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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에 대한 단상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꾼 건지.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2년 전 방영된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치매를 겪는 극중 주인공 김혜자가 털어놓은 대사다. 흔한 타임리프(시간여행)물인 줄 알았던 이 드라마는 사실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 '반전'으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환자 수가 84만명에 이르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 알츠하이머다. 정확한 발병 기전이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침착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가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인지기능 개선제 외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마땅한 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치료를 할 수 없으니 예방이 유일한 답으로 여겨졌다.

'난공불락'이던 알츠하이머 질환은 올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바이오젠의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듀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이에 질세라 일라이 릴리도 '도나네맙'의 허가 심사를 준비 중이다. 순식간에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두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신약의 등장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바이오젠과 릴리의 신약은 모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타깃한다. 베타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킴으로써 인지기능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발병의 결정적 원인이 베타아밀로이드인지 명확치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타우 단백질이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치료제 타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두 신약의 효과가 더 입증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FDA는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병을 고려해 두 약물을 모두 혁신 치료제로 지정하고 아두카누맙을 가속승인했다. 도나네맙도 가속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가속승인은 기존 허가 심사 절차보다 빠르게 승인을 받을 수 있지만, 시판 후 확증적 임상을 통해 약물의 임상적 혜택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승인이 철회된다. 특히 바이오젠 아두카누맙은 2건의 3상 임상에서 엇갈린 결과를 낸 만큼 추가 임상으로 허가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더 이상 알츠하이머가 절대 허물어지지 않는 철옹성같은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앞으로는 효과가 개선된 신약이 더 많이 등장할테고,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 국내외 제약사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당시 코로나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백신이 등장하고 치료제가 가시화된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는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확진자가 여전히 2000명을 넘나들어도 '위드 코로나'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두 번째 신약을 기다리면서 알츠하이머도 머지않아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리란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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