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제네릭을 깎아 무엇을 사는가
- 데일리팜
- 2026-10-13 06:00:38
- 요약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약가제도 개편, 절감되는 재정의 행방은?
- PR
- '10/23 마감' 알엑스미 K-더마콘 서울 2027, 약사 100명 무료 초청
- 신청하기

2024년 8월,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얀센의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산 항암 신약으로는 처음이었다.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도입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초기 임상까지 키워 얀센에 기술수출한 결과였고, 그 초기 개발의 재원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도입 의약품 판매로 번 돈이었다.
꼭 2년 뒤인 2026년 8월 1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5%로 낮추는 새 약가제도가 시행됐다. 14년 만의 전면 개편으로, 기등재 의약품도 2036년까지 같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같은 개편안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100일 등재 등 신약의 등재 기간을 줄이고 경제성평가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나란히 담겼다.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그 결과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의 결실을 막 거두기 시작한 시점에 그 개발을 떠받쳐 온 수익 기반이 줄어드는 처지에 놓였다.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만성질환 환자의 약값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분명한 성과다. 문제는 그 비용을 누가 치르고, 그렇게 절감한 재원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편의 경과: 인하는 제네릭에, 우대는 신약에
개편의 골자는 세 갈래다. 첫째, 제네릭 산정률을 45%로 낮추고 계단식 인하 기준을 21번째에서 13번째 품목으로 앞당겼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약 2조400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계했고,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49%, 47%의 한시적 특례를 두었다.
둘째, 신약 쪽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100일 이내 등재(2026년), 공개 약가와 실제 청구 가격을 분리하는 약가유연계약제(2026년 6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임계값 상향(2027년), 선등재·후평가(2028년)가 차례로 도입된다.
셋째, 사후관리는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인하와 3~5년 주기 재평가로 재편되고, 제네릭 진입률과 품목 수, 해외 약가가 평가 지표가 된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과 급여범위 확대에 따른 인하도 매년 4월과 10월로 시기를 맞췄다.
이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비대칭이 드러난다. 가격을 내리는 장치는 특허가 만료된 다품목 시장에, 가격을 올리거나 방어하는 장치는 신약 시장에 몰려 있다. 앞의 시장은 국내 제약사의 주력 시장이고, 뒤의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비중이 크다.
물론 45% 재평가는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만료 오리지널에도 적용되고, 국내 제약사도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해 판매한다. 렉라자처럼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도 있다. 그럼에도 다품목 제네릭 시장의 대부분을 국내 제약사가 공급하는 이상, 인하의 무게가 어느 쪽에 실리는지는 분명하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논평한 반면 국내 업계가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약가유연계약제와 ICER 임계값 상향은 오래전부터 다국적 제약사가 요구해 온 과제였다.
찬반의 논리
정부와 찬성 측의 논리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제네릭 약가가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고, 동일 성분에 수십 개 품목이 난립하는 구조가 가격경쟁이 아니라 리베이트 경쟁을 낳아 왔다고 본다. 환자 본인부담이 약 16% 줄어든다는 정부 설명에 환자단체도 개편을 환영했다. 혁신형 특례와 필수의약품 우대, 사용량-약가 연동 인하의 혁신형 기업 감면도 두었으니, 국내 기업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대 측의 반론은 수치로 제기된다. 제약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안 기준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추산했다. 이해당사자의 추정이고 정부의 절감 추계와 기준도 다르다. 그러나 인하 기간이 10년으로 늘었다 해도,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4.8%, 순이익률이 3% 수준인 산업에서 원가 절감 없이 이익을 깎는 충격은 R&D와 고용의 조정 없이 흡수하기 어렵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의 13.4%를 R&D에 투자하고 있고,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이 제네릭과 개량신약에서 나온다. 물론 제네릭 마진이 모두 연구개발로 간 것은 아니며, 리베이트로 새어 나간 몫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일률적 인하가 아니라, R&D에 실제로 재투자하는 기업을 가려 보상을 달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반대 방향에서도 투명성 요구가 나왔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지난 6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ICER 임계값 상향 등의 재정영향 분석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와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재정의 장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서는 같은 입장이다. 늘어날 신약 지출이 얼마이고 절감분이 어디에 배분되는지에 대한 공식 계획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육성의 성과를 스스로 허무는 정책인가
2012년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53.55%로 낮추며 6500여 품목을 평균 14% 일괄 인하했다. 다만 그때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를 함께 출범시켜 인하와 육성을 한 묶음으로 내놓았다. 국내 제약산업은 '신약에 투자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국산 신약은 43호를 넘어섰고, 2025년 기술수출은 2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근육 손실을 줄이는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미국 제넨텍에 최대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복합 개량신약 로수젯 등에서 번 돈으로 매출의 14%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온 결과다. 이 성과는 인하 덕분이라기보다, 인하와 육성이 함께 제시되면서 분명해진 투자 신호를 기업이 믿고 움직인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개편의 혁신형 우대는 새 기준선 45%에 4%p, 2%p를 더한 것으로, 개편 전 기준선 53.5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필수의약품과 수급 안정 품목 가산이 있지만, 인하의 규모에 견주면 육성의 무게는 가볍다. 로수젯 같은 복합제도 구성 성분의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는 구조상 인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술수출은 임상 초기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렉라자도 기술수출 이후의 글로벌 임상은 얀센이 맡았다. 수년이 걸리는 후기 임상을 앞두고 현금흐름이 흔들리면 국내 기업은 더 이른 단계에서 기술을 넘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가치는 해외에서 실현되고, 그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되어 우리 건강보험에 비싼 값으로 돌아온다.
