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4 08:29:38 기준
  • 임상
  • #GE
  • 부회장
  • 약국
  • 건강보험
  • #임상
  • 허가
  • 제약
  • #염
  • 데일리팜

"병원엔 고급 노트북, 약국엔 손목시계"

  • 송대웅
  • 2005-06-08 07:29:55
  • 제약 영업·마케팅 병의원 집중...소외된 약국 '허탈'

창간6주년 특집-의약분업 5년 빛과 그림자 의약분업은 2000년 7월 진통속에서 시작됐다. 찬반여론 또한 끊이질 않았다. 한쪽은 의약분업을 의료개혁이라 한다. 의료계는 실패한 제도라고 맞서고 있다. 시각차는 여전하다.

분업의 최대 목적인 의약품 오남용은 과연 얼마나 줄었을까.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는 새로운 방식의 제도에 국민들은 적응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국회, 의약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평가단을 구성해 대규모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찬반양론을 떠나 우리 의료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시행 5년을 맞아 총 6회에 걸쳐 의약분업을 반추해 보았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편집자 주-

처방권자인 의사에게 판촉 집중...(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처방권자인 의사에게 영업력 '올인'

작년말 암로디핀 제네릭 시장 경쟁에 뛰어든 한 제약사가 판촉물로 병원에는 고급 노트북을 약국에는 조그마한 손목시계를 증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초의 한 약사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약국에 손목시계를 판촉물로 가져오자 물어봤더니 병의원에는 노트북을 줬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다른 약사는 “처방권자인 의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분업후 제약영업·마케팅의 초점이 의사에게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제약사 영업관계자는 “분업후 제약마케팅의 모든 영업력이 처방권자인 의사에게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클리닉(의원)의 영업력도 모자라는 판에 약국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라며 의사중심의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처방을 내는 병원에서 고가의 판촉물을 요구하면 대부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국내 상위제약사의 마케팅 임원은 "성분명 처방이 되면 전문의약품의 약국영업이 활발해지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병의원중심의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높은 할증을 주며 약국영업을 활발히 하던 중소 국내제약사들이 쇠퇴한 것도 분업후 현상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제약영업·마케팅이 병의원에 집중되면서 약국가의 불만은 점점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약사는 “새로운 처방이 나올 경우 영업사원이 '이 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고 통보하며 샘플을 던져놓고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라며 “제대로된 제품정보와 디테일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처럼 모든 영업력이 의사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직접적인 매출증대와 상관없이 약사에게도 활발한 판촉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다국적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개국약사를 위한 분업후 중시되고 있는 약사의 복약지도를 위한 강좌인 'GSK 아카데미'를 지원해 약국가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은 아직 먼얘기...(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분업이 되도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

분업이 되면 처방이 공개되고 약의 유통구조가 보다 투명해져 제약사와 의사간의 리베이트가 없어질 수 있으리라는 정부의 기대는 보기좋게 어긋났다.

분업전 300%부터 최대1000%의 높은 의약품 할증으로 인해 많은 이득을 보던 일반 병·의원들이 분업후 약가마진이 어려워지자 제약회사들은 이를 현금, 주유권, 상품권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해주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판촉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A사의 경우 처방을 담보로 외제 자동차를 증정하고 있으며 또 다른 B사는 병원 인테리어를 대신 해준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제약사및 제품마다 다르지만 10%에서 최대 30%까지 처방비 명목으로 현금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 상계동의 한 약사는 “작년말 한 영업사원이 윗층의 이비인후과 의사가 제시한 분기별 처방집계내역을 보여준 적이 있다. 처방내역에 근거해 일정금액을 병원에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밝혔다.

