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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고덱스 급여재평가와 앵커링 효과

  • 노병철
  • 2022-10-26 06:00:0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2022년도 심평원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업이 마무리됐다. 올해 재평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단연 셀트리온제약 고덱스캡슐을 들 수 있다. 재평가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 약물은 지난 7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적정성 불인정 심사결과를 받았다. 이후 셀트리온제약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지난달 극적으로 주성분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으며 기사회생됐다. 자칫 보험급여 삭제라는 일대 파란과 충격은 막았지만 12%(356원→312원) 수준의 약가 삭감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향후 3년 간 계획된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업은 ▲청구금액의 0.1%인 200억원 이상 ▲A8국가 중 1개국 이하의 급여 성분 ▲정책·사회적 요구·유용성 미흡 지적 약제 등이 기본 선정기준이다. 즉 이번 재평가는 제외국의 임상적 유용성·의약품 가격 등을 국내 출시 약물과 비교해 합리적 약가를 도출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 표출이 담겨 있다. 아울러 비교약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고 있는 제품에 대한 급여삭제·삭감으로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에 그 핵심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재평가의 당위성·합목적성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실행 과정에서의 세부 방향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일명 '앵커링 효과(정박효과·닻 내림 효과)' 노림수가 그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 용어인 앵거링 효과는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최초에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로 작용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최초 판매가를 높거나 낮게 책정했다 차후 그 사이의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타협점과 이익을 추구하는 고도의 마케팅전략이다.

고덱스가 재평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1차 심의에서 급여적정성 불인정 판정을 받음으로써 해당 제약사는 급여삭제라는 절체절명의 기준점을 제시받았다. 선례로 볼 때, 임상적 유용·효과성을 증명할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뒤집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의신청 기간 중 심평원과 셀트리온제약의 협의 내용은 알 길이 없으나 어찌됐건 삭제가 아닌 312원이라는 약가를 수용함으로써 500억대 블록버스터 의약품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100억대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극복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다.

'매출 200억 이상'이라는 약제 선정 기준도 다소 애매하다.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대전제로 볼 때, 10억, 50억, 100억, 200억, 300억, 500억 등 저관여 또는 초블록버스터 제품군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 설정 부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BBD 외 6가지 성분이 추가된 복합제 고덱스 약가는 356원, 마늘유가 추가된 파마킹제약 2제복합제 펜넬캡슐은 312원, 단일제 닛셀정은 144원에 등재돼 있다. 단일제 닛셀(2억7000만원)은 23개 정도의 제품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4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덱스·펜넬의 2021년 매출은 538억·59억원이다.

BDD 단일·복합제 닛셀·펜넬은 지속적으로 ALT가 상승되어 있는 만성간염에 효능효과를 나타내고, 고덱스 적응증은 트란스아미나제(SGPT)가 상승된 간질환이다. 광의적 치료범위로 볼 때 유사 약물군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닛셀(BDD 25mg)의 허가연도는 1990년, 펜넬(BDD25mg·마늘유50mg)은 1995년으로 BDD 1세대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고덱스는 2000년에 시장에 진입한 2세대 약물이다. 건보재정 절감과 유용성 입증에 방점이 있었다면 1·2세대 약물에 차별성을 부여·분리해 급여 재평가를 진행한 이유가 궁금한 대목이다.

'BDD 단일·2제복합제 효과 인정에 따른 보험등재와 급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합제 고덱스만의 급여 삭감' '제네릭이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제를 재평가 대상에 올린 것' 등도 이번 재평가의 불합리성으로 지적된다. 고덱스 사례에서 드러난 이번 재평가의 맹점은 업계와의 공감대 부조화에 따른 세부 운영지침 혼선으로 압축된다. 이분법적 삭제·삭감이 아닌 처분 유예·조건부 급여·선별 급여 등 평가 결과에 대한 다양화도 차기 연도 재평가의 새로운 운영항목으로 도입, 보다 완성도 높은 정책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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