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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라면과 다른데"...제약업계, 일반약 가격압박에 속앓이

  • 천승현
  • 2023-07-14 06:20:52
  • 정부, 유관기관 간담회서 일반약 가격인상 자제 권고
  • 제약, 원료가격 올라 원가구조 악화...가격인상 저지 압박"
  • 전문약도 약가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일반약도 딜레마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정부의 일반의약품 가격인상 자제 권고에 깊은 고심에 빠졌다.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에 원가구조가 점차적으로 열악해지는데도 물가 인상과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에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주요 수익원인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지속적인 약가인하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제약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병원약사회,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등 약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약품 수급 불안과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박 차관은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이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약사들에 자체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사실상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계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라면가격 인하 필요성 발언을 한 이후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롯데웰푸드 등 제과업체도 과자류의 가격을 일부 인하하기도 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라면이나 제과류는 핵심 원자재인 밀가루 가격 인하로 가격 인하 여력이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최근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형국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최근 구하기 힘든 원료의약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할 정도로 미국 달러 초강세 현상이 펼쳐졌을 때 수입 원료의약품의 가격 상승으로 제약사들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이나 원료의약품을 구매할 때에도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4.4%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75.6%는 수입 제품이라는 뜻이다. 환율 변동에 원가구조가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다빈도 일반의약품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커 기존에도 원자재 상승에도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게 제약사들의 항변이다.

동국제약의 잇몸약 인사돌의 지난해 평균 공급가는 2만2701원으로 2021년 2만3710원보다 4.3% 낮아졌다. 2020년과 비교하면 인사돌의 공급가는 2년 동안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지난 2년 간 인사돌의 공급가는 인상하지 않은 셈이다. 인사돌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공급가가 처음 공개된 2005년 2만2296원에서 지난해 2만27010원으로 17년 전과 비교하면 제자리 수준이다. 인사돌의 공급가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단 한번도 2만2000원~2만3000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아로나민골드는 20년 전인 2001년 평균 공급가가 2만원을 형성했는데 21년 동안 공급가 인상률은 불과 25%에 불과했다. 연도별 아로나민골드의 평균 공급가를 보면 2001년부터 21년 간 2만원대를 형성했다. 2020년부터는 2만5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일동제약이 아로나민골드의 공급가를 공식 인상한 것은 3번에 불과했다. 2009년 2만원에서 2만2000원으로 10% 올렸고 2012년에 1000원 인상했다. 지난 2020년에는 8년 만에 2000원 상향 조정했다.

박카스는 지난 10년 간 공급가가 2번 인상됐다. 지난 2015년 370원에서 410원으로 40원 올랐고 6년이 지난 2021년에 가격을 50원 인상했다.

광동제약의 광동우황청심원의 공급가는 2021년 3752원에서 지난해 4340원으로 21.4% 상승했는데, 핵심 원료인 우황과 부자재 금박 등의 가격 인상으로 완제의약품의 동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우황 1kg당 가격은 1억754만원으로 2년 전 8229만원보다 30.7% 뛰었다. 같은 기간 금박의 가격은 340만원에서 410만원으로 20.5% 상승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물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눈초리가 따가운 데다가, 정부마저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어 가격 인상 결정이 쉽지 않은 처지”라고 말했다.

더욱이 제약업계는 주요 수익원인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약가인하 압박을 받으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일반의약품 분야의 수익성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는 원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보험상한가를 인상할 수 없는 구조다. 퇴장방지의약품에 한해 정부가 원가 보전 차원에서 보험약가를 올려줄 수 있다. 다른 약물에 비해 가격이 낮아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제약사가 생산·수입을 기피해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의약품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될 수 있다.

더욱이 사용량-약가연동제 같은 약가인하 기전의 상시 가동으로 완제의약품은 원가 압박과 무관하게 약가가 인하되고 있다. 사용량-약가연동제는 의약품 사용량이 많아지면 해당 약물의 가격을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간 협상을 통해 인하하는 제도다.

최근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진 아세트아미노펜과 수산화마그네슘에 대해 이례적으로 약가가 인상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650mg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최대 76.5% 인상했다. 아세트아미노펜650mg의 보험상한가는 43~51원에 불과했는데, 최대 9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제약사들이 원가구조가 열악해 생산 증대에 난색을 보이자 이례적으로 일괄 인상을 결정했다. 다만 올해 12월부터 일괄적으로 70원으로 조정되는 한시적 인상이다. 제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인상과 함께 생산 증대를 약속했다.

복지부는 지난달부터 수산화마그네슘 성분의 변비약 3개 품목의 약가를 인상했다. 마그밀의 약가는 18원에서 23원으로 27.8% 올랐고, 마로겔(15→22원)과 신일엠(16→22원)은 각각 46.7%, 37.5% 올랐다.

특히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제네릭 의약품의 무더기 약가가 예고된 상태다.

지난 2020년 6월 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했다.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이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하반기 중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은 제네릭에 대해 약가를 조정할 예정이다. 제약사들은 이미 위탁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며 적잖은 비용을 지출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인데 일반의약품 가격에 대해서도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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