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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의 배당 딜레마

  • 차지현 기자
  • 2026-01-22 06:00:43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번 돈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바이오텍의 본질인데 당장 배당을 하라는 요구를 마주하면 참으로 막막합니다."

최근 만난 한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이다. 그는 기술수출을 통한 기술료 수익으로 현금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자본 배분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고 토로했다. 벌기 시작한 돈을 어떻게 써야 '회사에도 주주에게도' 맞는 선택이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고민은 이 CFO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자본시장 전반에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업계에서도 배당을 둘러싼 담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술수출이나 신약 상용화로 현금 여력이 생긴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오스코텍 투자자 행사에서는 배당과 자본 배분을 둘러싼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벌어들인 수익을 R&D에만 재투자하는 현행 전략이 주주환원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간 균형을 놓고 논의가 오갔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이나 주식 형태로 돌려주는 행위다. 회계적으로는 영업활동을 통해 누적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다.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전제돼야 가능한 만큼 배당은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은 기업 성장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투자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기업이 창출한 이익에 대해 주주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수록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배당이 항상 최선의 선택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기업의 현금 여력이 배당으로 소진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수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무학적 관점에서 기업이 현금을 재투자해 주주가 기대하는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배당보다 성장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더 유리하다.

더욱이 신약개발 바이오텍이라면 배당 여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확보한 현금을 임상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렉라자로 발생한 로열티가 당장의 배당으로 소진되기보다 '제2, 제3의 렉라자'를 키우기 위한 R&D 자금으로 재투입될 때 신약개발 바이오텍 특유의 폭발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물론 기업 수익이 안정화될수록 주주환원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숙명이다. 다만 배당을 밸류업의 만능 해법처럼 받아들이는 시각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R&D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막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한 기업에 당장의 현금 분배를 압박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기 시작한 거위의 배를 성급히 가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밸류업의 본질은 현금을 나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지속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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