심판(무효 또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을 청구해야 한다. 둘째, 이렇게 제기한 특허심판에서 승리해야 한다. 셋째, 최초로 후발의약품을 허가 신청해야 한다.

이 규정이 공동1등의 모순을 야기한다. 최초 심판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묻지마 심판'이 성행했다. 심판에서 승리를 거두면 PMS(재심사) 종료 다음날 무더기 허가신청이 이어졌다. 여기에 수십개 업체가 위수탁 관계로 묶여 우판권행 열차에 동시 탑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실상 최초 심판청구는 제네릭 판매를 위한 입장권이 됐다.
법을 만들 때 문제의 '14일' 규정이 어떤 이유로 포함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심판이 청구된 후 특허공보에 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14일 내외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일각에서 나오는 정도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도 14일을 규정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제약업계 특허전문 관계자는 "국내에서 우판권 제도는 실익이 거의 없는 제도로 전락했다. 최초 심판청구가 난립하는 탓에 어렵게 특허에 도전하는 제약사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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