제약사들은 한결같이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처방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제품의 판매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의사단체의 지원을 거부하자 처방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받은적도 있다"라며 "일반 소비재와는 다르게 선택권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라는 단체는 서로간의 네트워크가 워낙 잘 돼있어 어느 한쪽에 찍히면(밉보이면) 영업하기가 정말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으나 분업전보다 리베이트의 규모나 금액자체는 줄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이렇듯 리베이트 수수문제가 끊이지 않자 정부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인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올초 보건복지부에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안을 내놓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약사 등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선진국형 마케팅 정착...클리닉 영업 강화

분업후의 제약 영업·마케팅의 가장 큰 변화는 다국적제약사의 급성장으로 선진국형의 사이언티픽 프로모션 방식 정착과 클리닉 마케팅이 보다 강화됐다는 것이다.

종합병원 의사 상대의 마케팅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나 의원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각 제약사들은 클리닉 전담팀을 새롭게 신설하는 등 의원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한 영업 관계자는 "의사들이 약가마진을 볼수없게 됨과 동시에 처방공개에 대한 부담을 느껴 분업초기에 오리지널 약을 많이 처방하게 된 것 같다"라며 "클리닉의 학술판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분업후 약국영업인력을 줄이고 의원사업부를 신설해 클리닉 영업인력을 대폭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제약사들은 종합병원의사들 대상의 영업툴을 클리닉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PMS(시판후조사)와 개원의 대상 소규모 그룹 세미나,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분업전부터 마케팅업무를 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가마진을 볼수 없게된 병의원들의 상실감을 보상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처방이 공개되자 환자들이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알게 됨으로써 소위 '똑똑한' 환자들이 늘어나 이들에 대한 교육자료개발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추적 어려워 영업사원 평가 힘들어져

한편 분업이 되어 유통경로가 다변화되면서 정확한 약품매출의 집계가 어렵게 되자 제약회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영업사원들을 평가할 기준이 애매모호해 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국적제약의 한 PM은 “분업후 약 2년간은 영업사원의 실적이 트래킹(추적)이 전혀 되지 않은 '데이터의 부재' 시기였다. 실적파악이 어렵다보니 인센티브 평가가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예전의 PM은 일을 벌리기만 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효과측정을 할것인지를 같이 고민해야 하는 등 일이 많아 졌지만 퀄리티적인 면에서는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느낌이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밝혔다.

또 다른 PM은 “분업후 평가수단이 어렵게 되자 일시적이지만 의원팀의 영업사원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렇듯 실적 파악이 어렵게 되자 이를 집계해주는 의약품 통계 관련 기관들이 속속 늘어난 것도 분업후 달라진 상황이다.

분업전 전국의 398개 패널약국으로부터 데이타를 추출해 KPA(Korea Phamaceutical Audit, 약국판), KHPA(종합병원판), KCPA(병·의원판)의 세분류로 자료를 공급하던 의약품통계기관인 'IMS헬스코리아'는 전국주요도매상판매실적을 분석한 DDD(Drug Distribution Data)를 내놓고 제약사에 온라인으로 공급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분업이후 급속히 늘어난 클리닉전담인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배치하기 위해 각회사마다 SFE(Sales Force Effectiveness,영업효율화)부서가 신설 또은 강화 됐으며 판매를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회사들인 퀸타일즈, 우디스 등도 새롭게 생겨났다.

한편 분업후 제약협회에서 운영중인 공정경쟁규약 및 접대비 영수증 제도, 다국적사의 'Code of conduct(본사윤리규약)'제도가 어느정도 정착되면서 제약사의 윤리적 영업활동 및 사회공헌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이춘엽 부사장은 “의약분업후 윤리적인 면이 강조되는 선진국형 마케팅이 어느정도 정착된 것 같다. 갈수록 제약회사의 높은 윤리의식이 강조되고 있으며 환자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의·약사 또한 환자의 권익을 배려하는 측면이 중시되고 있다”고 윤리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의료보험체계가 가능한 여러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회주의적 성격의 영국식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라며 “사회흐름자체가 단순한 약물의 효능을 따지기 보다는 약물과 제약회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제약사의 사회공헌 활동도 점차 활발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