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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약국 시장, 외부 자본을 막는 3개의 빗장

  • 데일리팜
  • 2026-07-22 06:00:38
  • 요약
  • 김위학 서울특별시약사회장
  • "개설·운영·광고, 자본의 우회로를 막아서는 법의 울타리"

지난 2편에서 우리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리고 소유가 아닌 지배를 겨냥한 자본 종속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계약서 곳곳에 심긴 통제 장치와 달콤한 제안 뒤에 숨은 낚싯바늘을 확인한 이상,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구조적 유혹을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

다행히 약국을 진입로 삼아 우회하려는 자본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는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에 걸쳐 하나씩 세워지고 있다. 약국의 문턱에서 걸러 내고,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실권을 쥔 손을 추적하며, 소비자를 향한 광고까지 규율하는 구조다.

이번 편에서는 약국을 자본의 지배로부터 지켜 낼 세 개의 빗장을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한다.

개설·운영의 빗장…약사의 이름 뒤 숨은 자본까지 추적한다

자본이 노리는 첫 관문은 언제나 약국의 개설 단계다. 이 문턱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빗장은 약사법이 못 박아 둔 하나의 원칙이다. 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1인 1약국’ 원칙이다.

약국은 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그것도 단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규정이야말로 면허 없는 자본이 여러 약국을 체인처럼 거느리며 지배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약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오직 약사 개인의 손에만 쥐여 줌으로써 자본이 약국의 주인 자리에 앉는 길을 처음부터 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 원칙은 주로 서류상 ‘개설 명의’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개설등록증에 약사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그 이름 뒤에서 자금과 인력, 매입과 수익의 귀속을 좌우하는 손이 따로 있다면 약국의 실질적인 주인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은 바로 이 빈틈을 겨냥했다. 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명문화함으로써, 하나의 자본이나 이해관계인이 여러 약국을 사실상 거느리는 편법의 고리를 끊어 낸 것이다. 오래된 ‘1인 1약국’ 원칙 위에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물쇠를 하나 더 채운 셈이다.

하지만 개설의 문턱만 잠근다고 방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설등록을 마친 뒤 임대차계약이나 투자, 물품공급, 인력관리 등의 명목으로 자본이 슬그머니 실권을 행사한다면 간판만 약국일 뿐 운영의 주체는 이미 달라진다. 따라서 두 번째 빗장은 약국 안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내리는 손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 걸려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실권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약국 개설등록을 심사할 때 면허대여 등 불법 개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개설등록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약국 시설의 임대인이나 개설·운영 자금을 제공한 이해관계인이 임대 또는 자금 제공을 매개로 약국 경영에 개입하거나 약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개설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은 자금 흐름과 지배 관계를 확인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임대차나 투자라는 외형을 갖춘 우회적 개입을 개설 단계에서 걸러 내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서 뒤에 숨은 실질적인 지배의 손을 등록 단계에서부터 드러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지난 6월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행위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없어 자금의 출처와 수익의 귀속,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속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약국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전진숙 의원의 법안이 약국 문 앞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서미화 의원의 법안은 이미 문을 통과한 사람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장치에 가깝다.

개설 단계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운영 과정에서는 자금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두 빗장이 함께 작동해야 약사의 이름 뒤에 숨은 자본까지 비로소 가려낼 수 있다.

광고의 빗장…약국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빗장은 소비자를 향한 창구, 곧 약국의 표시와 광고에 걸려 있다. 자본이 약국에 침투하는 이유는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광고다.

그동안 현행법은 약국 개설자의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유형만 사후적으로 규제해 왔다.

병원·의원과 치과·한방 의료기관의 광고는 유형별 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고, 의약품 광고 역시 약사법에 따른 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상담받는 약국의 광고에는 사전에 걸러 낼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나 다른 약국과의 가격 비교 광고 등이 고소·고발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일선 약국에 혼란을 안겨 왔다.

지난해 11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핵심은 의료기관 광고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약사법에 약국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정 약국이나 약사에 관한 광고가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법하거나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광고를 미리 걸러 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우월성 표시, 다른 약국과의 가격·경력 비교 등을 금지 대상으로 구체화했다.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광고나 ‘창고’, ‘공장’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고 대량 소비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는 광고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겼다.

‘창고’나 ‘팩토리’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약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쌓여 있다는 이미지는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과 같은 소비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약사의 상담과 복약지도, 환자별 안전관리라는 약국의 본질적 역할은 가격과 물량 경쟁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광고는 단순히 손님을 불러들이는 문구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약국이 어떤 공간인지 규정하고, 의약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좌우한다.

따라서 광고를 사전에 규율하는 일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약국이 의약품을 값싸게 쌓아 놓고 판매하는 유통 매장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이 작동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개설에서 걸러 내고, 운영에서 추적하며, 광고에서 가려낸다. 세 개의 빗장은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하나다. 약국이라는 보건의료의 기반을 자본의 손익계산서로부터 지켜 내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가 촘촘해진다고 해서 약국이 저절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법안은 아직 발의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시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 모두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약사 직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보건의료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법과 제도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라면, 그 울타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선택이다. 이어질 4회에서는 그 마지막 기둥, 곧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빗장은 밖에서 잠그지만, 그 빗장을 지키는 것은 결국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

[필자 약력]

  •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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