국내 제약사는 이윤이 박한 저가 제네릭과 필수의약품을 공급하며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고 환자에게 약을 끊김 없이 공급해 왔다. 최근 반복된 의약품 품절 사태가 보여주듯, 가격이 채산성 아래로 내려가면 공급부터 흔들린다. 약가는 투자 신호이자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신호다. 그 신호가 '국내 기업 제품의 가격을 깎아 해외 신약에 지불한다'로 읽히는 순간, 14년간 쌓아 온 육성 정책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대응 방안: 절감은 환원하고, 부담은 나누어야
필자 역시 신약 접근성 강화에 찬성한다. 다만 그 재원 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지속될 수 있기에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재정 영향과 배분 계획을 하나의 장부로 공개해야 한다. 기등재약 인하에 따른 절감액과 신약 등재 가속화·임계값 상향에 따른 추가 지출을 연도별로 함께 추계해 공개해야 한다. 절감액만 제시하고 지출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개편의 정당성 자체가 의심받는다. 이는 산업계만의 요구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장부가 공개되어야 절감분이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를 메우는지, 신약 지출로 옮겨 가는지에 대한 논쟁도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재정 절감분의 일부는 R&D에 재투자하는 기업에 환원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직접 연구비로 쓰기는 어려운 만큼, 혁신의 가치를 약가로 보상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핵심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넓고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약가 우대의 관문이 혁신형 인증이 된 이상, 그 문이 좁으면 환원도 소수 기업에 그친다. R&D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을 폭넓게 지정하되, 재지정 시 그 성과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입법예고된 '선도형·도약형' 이원화에서도 도약형의 약가 우대를 실질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혁신을 보는 눈도 넓혀야 한다. 신물질 신약만이 혁신은 아니다.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 순응도를 높인 제형 개선처럼 개량신약이 만드는 임상적 가치는 환자가 매일 체감하는 혁신이며, 국내 제약사가 신약개발 역량을 축적해 온 통로였다. 개량신약의 가치를 약가 산정과 혁신형 인증 평가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또한 R&D 재투자의 사후 확인 과정도 필요하다. 연구개발과 국내 생산시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재투자한 기업에는 계획서가 아닌 집행 실적을 확인한 뒤 약가 우대를 적용하는 성과 연동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약 도입에 필요한 재원은 신약을 공급하는 기업도 함께 부담하는 구조여야 한다. 영국은 지난 4월 NICE의 비용효과 임계값을 QALY당 2만~3만파운드에서 2만5000~3만5000파운드로 올리면서도, 허용 증가율을 넘는 브랜드 의약품 지출에 대해 제약업계가 환급하는 자발적 약가협정(VPAG)은 유지했다. 미·영 무역협상을 거치며 환급률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지출 증가의 일부를 제약업계가 되돌려주는 구조는 남겨 두었다.
우리의 사용량-약가 연동제나 위험분담제의 환급은 개별 품목 단위의 조정일 뿐, 늘어나는 신약 지출 전체를 겨냥한 장치가 아니다. 따라서 신약 급여 지출 총액의 초과분 일부를 기업이 환급하는 장치를 검토하고, 신약 등재 시 해당 기업의 다른 제품 가격을 함께 조정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방식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 장치들은 국내 기업의 신약에도 똑같이 적용해, 국내외 기업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지출을 함께 나누는 장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근거가 불확실한 신약의 조기 도입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영국의 항암제기금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신약을 한시적으로 급여하되, 지출이 상한을 넘으면 기업들이 초과분을 환급하고 최종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존 환자의 약값을 기업이 부담한다. 선등재·후평가를 도입하는 우리도 기업 출연을 결합한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기금'을 검토할 만하다. 신약의 문을 넓히는 대가를 제네릭 시장에만 청구해서는 안 된다.
결론: 신약 접근성과 산업 육성,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면
2012년의 일괄 인하가 던진 메시지는 '제네릭에 안주하지 말고 신약으로 가라'였고, 산업은 그 요구에 응해 결과를 내놓고 있다. 2026년의 개편이 던져야 할 메시지는 '신약으로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가겠다'여야 한다. 제네릭을 깎아 마련한 재원의 쓰임을 밝히지 않은 채 신약 우대만 앞세운다면, 그 메시지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다.
신약 접근성과 산업 육성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오늘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신약과 끊김 없이 공급되는 제네릭이 내일 우리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결정한다. 이런 성과가 이어지기를 원한다면, 정부는 제네릭을 깎아 모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부터 하나의 장부로 국민과 산업 앞에 밝혀야 한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오늘의 TOP 10
- 12026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광고·PR 대상 작품 공모
- 2정부, 제네릭 '1+3 규제' 유지…"개편·폐지 계획 없다"
- 3지자체 "약국 내 가수 공연, 호객 소지"…행정지도 처분
- 4해외 공장 직접 설립만 인정…인수 공장 위탁생산 규제 도마
- 5수술실 CCTV 영상 해킹 직격탄 맞은 산부인과 개원의들
- 6이연제약 황반변성 신약, 주사횟수 90% 감소·시력도 개선
- 7서기형 엠에프씨 대표 "개량신약 매출 비중 50% 목표"
- 8경기도약, 약 배송·창고형 약국 등 현안 대응 논의
- 9치협, 복지위 국감서 불법 의료광고 폐해 강조
- 10임총서 힘 얻은 약사회 "비대위 확대·보강…결과로 보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