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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졸겐스마' 약가 줄다리기와 책임감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원샷 치료제이자 국내 가장 비싼 약인 졸겐스마의 약가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최저가를 책정하려는 정부와 신약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려는 제약사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졸겐스마는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라는 중증 희귀질환에 쓰인다. 이 병은 SMN1 유전자가 태생적으로 결핍되거나 변이돼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병이다. 가장 심각한 유형인 SMN 1형을 기준으로 미치료 시 6개월 내 운동신경세포가 95% 이상 손상되고, 90%가 만 2세 전에 사망에 이른다.

졸겐스마 이전에도 스핀라자, 에브리스디 등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존재했지만 환자 입장에서 졸겐스마의 의미는 남다르다. 계속 약을 투여해야 하는 타 치료제와 달리 졸겐스마는 한 번 투여로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들이 백업 유전자에 관여해 SMN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반면, 졸겐스마는 결핍된 SMN1 유전자를 기능적으로 대체해 원샷으로 단백질을 계속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약값이다. 미국에서 졸겐스마 투여 비용은 약 25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가격이 낮은 국가도 일본으로 약 19억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수억원에 달하는 약은 여럿 있었지만 20억원을 상회하는 약은 졸겐스마가 처음이다. 물론 졸겐스마는 단회 투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은 다회 투여인 타 약제들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가 25억원이 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순 없다. 특히 다회 투여해야 하는 초고가 약제가 계속 등장할 예정이어서 정부는 초고가 약제에 적용할 새로운 약가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었다.

여러 논의가 이어지면서 졸겐스마는 허가급여평가연계제도를 통해 급여를 신청한 지 약 1년 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돼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사전승인, 성과기반 위험분담, 총액제한 등을 적용한다는 조건으로 이달 초 약가협상 단계에 진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노바티스는 내달 25일까지 두 달 간 졸겐스마 약가협상을 진행한다.

이제부터 진짜 줄다리기다. 정부는 OECD 주요 국가 중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하고자 한다. 정부가 염두에 둔 기준은 일본의 19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약사는 신약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고 싶어한다.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가 많아진 점도 마냥 약값을 내릴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양측이 얼마나 빨리 입장 차이를 좁히느냐에 따라 졸겐스마의 급여 등재 시계가 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아 협상 기한이 연장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애타는 건 환자들이다. 올해 초 척수성근위축증 환우 부모들은 국회에 졸겐스마 급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부모는 "아이가 온몸에 근육이 안 생기고 입으로 뭘 먹지 못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졸겐스마를 맞는 것이 희망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논의가 길어질 수록 우리 아이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호소했다.

한 번 투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약가협상 연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환자 입장에서 반드시 기한 내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길 바란다. 결국 급여제도나 신약 모두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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