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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빅스 19억·플래리스 77억…복잡한 제도에 인하폭 제각각

  • 김진구 기자
  • 2026-08-25 06:00:59
  • 요약
  • 클로피도그렐 5479억 시장, 약가인하로 454억 감소 전망
  • 131개 품목 약가인하 달라져…56개 품목 21% 이상 하락
  • 혁신형·자사생동·단독등재 여부 따라 약가 격차 확대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해 기등재 의약품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히 약가가 인하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가산‧인하 장치가 복잡하게 작동하면서 동일제제 내에서도 품목별 약가 차이가 적잖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처방실적 감소 전망도 제각각일 것으로 예상된다. 클로피도그렐 성분 항혈전제 시장을 예로 들면, 시장 1위 품목인 플라빅스의 처방실적 감소액은 19억원에 그치는 반면, 2위 플래리스는 77억원 감소가 전망된다. 동일제제라도 기존 약가와 기업별‧품목별 요건에 따라 충격의 크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제약업계에선 동일제제‧동일효능 의약품이라도 서로 다른 가격표가 붙는 만큼, 품목별 약가에 맞춘 새로운 마케팅‧영업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5500억 클로피도그렐 시장, 약가인하로 454억 감소 전망

25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클로피도그렐 성분 항혈전제의 원외처방 시장 규모는 5479억원이다.

새 약가제도가 적용되면 이 시장은 5025억원으로 454억원(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과 같은 처방량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자사생동 요건 충족 여부와 혁신형 제약기업 가산 여부 등 변수를 반영해 계산한 결과다.

다만 클로피도그렐 성분 의약품들의 약가가 8% 안팎으로 일괄 인하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1~3위 품목만 보더라도 약가 인하율이 1%, 9%, 6%로 차이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1위 품목인 한독 ‘플라빅스’는 현재 약가 대비 1% 낮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개편 약가제도는 개별 제품의 산정률을 일률적으로 45%로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동일제제 최고가를 기준으로 새 산정률을 적용한다. 플라빅스의 현재 약가는 1081원으로, 동일제제 최고가(1164원)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기본 산정률 조정에 따른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여기에 한독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돼 있어 3년간 49%의 가산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시장 2위 품목인 ‘플래리스’는 약가가 1077원에서 978원으로 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진제약은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가산을 받지 못해 플라빅스보다 인하폭이 커질 전망이다.

동아에스티 ‘플라비톨’은 1137원에서 1065원으로 6%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비톨은 사용량-약가 연동으로 약가가 여러 차례 인하된 플라빅스‧플래리스와 달리 현재 약가가 1137원으로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다.

실적 유지부터 77억 감소까지…품목마다 예상 손실액 제각각

약가인하에 따른 처방실적 감소폭도 품목마다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빅스의 예상 인하율을 작년 처방실적 1319억원에 대입하면, 1299억원으로 19억원 감소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인하율이 1%에 그치는 만큼, 처방실적 감소폭도 작을 것이란 전망이다.

플래리스는 클로피도그렐 성분 중 처방실적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840억원이던 처방실적이 763억원으로 77억원 감소할 것으로 계산된다. 인하율은 9%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기존에 높은 처방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감소액이 크게 나타난다.

플라비톨은 310억원에서 267억원으로 43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방식으로 ▲대웅제약 '클로아트'는 236억원에서 213억원으로 ▲테라젠이텍스 '프라빅센'은 115억원에서 93억원으로 ▲진양제약 '크리빅스'는 130억원에서 109억원으로 각각 2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이밖에 ▲제일약품 '필그렐' ▲코스맥스파마 '클로윈' ▲다산제약 '클피그렐' ▲셀트리온제약 '셀라빅스' ▲안국약품 '클로펙트' ▲일동제약 '트롬빅스'가 1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총 131개 품목 중 56개 품목은 처방실적이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같은 처방량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처방실적 역시 같은 비율로 감소하게 된다. 16~20% 감소되는 품목은 31개, 11~15% 감소 품목은 17개, 6~10% 감소 품목은 9개, 5% 미만 감소 품목 7개 등으로 계산된다. 12개 품목은 처방실적이 유지될 전망이다.

작년 처방액 100억원 이상 품목 중 종근당 ‘프리그렐’과 한미약품 ‘피도글’, 유한양행 ‘클로그렐’은 처방실적 감소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그렐과 피도글의 경우 급여목록표에 단독 등재돼 약가가 유지되는 경우다. 오리지널을 비롯한 대부분 제품은 클로피도그렐 황산수소염이다. 반면 프리그렐은 레지네이트염, 피도글은 나파디실레이트일수화물이다. 염이 다른 두 품목은 단독등재 상태인 만큼,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두 제품 외에 보령 비알빅스(클로피도그렐 캄실레이트염), 한올바이오파마 클로비드(클로피도그렐 베실레이트염)도 마찬가지로 단독 등재돼 약가인하를 피할 수 있다.

유한양행 클로그렐의 경우 기존 약가가 조정된 약가보다 높은 경우다. 클로그렐의 기존 약가는 1064원으로, 유한양행은 자사생동 요건을 갖춘 상태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또한 기존 약가가 최고가(1164원) 대비 낮게 형성돼 있어, 조정 후 약가가 1065원으로 오히려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경우 약가를 인상하지 않고 기존 약가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동일제제라도 약가 분포 세분화…영업‧마케팅 전략 차별화될까

약가가 품목별로 제각각 조정되면 현재 약가 구조와는 다른 분포가 나타날 전망이다.

현재 클로피도그렐 시장은 대부분 품목의 약가가 1164원과 989원에 집중돼 있다. 기준요건 2개를 모두 충족해 최고 수준의 약가를 받은 경우가 1164원, 기준요건 중 1개인 자사생동을 충족하지 못해 이보다 15% 낮은 989원이 적용된 경우다. 사실상 두 가지 약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새 약가제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가산 여부와 기준요건 충족 개수만 고려해도 약가가 산술적으로 9개 구간으로 세분화된다. 여기에 원료 직접생산 가산이 변수로 추가된다. 정부는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의약품에 대해 68% 수준의 약가 우대를 적용할 방침이다.

반대로 약가를 추가로 낮추는 장치도 있다. 신규로 클로피도그렐 시장에 진입하는 제네릭은 등재 순서에 따른 계단식 약가와 다품목 등재관리 등을 적용받아 기존 품목보다 낮은 약가를 받는다. 이미 100개 이상 품목이 경쟁하는 클로피도그렐 시장에서 후발주자일수록 불리한 약가를 받는 구조다.

등재 이후로 약가가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용량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따라 약가가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에선 새로운 약가 체계에 맞는 마케팅‧영업 전략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는 동일제제에 사실상 동일한 약가가 적용되면서 제약사들이 비가격적 마케팅·영업 경쟁에 주력하는 구조였다. 성분‧효능‧제형이 같은 상황에서 약가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일제제 안에서도 약가가 제각각 형성되면 가격대에 따라 영업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부여받은 업체는 확보한 마진을 바탕으로 영업·마케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약가를 받은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을 택할 수 있다. 또는 사업성을 따져 영업을 축소하거나 시장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같은 성분이면 결국 비슷한 가격에서 영업력과 거래처 관리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약가가 얼마로 책정됐느냐에 따라 영업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목표 처방액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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