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주사 '희귀약 해제' 막전막후 격론…중앙약심 회의록 보니
- 이탁순 기자
- 2026-10-10 0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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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유병자 25만 명, 희귀약 유지 불가”
- 식약처 “희귀약 해제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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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스쿰알붐과 이뮤노시아닌 등 주요 면역증강 주사제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전격 해제한 가운데, 그 결정적 분수령이 됐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자문회의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 공개됐다.
최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국내 암 환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종양 치료 적응증을 희귀약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전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반면, 임상적 필요성이 남아 있는 특정 질환(악성 흉막삼출)의 지위를 두고는 '치료권 보호'와 '허가초과(오프라벨) 비급여 풍선효과' 사이에서 치열한 설전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14·15번 '만장일치' 해제…“암 환자 25만 명, 20~30년 전 초기 허가 바로잡아야”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약심 의약품정책 소분과위원회는 비스쿰알붐(지정연번 14, 15, 170번)과 이뮤노시아닌(65번)의 희귀의약품 지정 해제 타당성을 집중 심의했다.
가장 먼저 칼날이 닿은 곳은 비스쿰알붐 14번(아종 말리·프락시니)과 15번(아종 아비에티스·쿠에르쿠스)이었다. 해당 품목들은 '종양의 치료 및 수술 후 재발 예방' 등 포괄적인 암 적응증을 갖고 있다.
식약처 측은 "20~30여 년 전 희귀의약품 제도를 도입하던 초기에는 의약품이 부족해 넓은 범위의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현시점에서는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넓은 범위의 효력을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효과를 입증해야 하며,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재평가를 통해 조정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위원들의 판단도 단호했다. 한 위원은 "제약사는 해당 의약품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유병률을 산출했으나 이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내 암 환자 유병률은 매년 25만 명 수준이며, 1997년에도 이미 10만 명을 넘었기 때문에 법정 기준인 '2만 명 이하'를 충족하지 못해 희귀약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대체 항암제가 풍부하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14·15번의 지정 해제 안건은 위원 전원의 이견 없이 통과됐다.
170번 ‘악성 흉막삼출’의 딜레마…“임상 필수적” vs “남겨두면 또 오프라벨 온상”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대목은 비스쿰알붐 170번(숙주목: 프락시니) '악성 흉막삼출 치료' 적응증이었다. 상병코드(C78.2) 기준으로는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지만, 실제 임상 현장의 잠재 유병 인구와 시술 빈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170번의 효능을 인정해 지위를 유지해 줄 경우 발생할 '규제의 빈틈'이 도마에 올랐다. 한 위원은 "우려되는 점은 170번 품목의 허가가 유지될 경우, 이 제품만 시장에 남아 요양병원 등 전국에서 다시 14·15번 효능(종양 치료)으로 허가초과(오프라벨) 처방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 역시 "170번 효능이 남는다면 여전히 허가초과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환자 피해 방지'를 내세운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위원들은 "의료 현장에서 실제 치료에 필요한 영역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오프라벨 사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없애버리면 피해를 보는 환자가 생긴다"며 "그러한 부작용은 국가가 급여 신청이나 실손보험 심사 연계 등 제도적 장치로 관리해야 할 몫"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170번은 임상 현장의 필요성을 감안해 즉각 해제하지 않고, 실제 시술을 집도하는 흉부외과 및 폐암학회, 암학회의 추가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기로 결론을 유보했다.
65번 이뮤노시아닌 “방광암엔 안 쓰고, 유방암 환자에 비급여 남용”
방광암 재발 방지 목적으로 허가된 이뮤노시아닌(65번)에 대해서는 '주객이 전도된 임상 처방 실태'가 적나라하게 지적됐다.
한 위원은 "이뮤노시아닌은 정작 방광암에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방암 완치 후 추적관찰 단계에서 질병이 없는 사람이나 말기 환자에게 비급여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질환이 없는 상황에 주로 쓰인다면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방광암 치료 추세가 이미 BCG나 젬시타빈 등 효과적인 대체 요법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대체제보다 현저한 안전성·유효성 개선 자료도 입증되지 않아 지정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비뇨종양학회와 암학회의 추가 의견을 확인한 뒤 해제 절차를 밟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식약처는 이번 심의에 대해 "그간 규정상 해제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으나, 이번이 제도 도입 후 희귀의약품 지정을 해제하는 첫 사례"라며 "지정 당시 요건뿐 아니라 현시점의 의료 현장 여건을 함께 종합 검토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희귀약 제도가 더 이상 불명확한 효능의 면역주사제를 비호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위원들은 "희귀약 지위를 걷어내고 정식 임상재평가를 실시해, 허가된 효능에 맞게 정상적으로 쓰이도록 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약심의 이 같은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가 14, 15, 65번 품목의 희귀약 해제 고시를 단행함에 따라, 향후 이들 품목과 싸이모신알파1을 겨냥한 보건당국의 '임상재평가' 착수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대규모 비급여 시장을 둘러싼 제약업계와 규제 당국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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