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상법 개정, 제약업계에 보내는 경고
- 김진구
- 2025-07-04 1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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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창업자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오너경영 체제는 빠른 의사결정과 장기 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견제 장치가 부족한 구조 속에서 독단적 경영과 사익 편취 등의 폐해도 적지 않다.
실제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 회사와의 내부 거래가 이사회에서 별다른 제동 없이 승인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오너 보수는 매년 오르는데, 수년째 배당이 없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전문성 검증 없이 오너 2세·3세가 주요 보직에 오르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임상 전략 변경이나 허가 신청 여부처럼 중대한 사업 결정을 앞두고도, 사전 설명이나 주주와의 소통 없이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 결과 발표를 고의로 미루거나 왜곡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부양한 뒤, 그 시점에 맞춰 오너나 경영진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식의 논란도 반복된다.
이같은 구조적 한계는 ESG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환경(E), 사회(S) 부문에 비해 지배구조(G) 항목에서 항상 낮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내부 감사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은 의사결정 구조 밖으로 밀려난다. 이러한 폐쇄적 의사결정은 사업 실패 위험을 높이며, 그 영향은 단순히 해당 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손실과 시장 전반의 신뢰 하락, 협력사의 리스크 확대, 나아가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된다.
이번 상법 개정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사의 의무 범위를 주주까지 넓히고, 독립이사의 위상을 명확히 하며, 전자 주총을 통해 주주의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비록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등은 향후 과제로 남았지만, 일선 기업들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이제는 주주의 감시와 참여를 ‘부담’이 아니라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오너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특히 신약 개발처럼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산업일수록, 초기 의사결정의 ‘방향’이 성패를 좌우한다. 견제 기능과 투명성이 작동하는 지배구조야말로 실패의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변화는 불편하지만,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업계가 그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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