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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자금조달이었나요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최근 바이오기업의 투자 행태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다. 몇몇 바이오기업은 '펀드 환매 사기'로 5000억원대 피해를 초래한 옵티머스펀드에 투자를 단행했다 일부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때 시가총액 5조원에 육박했던 헬릭스미스는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기업들의 고위험 펀드 투자 자체를 문제 삼자는 건 아니다. 개인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보유한 자금을 불리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등의 명분을 앞세워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자금 일부를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주주들에게 빌린 돈으로 소위 '돈놀이'를 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자금조달 원천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대부분이다. 매출 규모는 미미한데도 매출보다 수십배 많은 자금을 주주들로부터 조달하는 사례도 속속 연출된다. 지난달 281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헬릭스미스의 작년 매출액은 45억원이었다. 연매출의 60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2016년과 지난해에도 2건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바이오기업들의 주주 대상 유상증자의 명분은 신약개발 재원 마련이다. 신약개발 재원을 주주들로부터 투자받으면서 주주들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는 주식가치 희석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주 입장에선 유상증자 결정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발행가액 아래로 떨어지면 증자에 참여하는 주주들은 더욱 큰 손실을 떠안게 된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해당 바이오기업들은 자금의 사용목적에 투자받은 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구분해 기재한다. 대부분 신약 개발 연구비, 공장 증축, 채무 상환 등 회사 비전을 위한 시급한 용도에 사용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고위험 펀드 투자와 같은 '재테크' 용처를 명시한 업체는 본 적이 없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투자자들은 바이오기업 경영진이 제시한 비전이 달성될 것이라 믿고 본인의 자금을 맡긴다. 확률적으로 모든 바이오기업이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몇년간의 학습을 통해 신약개발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이해도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신약 하나만 성공하면 일약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회사 경영진과 투자자들로 하여금 R&D 투자를 지속하게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자를 기만하는 기업의 투자유치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주식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다. 일부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 바이오업계의 불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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