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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억 물량을 1원에 투찰"...기형적인 초저가 낙찰제

  • 정새임
  • 2021-09-08 06:30:00
  • 올해도 치열한 '밥그릇 싸움', 12년째 제자리
  • 일산병원 두 개 그룹 1원 낙찰 난립…60여곳 투찰
  • 많게는 7개 제약사 자리싸움…경합품목 묶어 경쟁 과열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 시장이 갈수록 최악의 경쟁 구조로 치닫고 있다. 1원을 포함한 초저가 낙찰은 유통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지만 10년 넘게 해소되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로 남았다.

◆경쟁 부추기는 병원, 기꺼이 뛰어드는 제약사-유통업체

올해 주요 국공립병원의 연간소요의약품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난 4월 실시한 입찰에서 그룹 전체가 1원에 낙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의약품들을 1원에 제공하겠다는 업체가 50곳 넘게 속출한 것이다.

해당 그룹은 17그룹과 18그룹으로 규모는 각각 17억원, 19억원에 달한다. 어떻게 20억에 달하는 물량이 1원이 되는 기형적인 결과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다른 그룹들은 단독 품목이 많은 반면 17·18그룹은 대다수가 치열한 경합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17그룹의 아토르바스타틴은 한국화이자제약과 동아에스티, 종근당, 유한양행, 삼진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까지 총 7개 제약사가 경합을 벌여야 한다.

도네페질 역시 동아에스티와 대웅바이오, 환인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HK이노엔 등 7개사가 올라있다. 로사르탄, 라베프라졸, 텔미사르탄 등도 비슷하다. 17그룹 87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13개에 불과하다.

18그룹도 마찬가지다. 90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단 3개 뿐이어서 나머지 87개 품목을 두고 최소 2곳에서 최대 7곳의 제약사가 경쟁해야 한다. 젬시타빈은 5개사, 로수바스타틴은 7개사다.

입찰은 의약품유통업체가 참가하지만, 낙찰을 받으면 공급계약을 맺은 제약사를 희망 제조사로 기재해 계약이 체결된다.

즉 의약품유통업체는 제약사의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경합 품목이 많고 한 품목 당 후보군에 오른 제약사도 많다 보니 무려 60여개 업체가 1원을 투찰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7그룹은 60개사, 18그룹은 57개사가 각각 1원 투찰했다.

특히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은 원내보다 훨씬 큰 원외 시장을 잡기 위해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일산병원 입찰에서 혈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일산병원이 실시한 입찰에서 다수 유통업체가 1원을 투찰한 모습(사진 캡처: 나라장터)

역시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보라매병원에서도 초저가 낙찰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이뤄진 의약품 입찰에서 경쟁이 심한 22그룹에 1~2원을 투찰한 유통업체들이 100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가는 낮지만 아토르바스타틴, 에르도스테인, 로수바스타틴 등 원외 처방액이 큰 품목들이 포진해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원내보다 원외 시장은 병원에 따라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백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원내처방은 6조7997억원인 반면 원외처방은 14조748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컸다. 특히 국공립 병원은 한 성분에 여러 품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입찰에 성공한 한 곳의 제약사 제품만 쓰기 때문에 다음 입찰 공고까지 주변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다.

◆원내-원외 달라도 뛰어드는 과열 양상 악순환

원내-원외 코드가 다른 국공립 병원에서도 저가 낙찰이 속출하기도 한다. 이는 의약품유통업계 내 경쟁 심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지역 기반의 병원 입찰 위주로 돌아가던 병원 입찰 업체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타 지역을 넘나드는 월경이 빈번해졌고, 규모를 앞세워 타 업체가 엄두낼 수 없는 금액을 투찰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일부 국공립 병원 입찰을 대행하는 이지메디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저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 국공립병원은 나라장터나 자체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지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몇몇 의료원은 이지메디컴에 외주를 주고 있다.

문제는 이지메디컴 내 입찰 데이터가 쌓이면서 품목 최저 가격을 추정해 예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가능한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니 남는 장사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예가가 점점 낮아질 수록 수익이 악화된다.

예가가 지나치게 낮다면 아무도 투찰하지 않아 유찰되고, 이를 반영해 예가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유통업체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낮은 수익 나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업계 수익도는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한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번 낮아진 예가를 올리는 건 정말 어렵다. 따라서 적정 예가를 맞출 수 있도록 상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아 힘든 면이 있다"면서 "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시장 상황에 내부 경쟁도 심화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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