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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담합' 400억 과징금…유통업체 비중 75% 왜?

  • 정새임
  • 2023-07-21 06:19:10
  • 총 과징금 400억 중 300억 차지…에이치원메디 115억 최고
  • 유통업체끼리 낙찰예정자·들러리 역할 돌아가며 수행…담합 주도
  • 공급확약서 쥔 제약사 갑질 호소…공정위 "지위 남용 방지 논의"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제약·유통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40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특히 낙찰 당사자인 판매자가 아닌 의약품 유통업체에 더 높은 과징금이 부과된 점이 눈에 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예방접종 백신 구매 입찰에서 수년 간 담합해 입찰 가격을 높인 32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09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건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주도했다. 입찰 담합 규모는 총 7000억원에 달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들러리를 선 의약품유통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이 한국백신·녹십자·광동제약 등 낙찰을 받은 총판업체(제조사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이번에 적발된 의약품 유통업체는 총 25곳으로 이들은 100만원 미만부터 최대 115억52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115억원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에이치원메디였다. 이어 정동코퍼레이션에 43억원,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에 41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새수원약품도 35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반면 백신총판을 담당한 제약사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곳은 한국백신판매로 72억원이었다. 이어 녹십자가 20억원으로 과징금이 높았다. SK디스커버리, 광동제약, 유한양행, 보령바이오파마는 과징금이 10억원 미만에 그쳤다.

25개 의약품유통업체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약 300억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75%를 차지했다.

낙찰을 받아 판매 이득을 본 제조사나 판매 제약사보다 유통업체의 과징금이 더 무겁게 책정된 이유는 입찰 담합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주체가 유통업체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의약품 유통업체는 이 사건 입찰 담합에서 낙찰예정자나 들러리 역할로 적극적으로 더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더 많은 과징금이 부과됐다"며 "일부 의약품 유통업체는 입찰방해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유통업체의 책임을 무겁게 물은 건 NIP 백신 입찰 시스템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낙찰을 받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섭외해 낙찰률을 높이는 '꼼수'를 활용하곤 한다. 이 같은 관행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착화, 만연화됐다.

공정위는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학습효과가 생겼다. 각자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낙찰예정자보다 몇 % 높게 투찰해 의도한 담합을 용이하게 완성했다"고 밝혔다.

의약품 유통업체가 서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돌아가 수행하면서 '상부상조'하던 관행으로 100% 이상 낙찰률이 속출했다. 통상적으로 최저가 입찰에서 낙찰률이 100% 미만인 것과 달리 적발된 147건 중 117건(80%)에서 낙찰률 100% 이상이 나오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가 백신 조달방식을 변경했지만 의약품 유통업체의 들러리 관행은 변함이 없었다. 정부는 2016년(일부 백신은 2019년) 기존 '제3자 단가계약방식'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으로 조달방식을 바꿨다. 기존 방식이 정부가 필요한 백신 물량의 10% 정도만 구매했다면, 새 방식에서는 연간 필요한 백신 물량을 전부 구매하게 된다. 그러면서 낙찰예정자가 의약품 유통업체가 아닌 백신총판이 됐다.

낙찰예정자가 백신총판으로 바뀌어도 유통업체와 계약해 백신을 납품하는 현실은 여전했기 때문에 의약품 유통업체는 지속적으로 들러리 역할을 자처했다.

다만 의약품유통업체들은 공급확약서 발급권을 쥔 총판이 갑의 위치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한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저가로 낙찰예정자가 되어도 제약사(제조판매사)가 공급확약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낙찰이 취소되어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의약품 유통업체가 손해를 보고 공급을 하거나 제약사가 원하는 금액을 낙찰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정위 역시 "백신 입찰에 참여한 의약품 유통업체가 최저가로 낙찰을 받더라도 백신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면 조달청과 계약을 할 수 없게 돼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가 기초금액의 95%로 최저가 낙찰을 받더라도 백신제조사가 가격이 낮다고 생각해 B회사에 공급확약서를 거부하면 차순위 상위자 99%를 낸 A사가 낙찰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한 사례가 일부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백신 제조사가 공급확약서를 이용해 의약품 유통업체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확인한 바,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추후 질병관리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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