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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늘어도 비율은 감소…혁신형제약 약가우대의 역설

  • 천승현 기자
  • 2026-08-20 06:00:59
  • 요약
  • 주요 전통제약사 3곳 중 2곳 상반기 R&D 투자 확대
  • 정부 약가인하 압박에도 새 먹거리 투자 확대
  • 투자액 늘어도 높은 매출 상승률에 R&D 비중 감소 속출
  • 정부, R&D 투자 비중 높은 기업에 약가가산...매출 급증 업체에 불이익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주요 전통제약사들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에도 새 먹거리를 위한 투자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하지만 R&D 투자를 늘렸는데도 높은 실적 성장세 영향으로 매출 대비 투자액 비중은 감소하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R&D 투자 비중을 기준으로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이 실적 향상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주요 전통제약사 40곳이 투자한 R&D 비용은 1조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기업 중 제네릭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40곳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주요 제약사 40곳 중 26곳의 상반기 R&D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에도 제약사 3곳 중 2곳이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는 의미다.

AI 생성 이미지

 

보건복지부는 최근 개편 약가제도를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평균 16% 깎이면서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요 제약사의 투자액을 보면 유한양행이 상반기에 가장 많은 1212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12.9% 확대했다. 대웅제약은 전년보다 8.5% 증가한 1157억원을 R&D 부문에 투입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상반기 R&D 투자액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6%, 16.5% 증가하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천당제약의 R&D 투자액이 가장 크게 확대됐다. 삼천당제약은 작년 상반기에 12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09억원으로 17배 이상 확대됐다. 삼천당제약의 상반기 R&D 투자액 중 위탁용역비가 174억원으로 83.6%를 차지했다. 경구용 인슐린 등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료 외부 위탁 비용이 늘면서 연구비도 급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요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을 보면 삼천당제약이 20.9%로 가장 높았다. 작년 상반기 1.6%에서 20.3%포인트 상승했다.  

대웅제약은 매출의 15.7%를 R&D 부문에 투입했고 한미약품, 일양약품,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종근당, 녹십자, 유나이티드제약, 삼진제약, 경보제약,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이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10%를 상회했다.  

주요 제약사 40곳 중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9곳의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작년보다 상승했다. 제일약품은 작년 상반기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7.1%에서 1년 만에 12.7%로 5.6%포인트 올랐다. 녹십자, 경보제약, 일동제약, 일양약품, 종근당, 알리코제약, 휴온스 등은 지난해보다 R&D 투자액 비중이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AI 생성 이미지

제약사들의 R&D 투자액 비중 상승은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약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개편 약가제도에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비율 커트라인 상향 조정을 예고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은 5%에서 7%로 조정한다.   

복지부는 신약개발 동력 유지를 위해 혁신형제약과 준혁신형 제약에 대해 한시적 특례를 부여한다. 혁신형제약사를 대상으로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산정률을 49%로 4년, 준혁신형제약사는 3년간 47%로 특례를 부여한 이후 4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다. 혁신형과 준혁신형에 포함되지 않은 제약사도 4년에 걸쳐 약가인하가 이뤄진다. 내년에 49%로 떨어지고, 2028년 47%, 2029년에 45%로 낮아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약가우대 기준으로 설정하는 구조 탓에 투자 규모가 커졌어도 더욱 높은 매출 상승률에 따라 R&D 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도 연출됐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은 별도 기준 상반기 R&D 투자액이 전년보다 16.5% 늘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15.0%에서 14.6%로 0.4%포인트 줄었다. 매출액이 5714억원에서 6922억원으로 21.1% 증가하면서 R&D 투자 확대에도 비중은 뒷걸음쳤다. 

동아에스티는 상반기 R&D 투자액이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이 3464억원에서 3949억원으로 14.0% 성장하면서 매출 대비 투자액 비중은 14.8%에서 13.2%로 1.6%포인트 하락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상반기 R&D 비용 지출이 17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69억원보다 3.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R&D 투자액 증가율보다 높은 6.6% 늘면서 R&D 비중은 12.0%에서 11.6% 포인트 줄었다.  

에이치엘비제약은 연결 기준 상반기 R&D 투자액이 38억원으로 전년대비 33.8% 늘었다. R&D 투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예년에 비해 왕성한 투자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매출이 816억원에서 1279억원으로 56.8% 증가하면서 투자 비중은 3.5%에서 3.0%로 축소됐다. 

업계에서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을 기준으로 약가를 우대하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R&D 투자 비율로 약가 가산을 적용하면 매출이 적을수록 유리하는 구조가 된다”라면서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 매출을 고의로 줄일 수도 없는데 획일적인 약가 가산 제도를 운용함에 따라 기업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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