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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2년 성과와 정책 변화 고육책…일동, R&D 자회사 흡수한 까닭

  • 천승현 기자
  • 2026-04-14 06:00:42
  • 일동제약, 유노비아 분사 2년 7개월만에 흡수합병
  • 신약 개발 진전 성과에도 자생력 한계...자산매각에도 자본잠식
  • 약가제도 개편·중복상장 금지 등 규제도 홀로서기 무산 요인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일동제약이 연구개발(R&D) 자회사 유노비아를 분사한지 2년 7개월 만에 다시 흡수합병한다. 유노비아는 짧은 기간에 신약 과제의 상업화 근접과 기술수출 성과를 내며 R&D 전문 기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유노비아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홀로서기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실적 발생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 특성상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모기업으로 복귀한다. R&D 투자액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약가제도 개편과 중복 상장 금지 등의 정부 정책 변화도 흡수 합병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동제약, 유노비아 분사 2년 7개월만에 흡수합병...R&D 성과에도 홀로서기 역부족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유노비아를 흡수 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대한 흡수 합병으로 신주 발행 없는 무증자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동제약과 유노비아의 합병 비율은 1대0이다. 주주 확정 기준일은 4월 30일이며, 합병 기일은 6월 16일이다. 이에 따라 유노비아는 출범한지 2년 7개월만에 소멸된다. 

2023년 11월 출범한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단순 물적 분할 방식으로 R&D 부문을 분사한 독립법인이다. 유노비아는 기존에 일동제약이 보유했던 주요 연구개발 자산과 신약 파이프라인 등을 토대로 사업 활동을 전개했다. 

유노비아는 출범 이후 가시적인 R&D 성과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유노비아의 핵심 R&D 파이프라인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파도프라잔과 비만과 당뇨 등을 겨냥한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이다.  

파도프라잔은  P-CAB 계열의 소화성 궤양 치료제 후보물질로 위벽 세포 내의 프로톤펌프와 칼륨 이온의 결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일동제약과 유노비아가 비임상 및 임상 1상 연구를 거쳐 2024년 대원제약에 기술수출했고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 시험 단계가 진행 중이다.  

ID110521156은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9월 공개된 ID110521156 임상 1상 톱라인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 사업 특성상 뚜렷한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자생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당초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설립 목적은 신약개발 효율화와 모기업의 실적 개선이다. 일동제약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 2020년 4분기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3년 3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에 축적된 적자 규모는 총 1809억원에 달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액이 증가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R&D 자회사 분사 카드를 꺼냈다.   

유노비아는 독자적인 위치에서 주력 사업인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운영 자금 및 투자 유치,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수출 등 지속 가능한 선순환 R&D 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을 병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분기별 유노비아 매출과 순이익 규모(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뚜렷한 수익이 없는 사업 특성상 적자가 누적됐다. 유노비아는 2024년 408억원, 지난해 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범 이후 2년 간 누적 적자는 485억원에 달했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유노비아는 2024년 5월 대원제약과 파도프라잔의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대원제약이 파도프라잔의 임상 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과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넘겨받는 내용이다.  

유노비아는 대원제약으로부터 일정 액수의 계약금과 함께 상업화 시 로열티 등을 수령하기로 했다. 파도프라잔의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 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유노비아 입장에선 핵심 개발과제 중 1개에 대해 대원제약이 개발비를 부담하면서 신약 개발 비용 부담을 덜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둔 셈이다.  

반면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노비아의 누적 매출은 30억원에 불과했다. 연구 전문 계열사로부터 연구용역 수수료와 장비 사용료 등을 지급받으면서 발생한 매출이다. 지난해 말 유노비아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3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자본잠식은 회계상 자본총계가 0 아래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순손실이 결손금으로 쌓이면서 자본을 갉아먹은 셈이다.  

유노비아는 본사 매각 강수도 뒀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본사 사옥과 부지를 매각했다. 유노비아는 출범 이후 기존 일동제약 중앙연구소를 본사 건물로 사용했는데 2024년 말 자산 매각이 완료됐다. 유노비아는 매각예정자산으로 토지 243억6238만원, 건물 35억5579만원을 분류한 바 있다. 

유노비아는 2024년 3분기 자산 규모가 436억원을 기록했는데 자산 매각으로 작년 말에는 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4% 수준으로 축소됐다. 

유노비아는 지난해 11월 파도프라잔에 대한 자산과 권리 일체를 94억원에 일동제약에 넘기기도 했다. 유노비아가 일동제약에 양도한 파도프라잔 권리는 대원제약에 넘긴 권리를 제외한 자산이다. 유노비아는 대원제약과 계약에서 파도프라잔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 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유노비아가 보유했던 파도프라잔의 해외 판매 권리도 일동제약에 양도했다.

R&D 비율로 제네릭 약가 가산·중복 상장금지 정책도 흡수합병 결정 영향 

정부의 정책 변화도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흡수합병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동제약은 “약가 제도 개편안 시행 등 당면한 시장 상황과 제도적 여건에 적절하게 부합해 운영상의 안정성을 도모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지난 26일 확정한 약가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5%로 낮아진다. 단,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비율 커트라인 상향 조정을 예고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은 5%에서 7%로 조정한다.  

일동제약은 2023년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16.3%를 기록했는데 유노비아를 분사한 2024년과 지난해에는 1.5%, 6.5%에 머물렀다. 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가산을 결정하는 R&D 투자액 비중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지만 R&D 자회사 분사로 인한 투자 비중 하락이 제네릭 약가 가산 혜택 제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중복 상장 금지 정책 기조도 유노비아 흡수합병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열어 중복 상장 금지 원칙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 침해 방지를 위해 거래소 상장심사시 중복상장은 엄격히 심사할 방침이다. 현재 거래소 상장규정은 ‘분할 후 중복상장’(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중복상장을 규율하고 있다. 앞으로는 분할 뿐 아니라 인수·신설한 자회사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의 유형으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일동제약은 유노비아를 출범하면서 투자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 시장 상장을 시도하는 구상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경우 분할 후 중복상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일동제약은 지난 1일 박재홍 전 동아에스티 사장을 새 R&D 본부장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유노비아 흡수합병을 염두에 둔 R&D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일동제약은 정규호 상무가 R&D 센터장을 맡았는데 박 사장을 영입하면서 R&D 본부 사령탑을 사장급으로 격상했다. 박 사장 신약 연구발을 비롯한 일동제약의 R&D 분야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박 사장은 2022년 동아에스티에 합류해 최고과학책임자(CSO) 겸 R&D 총괄 사장으로 연구개발 조직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동안 임상 개발과 중개의학 조직을 중심으로 R&D 체계를 고도화하며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일동제약은 “유노비아 합병을 발판으로 GLP-1RA 비만치료제, P-CAB 소화성궤양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을 포함한 상업화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R&D 체계와 전략을 재정비해 신약 연구개발 역량 및 사업 추진력을 강화하고 관련 조직 간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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