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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SCO 화두 '보조요법'이 남긴 숙제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주목받은 주요 연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수술이 가능한 조기 암을 타깃한 보조요법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전이성·재발성 등 말기 암에서 쓰이던 신약들은 어느덧 초기 암에서도 표준치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CDK 4/6 억제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는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 효과를 입증했다. 수술 후 3년 키스칼리를 투약할 경우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25% 낮아졌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에 그치지 않고 수술 전-수술-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치료 여정을 완성했다. 2기부터 3기까지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이 수술 전후 키트루다를 썼더니 재발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42% 줄어들었다.

조기 환자에서 신약을 쓸 경우 실제 환자들의 전체생존율도 개선된다는 점이 입증됐다. 올해 ASCO 기조강연으로 뽑힌 연구 중 하나는 비소세포폐암 EGFR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였다. 타그리소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썼을 때 환자들의 전체생존(OS)을 살펴본 결과, 타그리소군의 5년 시점 전체생존율은 88%로 위약군 78% 대비 사망 위험을 51% 낮췄다.

키스칼리와 키트루다, 타그리소는 모두 말기 암 환자에서 쓰이던 약이다. 최근 이 약들의 보조요법 연구가 발표되면서 조기 암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았다. 이들 외에도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임핀지', '티쎈트릭' 등 여러 항암제가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이름을 올렸다.

갈수록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암 초기로 신약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제약사의 노력이 만든 성과다.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도 신약의 조기 사용은 환영할 일이다. 비교적 빨리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도 환자들은 재발이라는 위험을 늘 안고 산다. 폐암을 예로 들면 1기 환자는 수술 후 약 20%가 재발을 겪으며, 3기 환자일 경우 재발률이 75%까지 늘어난다. 조기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말기 암으로 진행되는 수순을 밟는다.

최신 약제들이 조기 암으로 진출하면서 이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ASCO에서 만난 한 종양내과 교수는 "그동안 Care(암 관리)를 목표로 사용됐던 표적·면역항암제들이 Cure(완치)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기뻐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항암 보조요법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도 있다. 그동안 보조요법은 말기 암 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치료로 치부돼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 앞에 보조요법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중증 환자를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는 방향이라면, 이제는 보조요법의 가치를 제대로 매겨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는 신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약이라고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조요법 연구 결과 중에는 어떤 환자군에서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좋은 반면, 어떤 환자군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리는 데이터가 나왔다. 결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명확한 환자군을 찾아 규제기관을 설득하는 것이 제약업계의 과제다. 이는 모든 신약이 점점 비싸지고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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