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체성...주인 바뀐 브릿지, R&D 투자 급감
- 차지현
- 2025-11-24 12: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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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R&D 집행액 8억, 사실상 개발 정지…핵심 인력도 이탈
-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취하…경영권 변동에도 신약 의지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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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올 3분기 R&D 비용으로 8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수치다.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은 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R&D 지출액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R&D 투자 비용을 분기별로 보면 2023년 분기별 평균 8억원이었던 투자액은 지난해 들어 평균 33억원으로 급감했다. 2023년 1분기 81억원 수준이었던 투자액은 2분기 72억원, 3분기 68억원을 기록하다 2023년 4분기 112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작년 1분기 48억원, 2·3분기 각각 31억원으로 R&D 투자 비용이 빠르게 줄었고 2024년 4분기에는 22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42억원, 2분기 35억원 수준을 유지하다 3분기에는 R&D 투자액이 한 자릿수 집행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3분기 R&D 비용은 정점을 기록한 2023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때 92% 축소됐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정규 외 7인에서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 1호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회사는 같은 해 6월 파라택시스펀드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납입 완료와 동시에 미국 가상자산 전문운용사 파라택시스 측이 지분 36.98%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했다.
이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육책이었다. 앞서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3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문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23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중 200%를 초과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를 기록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전년보다 법차손 규모를 줄이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으나 여전히 관리종목 법차손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어 회사는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존폐 논란에 휘말렸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4월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다국가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데이터 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임상 실패를 발표한 이튿날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9.9% 하락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발표 이틀 뒤인 16일 파라택시스코리아 종가는 680원으로 4월 14일 8960원에서 두 달 만에 92.4%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4674억원에서 355억원으로 4319억원 증발했다. 잇단 악재로 자금조달 창구가 사실상 닫히자 회사는 외부 투자사에 경영권을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새 주인인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 분야에 특화된 멀티스트래티지(다중전략) 투자 운용사다. 2019년 설립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공동 설립자인 에드워드 진 대표는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은행인 갤럭시디지털에서 투자은행가로 활동한 이력을 보유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운용사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R&D 지출 규모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셈이다.
경영권 변동 이후 임상 개발 중단도 잇따랐다. 회사 측은 8월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 'BBT-207' 국내·미국 임상 1/2상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BBT-207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타그리소' 복용 후 나타나는 저항성 내성, 특히 C797S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개발된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이다. 회사가 자체 발굴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4세대 EGFR 저해제로, 동물 모델에서 강력한 종양 억제와 뇌 전이 감소, 생존율 향상을 입증했다.
회사 측은 해당 임상 취하가 개발 중단이 아니라 전략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초기 데이터로 BBT-207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다고 판단, 향후 자체 개발보다 외부와 공동 개발 또는 기술수출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기술수출이나 공동 개발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후속 전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영권이 투자사로 넘어가면서 조직도 대폭 재편됐다. 기존 브릿지바이오의 경영과 개발을 맡아온 김병·백승엽·이동호 등 등기임원은 8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두 사임했다. 현재 등기임원은 파라택시스코리아 출신인 앤드류 김 대표와 에드워드 친 이사 그리고 창업주이자 전 대표이사 이정규 사내이사 3명만 남았다. 이용희 연구개발총괄 부사장, 임종진 경영전략총괄 부사장 등 미등기 경영진 역시 3분기 중 모두 임원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내부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정규 이사와 임종진 부사장 등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개발·전략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이들 중 일부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다른 바이오텍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파라택시스코리아에서 신사업부문총괄을 맡았던 김재순 부사장은 지난 10월부터 종근당 신약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합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경영권이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사로 넘어갔음에도 신약개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발 공백 우려와 달리 창업주 이정규 이사가 이사회에 잔류해 R&D 방향성을 관리하고 있으며 BBT-207을 포함한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열어놓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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