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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노병철
  • 2021-06-22 06:15:0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오늘날 자주국방의 궁극은 원자탄·핵탄두·수소폭탄으로 대별되는 전략무기자산 개발과 보유다. 1940년대 탄생한 원자폭탄은 8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륙간탄도가 아닌 단순 발사형은 원자력발전소(고농축 우라늄235·플루토늄239)를 운용할 능력을 갖춘 국가라면 불과 2~3개월 안에 제조 가능하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중론이다. 역사적 확인은 어렵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미 1970년대 '이휘소 프로젝트(핵개발)'를 가동한 정황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핵무기 보유는 좋든 싫든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세계정세에서 '패권주의' '초강대국' 대열 합류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를 개발·보유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허용돼 있지는 않다. 1969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체결되면서 국제적으로 몇몇 강대국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된 점은 아쉬움이 따른다. '나는 청룡언월도를 소유할 자격이 있지만 너는 면도칼마저도 가지면 안된다'는 강압적 계급사회로의 회귀가 아닐 수 없다.

NPT 인정 핵보유국은 미국(핵탄두 7400개), 러시아(8500), 프랑스(300), 중국(260), 영국(225) 등 5개국에 불과하다. 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보유국은 인도(110~200), 파키스탄(100~130), 이스라엘(80~200)이 있고, NPT에 탈퇴한 핵보유국은 북한(20~60)이 유일하다. 핵무기를 갖지 않은 국가가 단순히 자국 내에 다른 핵보유국의 핵무기를 배치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공유하는 뉴클리어 쉐어링(Nuclear Sharing)으로 칭명되는 NATO 핵무기 공유국은 독일·이탈리아·터키·벨기에·네덜란드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가와 핵보유국이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보유국은 미국(화이자·모더나·얀센), 영국(아스트라제네카), 러시아(코비박·스푸트닉크V), 중국(시노박), 인도 등이 있다. 이들 백신의 실제방어율(면역원성·항체생성율·항체양전률·기하항체증가비)은 화이자·모더나: 94~95%, 코비박·스푸트닉크V: 90%, 얀센: 72%, A/Z: 76%, 시노박: 67% 등 다소 차이는 있지만 WHO 기준 백신 효능효과 기준은 합격점이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토착화(endemic)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제일 먼저 풀어야 할 지상 최대 과제와 사명은 단 한가지다.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로 압축되는 모더나·노바백스 CMO(위탁생산)가 아닌 자체 백신 개발 능력 배양을 통한 이른바 '백신 주권 확립'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투자할 때다. CMO를 통한 백신 생산·수급도 현 상황에서는 박수 받을만하다. 그렇지만 5000만 국민과 후대를 위한 백신 개발 방향성 재설계는 미래의 승리까지 선제적으로 쟁취하는 대업 중의 대업이다.

남의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방식은 당장에는 빠른 길일 수 있으나 결국은 갑을관계에 끌려 갈 수밖에 없다. 수급량 조절과 판매 섹터 허용권 역시 원개발사에 전권이 있어 늘 목줄을 달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는 격과 비슷하다. 작금에 처한 코로나19 사태는 천운으로 그럭저럭 넘어 갈 수 있을지언정 5년 후, 10년 후 예고된 '바이러스 X'의 출현 시, 우리는 또다시 무방비 상태로 건강·생명권에 대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자칫 패권국가들이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백신 자체를 전략자산으로 묶어버린다면 낭패를 넘어 재앙이라는 파국을 맞을 공산도 크다.

2009년 대유행한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발생했다. 2012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17일간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는 국내에서만 186명이 감염됐었고, 그중 38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SARS-CoV-2 감염에 의한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19는 2019년 12월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10여 년 동안 바이러스 정국 때 마다 우리는 '백신주권' 당위성과 합목적성에 공감했지만 결과는 늘 용두사미였다.

의생명공학자들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개발은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원자력발전소 보유·운용 국가의 핵폭탄 제조만큼이나 어렵지 않다. mRNA, 바이러스벡터 DNA, 비활성화 등 계열적 장단점은 중요 포인트가 아니라 제조방식의 차이에 불과다. 연구개발·생산시설 측면에서는 생물 안전 3등급(BSL3)이 요구된다. 국내 최대 케파 GC녹십자 기준, 3개월 내 취득 가능하다. 필요 인력·기술로는 유전·전사체, 단백질구조, 유전자 삽입·삭제·치환, 마이크로RNA·DNA, 분리·배양·여과·정제 등으로 이 역시 충분히 확보 가능한 분야다.

제반환경도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스탠바이 상태다. 이제 정부의 결심만 남았다. 보건복지부·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은 코로나19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신약 창출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미한인제약인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케미칼·바이오분야 한국인 박사급 연구원은 5000명에 달해 전문인력 확보도 용이하다. 정부와 KIMCo가 힘을 모아 민관합동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국가백신연구소'를 발족해 백신주권 위업을 달성해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민생경제의 바로미터인 자영업 성장에도 타격을 가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수조원 규모의 공적마스크·재난지원금 등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보건안전망 확보·경기부양책도 분명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는 근간을 대체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닌 부수적 성격이 짙다. 시대적 요구인 백신 국산화에 필요한 투자금은 현재까지 사용된 위기대응 매몰비용의 십분지일에 불과해 신속·과감한 정책실행 명분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길이 있으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바로 지금이 백신 자위권이라는 무궁화 꽃을 피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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