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칼 빼든 정부…복약지도 의무화에 약사들 반발
- 김지은 기자
- 2026-03-20 1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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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부터 약물운전 제제 강화…음주운전 수준 규제 상향
- 입법예고 된 시규 개정안에 복약지도 의무 확대되자 논란
- 약사사회 “책임 떠넘기기” 반발…“명확한 기준부터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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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오는 4월부터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시행령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약사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교통안전 이슈를 넘어 ‘복약지도 책임’까지 확대되는 흐름 속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반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약물운전 왜 갑자기…“사고 증가·관리 사각지대”
최근 약물 복용 후 졸음·인지저하 상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약물운전은 더 이상 개인 부주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 수면제, 일부 감기약 등은 음주와 유사하게 판단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과 달리 관리·인식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 같은 배경 속 정부는 약물운전을 ‘잠재적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제재 수위를 끌어올렸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오는 4월 2일부터 시행된다.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할 경우 처벌 수위가 기존보다 크게 강화된다.
기존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던 것이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올라갔다. 약물운전을 단순 과실이 아닌 음주운전에 준하는 중대 위반 행위로 보겠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이다.
“약사 복약지도 의무 확대”…복지부, 시행령 개정도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약물운전 예방을 위한 하위 규정 정비에도 착수했다.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졸음·어지럼증 등 운전 영향 가능 약물에 대해서는 복약지도서에 위험성 의무 표기 ▲환자에게 운전 관련 주의사항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의무화와 더불어 일부 안은 포장지·라벨 표시 강화까지 포함됐다. 오는 4월 20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진행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관련 규정을 어길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실상 약사를 약물운전 예방의 ‘최전선 책임자’로 위치시키는 조치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에 약사사회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약물운전 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과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전문가의 책임 범위와 기준 불명확성 속 법적 책임만 강요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서울시약사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이번 시행규칙 개정에 강력 반발했다. 시약사회는 어떤 약이 운전 위험 약물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고 환자의 실제 운전 여부까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적 책임만 약사에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시약사회는 “정부가 졸음 유발 약물에 대한 명확한 성분 분류 체계나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않은 채 포괄적 의무와 처벌 규정만을 신설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분회장 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현장에서는 단순 위장병에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처방되고 식욕억제제, 중추성 진통제 처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런 과잉 처방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관리 대책 없이 복약지도서에 운전 금지 문구 한 줄 넣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어떤 실효성이 있나. 약물운전 방지 책임을 약사 개인에만 지우는 건 본말전도”라고 지적했다.
분회장들은 또 “진정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면 의사 처방 단계에서의 시스템 제어와 제약사의 표준화된 약품 라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를 생략한 채 과태료라는 쉬운 길만 택하는 것은 9만 약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지역 약사들 사이에서는 현장의 상황과 동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역의 한 약사는 “모든 환자에 일괄적으로 운전 금지를 안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의사 처방 단계에서의 고지와 약사의 복약지도가 병행돼야지 약국에서의 복약지도 의무만 부과하고, 처벌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말했다.
“예방 필요성에는 공감…현실적 기준 마련 관건”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규제 강화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번 제도는 단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추후 의사-약사 간 역할 분담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처방 단계에서 의사가 약물 선택이나 위험을 설명하고, 투약 단계에서 약사가 복약지도나 생활 주의를 안내하는 기본 역할 속 정부가 약사 책임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면서 균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약물 별 운전 위험 등급 체계 마련, 표준화된 복약지도 문구 제공, 의사-약사 공동 책임 구조 설계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약사회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관련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가 차원의 표준 약물분류체계 확립-식약처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성분 리스트 선행 제공 ▲공적 정보시스템 연동-DUR 시스템 등을 활용한 주의사항 자동 출력 인프라 구축 ▲처벌 중심 규제 탈피: 과태료 부과 조항 삭제 및 약사의 자율적 복약지도 환경 조성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의견을 수렴해 입법예고 기간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약물운전은 분명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위험 요수인 것은 맞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특정 직능에 과도하게 쏠리면 제도의 실효성이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4월 법 시행을 앞둔 만큼 규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보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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